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침묵이 좋고, 무겁지 않은 조용한 분위기가 좋다. 노래 틀고 일하는 걸 즐겼지만, 어느샌가 노래고 뭐고, 빨리하고 빨리 쉬는 게 최고다.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는 조용한 침묵이 좋았던 나는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는 게 틀림없다. 감정싸움도 싫고, 나가는 것도 싫고, 일하는 것도 싫다. 싫은 것과 좋은 것의 차이는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나는 한 끗 차이로 살아가고 있다. 조용한 침묵이 좋다가도 가끔은 시끄럽게 구는 게 좋다. 난 무겁지 않은 조용한 침묵이 좋은듯했다. 따듯한 공기, 내 얼굴을 핥는 강아지, 이따금씩 들리는 시동 거는 소리, 내 손에 쥐여있는 스마트폰. 이 모든 평화가 자의든, 타의든 부디 깨지지 않기를.
가끔씩은 나의 머릿속에서 따분함을 느낄 때에는 언젠가는 시끄럽게 굴어달라고 조를 때가 있다. 그럴 땐 마음이 잘 맞는 친구와 통화를 하거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시끄럽게 굴었다. 따분함이라는 건 곧 스트레스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했기에 어떤 식으로든 꼭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분함이라는 스트레스는 새로운 주관식문제를 만들어냈다. 보기라도 있으면 좋았을 테지만, 주관식문제로 만들어지는 바람에 무얼 해도 텅 빈 느낌이랄까. 정답을 찾을 수가 없다. 그것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있으면 쉽겠지만, 그것 또한 있을 리는 없다. 교과서가 아닌 것에 대한 정의와 정답은 시시각각 변하기 마련이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그저 내가 바보라서일까. 무언갈 알지 못하는 것도 아닌, 누굴 알지 못하는 것도 아닌, 나 자신을 알지 못하는 나는, 밉지도 싫지도 증오하지도 않는다. 그저 이렇고 그러한 걸 즐기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