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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동주 Apr 20. 2024

나른하고 무던한 아저씨

 나른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본다. 세차게 불었던 바람은 어느샌가 사그라지고 찬공기와 더운 공기가 섞여서 불쾌하기도 하고, 적절한 느낌이 되기도 한 그런 날씨가 되었지만, 나에게는 매우 불쾌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온갖 부정의 에너지가 가득 차올라 역겹기만 하다. 이 역겨운 느낌은 나 자신조차 모르게 스멀스멀 올라왔다. 온몸을 휘감으며 이윽고는 나른하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나조차도 모르는 감각과 역겨운 부정은 그대로 쓰레기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살아있음에도 죽은 것과 다름이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는 최선을 다하여 말을 아끼고, 행동, 몸짓, 체력, 모든 것을 두고두고 아낀다. 어깨가 축 처지고 몸이 축 늘어진다. 껏 편안하게 늘어져본다. 들판 위에, 노을을 마주 보고서 존재할리 없는 천적이 없는 초식동물처럼. 이때의 나는 무감각함이 극대화가 된다. 우울하지도 않고, 지루해하지도 않고, 불편하지도 않고, 그 무엇도 사랑하지 않고, 오직 나만을 생각한다. 기적이지만 내 인생 오롯이 책임져줄 사람은 없다. 자존감도 낮지 않고, 그렇다고 높지도 않으며 그냥 나 자체이다. 각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여러 생각들이 밀려들어온다. 밀려들어온 생각은 정착한다. 나는 정착한 생각들을 하나하나 마주 보고 나서, 상담을 해주거나, 쫓아낸다. 대가는 주름살이 하나 늘거나, 더욱 무감각해지는 계기가 되는 정도. 때로는 무하한 확장의 계기가 될지도.

나에게 역겨운정신의 냄새가 날 정도로 썩어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냄새와 동화가 되지 않도록, 발버둥을 친다. 아니 나의 착각일 수도 있겠다. 착각은 언제나 썩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물의 썩음, 생명의 썩음, 감정의 썩음의 착각들. 이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지고, 쳐서 큰 덩어리가 되어도 이 모든 것들을 나는 정복하여 언제나 승리의 깃발을 세우기도 한다.

착각의 여정 속에 깃발을 세우고 무던함 속에서의 나를 여전히 무던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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