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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자꾹 Dec 22. 2024

빵빵해질 일만 남았네!

빵 좋아하시나요?


먹으면 먹을수록 빵빵해지는 것을 알면서도 버터와 설탕의 환상적인 조합이 만들어내는 고소하고 구수하고 달큰한 냄새와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을 거부하기는 너무 힘듭니다.   

  

용기 여사와 그 가족들은 모두 다 타고난 소음인이라 소화기관이 약합니다. 그래서 주식은 밥입니다. 하지만 허구한 날 삼시세끼 밥을 먹다 보면 지겨워집니다. 입에서 자꾸만 단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면 동네 빵집으로 갑니다. 빵집 앞에만 가도 코가 벌름거립니다. 그 냄새는 커피 향 못지않게 사람을 설레게 합니다. 우울할 때 달콤하고 고소한 빵 냄새만 맡아도 기운이 나곤 하니까요.      


빵집에 들어가면 쟁반마다 가득한 빵들이 나를 데려가달라고 보이지 않게 손짓을 합니다. 다 맛있어 보여서 어떤 녀석을 외면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예전에는 자신이 원하는 빵을 집게로 담아 가져가면 종이봉투에 함께 담아주었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빵을 가져가면 하나씩 비닐봉지에 담아주었습니다.      


미세 먼지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극성을 떨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예민해지고 빵들도 오븐에서 나오자마자 비닐에 꽁꽁 쌓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걸 위생적이라고 부릅니다. 비닐의 원료가 석유인데도 말이죠. 게다가 빵을 포장했던 비닐에는 대부분 버터나 크림 등이 묻어서 재사용이나 재활용이 힘들기 때문에 포장 비닐이 처치 곤란일 때가 많습니다.   

   

용기 여사는 그 비닐이 불편했지만,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비닐봉지에 하나씩 포장되어 있는 빵을 사다 먹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빵집에 갔다가 갓 나온 식빵을 만났습니다. 비닐봉지에 넣으면 김이 서리고 빵이 주저앉기 때문에 모양이 잘 잡힐 때까지 빵 쟁반에 올려 둔다고 했습니다.     


‘옳다구나!’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용기 여사는 식빵을 집에 있는 용기에 담아 올 생각에 마음이 빵만큼이나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 얼마 뒤에 용기 여사는 아이들과 빵을 사러 가기로 했습니다. 어떤 용기를 고르면 좋을지 몰라, 싱크대 안쪽까지 다 뒤져봅니다. 바게트도 먹고 싶고 식빵도 먹고 싶었기 때문에, 길쭉한 용기와 깊고 넓은 용기를 다 가져갔습니다.      


점심을 먹고 빵집에 가보니 바게트는 양동이 같은 통에 있었고 우유식빵은 네모 모양 통째로 쟁반에 담겨 있었습니다. 다른 식빵들은 이미 썰어서 비닐봉지에 담아 놓았습니다. 아이들과 상의한 끝에 우유식빵을 쟁반에 먼저 담고, 길쭉하게 생긴 바질 토마토 빵도 골라 담아서 계산대로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가져간 용기 두 개를 꺼내서 식빵은 썰어서 깊은 용기에, 바질 토마토 빵은 길쭉한 용기에 담아 달라고 했습니다.   

  


사장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기계로 식빵을 썰어 용기에 담아주었습니다. 생각보다 빵이 컸습니다. 뚜껑을 덮으면 눌려서 식빵이 납작해질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길쭉한 바질 토마토 빵을 담은 통을 가방 아래쪽에 놓고, 그 위에 식빵 담은 용기를 올리고 뚜껑은 살짝 얹어 놓았습니다. 빵을 담은 가방을 멘 따님은 집에 올 때까지 사뿐사뿐 조심조심 걸어왔습니다. 건널목을 건널 때도 혹시라도 식빵이 잘못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릅니다. 덕분에 우리는 서로 얼굴을 보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따님은 그렇게 안전하게 식빵을 모셔 왔습니다.      


걱정 가득한 마음으로 빵이 담긴 용기를 꺼내보니 식빵이 거의 눌리지 않았습니다. 빵은 쫄깃하고도 부드러워서 식구들 모두 맛나다며 신나게 먹어 치웠습니다. 역시 빵은 맛이 좋습니다. 빵도 용기에 담아올 수 있게 되었으니 빵빵해 질 일만 남은 건가요?     


#빵과용기

#친환경생활

#플라스틱줄이기

#쓰레기줄이기

#용기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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