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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MZ에게

요즘 애들 같다는 게 뭔데요?

by 김보경

‘니는 완전 MZ 같으면서, 하나도 MZ 안 같다’


독특한 아이템에 눈이 돌지만, 독서는 종이책이 제일인. 시그니처 메뉴를 안 시키고 못 배기지만, 심장은 옛 노래에만 반응하는. 최신 기기에 침 흘리지만 공부는 꼭 종이와 펜으로 한다는. 일과 나 사이 거리 두기를 원하지만, 뛰어든 일에는 과몰입 워커홀릭으로 돌변하는... 이 모든 면면이 전부 나의 파편이다.


내게는 ‘MZ의 아이콘’이라 부르는 친구와 ‘요즘 애들 같지 않아’ 예뻐하는 어른들이 있다. 한결같은 짱구로 보는 동생이 있고, 애늙은이로 보는 언니가 있다. 나라는 세계를 둘러싼 사람들은 이런저런 말로 날 빚어간다. 사실 ‘그놈’의 MZ 세대론은 신물이 나는 걸 넘어 해탈한 정도다. K-아이돌 계보를 간파한 친구와 솔직함으로 무장한 동생을 보며

‘오, 역시 MZ!’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끝 모르고 넘실대는 MBTI도 그렇다.

‘I라서 그렇다.’

‘엔프피 아닌 거 같은데?’


할 때면 '기승전-MBTI' 이구만.. 싶다가도 처음 만난 사람이 동족이라는 말에 하이파이브를 참는 법은 모른다. 이럴 때면 MBTI나 세대론은 말문을 여는 작은 열쇠인 동시에 타인을 프레임의 문에 가둔 채 잠그는 열쇠 같다.


'나'와 점점 친해지고, 날 길러가는 시간이 갈수록 잘 아는 만큼 모르겠다. 26년 연차는 회사의 문법으로 말하면 ‘김보경과의 김 과장’ 정도 된 셈인데... 과장님의 업무 프로세스를 아직도 모르겠다. 속히 누군갈 재단하지 않으려다가도 쌓아온 빅데이터에 의존하려는 게으른 마음. 한없이 좋아하다 삽시간에 져버리는 휘발성 애정, '별로다'와 '나 이것도 좋아했네?'를 반복하는 아이러니.


나 하나만 바라봐도 자기모순이 가득해 종잡을 수가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생각이 다른 듯하다. 한 세대를 통칭하고픈 열망, ‘세대론’으로 일축하는 편리성, 미지의 존재에게 이름표를 붙이려는 모험심. 이것들이 한데 모여 MZ라는 잡학 생물을 만들었으니. 여전히 요즘 애들 같지 않단 말이 도무지 모르겠다. ‘요즘 애들’이 뭔지, 요즘 애들 ‘같다는’ 게 무슨 뜻인지, 세대론을 덜어내면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지. 누군가의 오색찬란한 일대기를 한참 들여다봤으면 한다.


나의 연대기를 돌아보고, 정리하며 참 많은 시간이 켜켜이 쌓인 것이 지금의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퀴즈 온 더 블록에 나온 국내 최초의 외국인 기관사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한국인과 똑같은 과정을 겪어 기관사가 되었으니, 그 과정이 내 경쟁력입니다’ 각자의 이야기가 자신만의 경쟁력이자, 마음의 고향이자, 앞으로의 방향이 될 갈피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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