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마음이 철렁이고, 원인을 찾으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기 시작한다. 에어컨이 조금 아픈가 보다. 곧이어 이리저리 돌린 목마저도 아프기 시작한다. 고통이 자신을 조여 오고, 고통을 끌어안을 때,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게 된다. 익숙하다의 느낌보다는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당연하다는 듯 물 흘러가듯이 어쩔 수가 없게 되는 것 같다. 다시 물 떨어지는 소리에 집중해 본다. 고요한 집안에 새로운 악기가 생겼다고 생각하지만, 그저 무표정으로 지켜보는 중이다. 악기고 나발이고, 어차피 내년에 이사하게 될 건데 '저걸 어쩌지'라는 마음도 한편에 자리 잡혀서 한동안 놔뒀지만, 새로운 악기에 물방울이 하나씩 더 추가되고 있는 중이다. 그저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다시 넘기게 된다. 떨어지는 물소리에 신이 난 듯 춤을 춰볼까, 생각도 해보다가 실없는 생각에 생각 자체를 멈추기로 했다. 가끔 쓸데없는 생각에 나 자신이 잡아 먹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재밌는 영상이 상당히 도움이 된달까. 어쩌면 소리 없는 침묵과 마음의 평온함이 남아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평온함에서 영원히 뒤척이며 악몽을 꾸지 않고, 잘 자라는 한마디의 좋은 꿈을 영원히 꾸고 싶은 나의 욕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