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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자꾹 Dec 08. 2024

손수건, 어디까지 써 봤나요?

따님이 친구들과 오키나와를 다녀오면서 선물로 손수건을 사 왔습니다. 용기 여사는 하늘색 바탕에 작은 꽃 두 송이가 수 놓인 것을 고르고, 남편은 우리나라의 해태를 연상시키는 오키나와 상징물이 수놓아진 것을 골랐습니다.      


용기 여사네 식구들은 손수건을 가지고 다닙니다. 요즘 세상에, 음식점이든 화장실이든 휴지가 없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지요. 하지만 용기 여사와 식구들은 손을 닦을 때도 땀을 닦을 때도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곤 합니다.     


손수건을 가장 먼저 사용한 이는 남편입니다. 남편은 결혼하기 전부터 손수건을 사용했습니다. 그때까지 용기 여사는 지구 환경에 대한 염려가 전혀 없었기에 미련하다고 오히려 핀잔을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여름날 땀을 닦을 때도 화장실에 다녀와서 손을 닦을 때도 꿋꿋하게 손수건을 썼습니다. 때론 길을 걷다 다리가 아파 긴 의자에 앉을라치면 젊은 시절의 용기 여사를 위해 손수건을 깔아주었고, 말다툼 끝에 용기 여사가 울기라도 하면 눈물을 닦으라고 손수건을 건네주기도 했습니다.   

  

30년 넘게 쓰고 있는 남편의 낡은 손수건.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있습니다.


용기 여사는 아이들을 키울 때는 거즈 손수건을 썼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는 거즈 수건은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남편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변함없이 손수건을 꺼내 들었습니다. 어느 날 궁금해서 남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계속 손수건을 썼어요?”     


“응, 그냥 엄마가 늘 쓰시던 걸 보다 보니까, 몸에 젖어들었나 봐.”    

 

용기 여사는 그러고도 오랜 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휴지를 쓰다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환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서부터 손수건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불편했지요. 휴지를 쓰고 버리면 간단한데 손수건을 쓰면 집에 가져와서 다시 빨아야 했으니까요. 처음에는 휴지와 손수건을 함께 가지고 다녔습니다. 지금은 손수건만 가지고 다닙니다. 휴지를 쓸 일이 별로 없어서 잊어버리곤 한답니다.    

 

손수건은 쓰임새가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손과 얼굴을 닦을 때 쓸 수 있습니다. 음료수나 물을 마시다 엎지르면 옷이나 탁자의 물기를 떨어낼 때도 쓸 수 있습니다. 땀이 줄줄 나는 무더운 날에는 질끈 동여매어 머리끈 대용으로 쓸 수 있고, 요즘처럼 찬바람이 불면 스카프 대신 목에 둘러서 찬 기운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용기 여사의 남편은 무릎이 많이 안 좋습니다. 뒷산에서 내려오다 갑자기 무릎이 아플 때 손수건으로 묶어주면 걸을 만하다고 합니다.     


손수건 한 장만 있으면 열 장 스무 장의 휴지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휴지로 할 수 없는 일들도 손수건은 할 수 있습니다. 손수건은 무겁지도 않고 부피를 많이 차지하지도 않습니다. 손빨래를 하면 서너 장만 있어도 일주일 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모아서 다른 빨래들과 함께 세탁기로 빤다고 해도 일곱 장이면 충분하지요.    

 

‘일회용 휴지나 물휴지를 쓰지 말자’라는 말로 나를 옥죄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대신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손수건의 유용함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부정과 당위로 나를 힘들게 하기보다, 손수건의 유용성과 긍정적인 면으로 나에게 용기를 주면 좋겠습니다.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손수건의 다양한 쓰임새를 생각해 보면 슬며서 웃음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덧글

: 광장에 나갈 때도 손수건이 있으면 참 좋습니다. 사람이 많아 붐비는 화장실에서 휴지를 뽑아 손을 닦고 나오는 것 보다 자신의 손수건을 꺼내 닦으면 기분도 좋고 여유도 생깁니다. 그리고 겨울 광장에 나가려면 또 하나 필수품이 있습니다. 따뜻한 물이 담긴 보온 물통과 담요입니다. 겨울 광장은 생각보다 많이 춥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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