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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동주 Mar 28. 2024

게을러지고 싶은 아저씨.

게을러지고 싶다. 이미 어느 정도 게으른 상태긴 하지만,  육체적으로 무거워진 몸뚱이가 아닌 영혼이 무거워진 몸뚱이를 지닌 채로 글러먹었다는 생각과 함께 냉소적인 웃음을 나 자신에게 흘려보냈다.

그렇다고 이 평화를 끝내고 싶진 않다.


온몸에 힘을 빼고 늘어진 상태로 있어본다. 딱히 의미는 없다. 그저 게을러지고 싶은 것. 그뿐이다. 나의 존재감이 잠시나마 옅어지도록 아무도 찾을 수 없으며, 나 또한 나를 찾을 수 없게 의식도 저 편으로 보내보았다. 아 그래 이게 극락이고, 천국이고, 종교이다. 하지만 나의 종교는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할  일이 생각날 때에는 얼굴을 구기고 한숨 쉬며 그적거리며 일어난다. 밖으로 나왔을 때에는 겨울 때보다 더욱 세찬 바람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나의 평화는 금방 산산조각이 되고, 나는 금세 짜증과 실망이 뒤섞인 단어를 입에 내뱉고는 무거운 걸음을 옮긴다.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가는 것일 뿐이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무거운 발걸음은 신발에 있던 모래주머니가 어느새 없어졌는지 갑자기 가벼워지기 시작하면서 발에서 시작해서 전체가 가벼워지기 시작한다. 무거웠던 영혼과는 다르게 이미 죽어있던 몸뚱이에서는 어느새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볼일을 끝마치고 생기가 다시 돌기 시작한 김에 여러 곳을 걸어보며 산책을 하기도 한다. 이미 죽어있던 몸뚱이에서 생기가 돌아봤자 얼마나 돈다고 점점 힘이 빠지며 지쳐가기 시작했다. 다시 무거워진 발걸음을 옮긴다. 대중교통을 타고 가기에는 무언가 애매한 거리이다. 한 푼이라도 아껴서 치킨이라도 사 먹으려면 걸어 다녀야지. 그렇게 의식주에서 주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하루가 되기도 했다.


다시 게을러지고 싶은 나는 늘어져본다. 이번에도 나의 존재감을 지워보고, 온몸에 힘을 뺀다. 아아 그래 이게 나의 종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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