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은 바로 나
3명의 디바
Once upon a time...
동시대 최고의 디바(Diva)로 언급되던 3명이 있었다.
그 3명의 주인공은 휘트니 휴스턴(Whitney Huston),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Celine Dion(셀린 디온)이다—데뷔년도 순.
디바(Diva)는, 기본적으로 여가수라는, 또 빼어나게 노래를 잘한다는, 2가지 뜻을 내포하고 있다.
3명은 모두 음악사에 확실히 한 획씩을 그은 대단한 여가수들이다. 왕성하게 활동할 당시, 제법 라이벌 구도를 이루었고, 인기에서도, 유명세에서도, 차트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곤 했다.
셋 모두 자타공인 빼어난 노래 실력을 지녔다.
누가 더 잘하냐에 대해, 당시에도 평론가들이나 음악팬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었지만, 이미 최고 수준에 도달한 가수들의 노래 실력에, 우열을 가리기란 대단히 어렵다. 그것이 또 다분히 평가자 개인 취향의 영역이라, 각자는 (스스로 객관적으로 평가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주관적 판단에 따라, 누가 더 노래를 잘한다고 이야기했던 것이다.
세 사람은 음색도, 장르도, 노래가 주는 전체적인 느낌도 아주 다르다. 굳이 우열을 가리기 위한,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대중들의 선택인데, 또다시 차트를 조금 참고해야 한다.
가장 데뷔가 빠른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초반 질주는 무척 강렬했다.
1985년 첫 앨범 [Whitney Houston] 수록곡 'Saving All My Love for You'를 시작으로, 데뷔 앨범에서 3곡, 뒤이은 두 번째 앨범 [Whitney]에서 4곡까지, 연속 7곡의 발매 싱글이 모두 1위에 오른다.
그 7곡이다.
Saving All My Love for You ('85 10월 1주)
How Will I Know ('86 2월 2주)
Greatest Love of All ('86 5월 3주)
I Wanna Dance with Somebody (Who Loves Me) ('87 6~7월 2주)
Didn't We Almost Have It All ('87 9~10월 2주)
So Emotional ('88 1월 1주)
Where Do Broken Hearts Go ('88 4월 2주)
어디에서든, 그가 있는 공간을 꽉 채워버리는, 힘이 넘치는 중고음의 목소리를 가진 휘트니 휴스턴은 노래 잘하는 가수를 언급할 때, 둘째라면 서러워할 인물임에 분명하다.
다만 초반 기세에 비해, 불행한 개인사로 인해, 활동기간도, 그 안에서의 전성기도 예상보다 너무 짧았다는 아쉬움이 크다.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난 것도...
빌보드 핫 100 Top 40에 총 29곡을 올렸고, 그중 Top 10까지 오른 곡이 23곡, 그중 1위 곡은 11곡이다.
위의 7곡에 더해, 1위에 오른 추가 4곡은 아래와 같다.
I'm Your Baby Tonight ('90 12월 1주간 1위)
All the Man That I Need ('91 2~3월 2주간 1위)
I Will Always Love You ('92 11월~'93 2월 14주간 1위)
Exhale (Shoop Shoop) ('95 11월 1주간 1위)
셀린 디온(Celine Dion)이 물론 노래를 잘하지만,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와 함께, 디바 중의 한 명으로 불리는 영광을 차지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를, 필자의 사견임을 전제로 말하자면, 이미 잘 알려진 대중적인 노래 중에서, 자신의 가창력을 더욱 돋보이게 할 노래를 잘 고른 덕분이 아닐까 싶다—이렇게 말하는 근거는, 전체적으로 셀린 디온의 업적이 다른 두 가수들에게는 비할바가 못되기 때문이다.
'The Power of Love'(1위), 'All By Myself'(4위) 이 두곡이 대표적이다.
셀린 디온의 약간 날카롭고, 폭발적으로 내지르는 가창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음악팬들에게 "아~ 이 노래가 셀린 디온이 부르니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강한 인상을 주었다.
특히 'The Power of Love'는 셀린 디온 이전에, 원곡자 제니퍼 러시(Jennifer Rush)를 시작으로, 에어 서플라이(Air Supply), 로라 브래니건(Laura Branigan)이 불렀으나, 셀린 디온(Celine Dion)의 곡이 처음으로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랐다. 노래를 잘하긴 잘한다.
Jennifer Rush - The Power of Love ('85, 57위)
Air Supply - The Power of Love (You Are My Lady) ('85, 68위)
Laura Branigan - Power of Love ('87 26위)
Celine Dion - The Power of Love ('94 2월~3월, 4주간 1위)
거기에 영화 '타이타닉(Titanic)'의, 전 세계적 대흥행에 따른, 동반 상승효과를 누린 'My Heart Will Go On'이 있다.
그러나, 더 자세하게, 다른 2명과 깊이 있는 비교를 하기에는, 워낙 강력한 경쟁자들과 비교된 탓일 수도 있겠지만, 셀린 디온의 실적은 상대적으로 아주 빈약하다.
셀린 디온은 캐나다 퀘벡 출신이라 모국어가 프랑스어다. 그래서 프랑스어로 된 앨범도 많이 발표했는데, 일단 이 앨범들은 제외하겠다—어차피 프랑스어 노래는 차트에 오르지도 않는다.
영어로 노래하여 주류 시장에서 발매된 것만 기준으로 하면,
빌보드 핫 100 Top 40에 총 16곡을 올렸고, 그중 Top 10까지 오른 곡이 9곡, 그중에서 1위 곡은 단 3곡이다.
The Power of Love ('94 2~3월 4주)
Because You Loved Me ('96 3~4월 6주)
I'm You Angel (duet with R. Kelly) ('98 12월~'99 1월 6주)
이상이 2명의 디바에 대한 간략한 설명인데, 이 둘은 오직 디바다. 말하자면 노래만 하는 가수다.
디바를 넘어선 음악가
지금부터 언급하는 디바는, 그저 디바가 아니다. 디바를 넘어선 음악가이자 예술가다.
이미 대략 언급했다시피, 일단 차트 성적으로 월등하고, 활동 기간과 그중 큰 영향력을 가졌던 기간으로도, 압도적으로 머라이어 캐리가 우위다. 그러니 팝 음악사적 의미를 보더라도,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압승일 수밖에 없다.
빌보드 핫 100 Top 40에 총 33곡을 올렸고, 그중 Top 10까지 오른 곡이 27곡, 그중에서 1위 곡은 19곡이다.
거기다 차트를 넘어, 2명의 경쟁자를 멀리 따돌리는, 머라이어 캐리의 필살기는 그의 놀라운 창작력이다.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최종학력은, 미국 뉴욕 소재, 하버필즈 고등학교(Harborfields High School)다. 정식으로 음악을 전공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다른 천재들이 그런 것처럼, 초등학생 때부터 음악과 문학 등의 예술에 뛰어났고,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시와 노래 가사를 썼다고 한다. 그리고 오페라 가수였던 어머니에게서 노래를 훈련받았다고 한다. 이런 것들이 여왕이 되기 위한 훌륭한 수련 과정이 되었다.
올해까지 해서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는, 대략 33년 동안 꾸준히 활동을 해서, 발표한 앨범도 제법 많다. 2018년 앨범 [Caution]까지 총 15장의 앨범을 발표했으니, 대략 2~3년에 한 번씩 새 앨범을 발표한 것인데, 15장의 앨범 안에 총 189곡이 수록되어 있다.
이 가운데 선배 가수들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6곡, 그리고 2장의 크리스마스 앨범에서 기존 캐럴을 부른 15곡을 제외하면, 총 168곡의 창작곡이 수록되어 있다.
앨범마다 저작권 표시가 조금 다르게 되어있는데, 가사(Lyrics)와 음악(Music)으로, 작사자가 별도로 표시되어 있는 경우가 있고, 구분 없이 작곡가(Writers)라고 되어있는 앨범들이 있다.
아무튼 168곡의 많은 노래 중에, 머라이어 캐리의 손이 전혀 닿지 않은 곡은 단 4곡뿐이다.
거기다 머라이어 캐리는 프로듀서까지 겸하는데, 데뷔 앨범의 11곡 중에서는 단 1곡에만 프로듀서로 참여했지만, 두 번째 앨범부터 총 178곡 중에 머라이어 캐리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하지 않은 곡은, 단 2곡에 불과하다.
이제 다시 질문해 보자. 3명의 디바 중, 최고는 누구인가?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음유시인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는 애초부터 뛰어난 작사 작곡가였다.
최고 권위의 음악상 그래미(Grammy), 그중에서도 본상 4개 부문 모두에, 이름 올릴 수 있으려면, 곡 쓰는 능력이 필수다.
왜냐하면 4개 부문 중 하나인 'Song of the Year'는 작사 작곡가(Songwriter)에게 주는 상이기 때문이다. 1990년 데뷔했던 해에 그래미상 'Song of the Year'의 후보에 올랐으니, 시작부터 유능한 시인이자, 작곡가였다.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가사는 아름답다.
앞편 글에서 'One Sweet Day'의 가사에 대해서 이미 한번 언급했는데,
개인적으로는 1993년 앨범 [Music Box]에 수록된, 'Hero'의 가사도 아주 좋아한다.
이 앨범은 작사자가 별도 표기되어 있는데, 이 곡은 머라이어 캐리가 단독으로 작사한 곡이다.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는 2009년 버락 오바마(Barack Obama)의 대통령 취임식 공연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너무나 적절한 선곡이었다.
'Hero' 가사의 1절만 옮겨본다.(곡 전체의 가사를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There's a hero If you look inside your heart
당신이 당신 마음속을 본다면, 거기에 영웅이 있어요.
You don't have to be afraid Of what you are
자신이 무엇인가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요.
There's an answer If you reach into your soul
당신의 영혼에 닿는다면 거기에 답이 있어요
And the sorrow that you know will melt away
당신이 알고 있는 슬픔이 녹아버릴 거예요
And then a hero comes along with the strength to carry on
그때 계속해나갈 수 있는 강인함을 가진 영웅이 등장해요
And you cast your fears aside
당신은 두려움을 제치고
And you know you can survive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So when you feel like hope is gone
그러니 희망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질 때
Look inside you and be strong
당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강해져요
And you'll finally see the truth
그러면 마침내 진실을 보게 될 거예요
That a hero lies in you
당신 안에 영웅이 있다는 것을
오바마는 자신의 대통령 취임식 공연에서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아마도 지나온 인생의 힘들었던 순간들이 생각났을 것이고, 어려운 선거과정을 이겨낸 스스로가 대견스러웠을 것이고, 이제 막 취임한 자신 앞에 놓인 험난할 여정 앞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크리스마스의 여왕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이 노래가 처음 방송을 탔던, 1994년~1995년에는 빌보드 핫 100에 오르지 못했다.
이 곡이 수록된 앨범 [Merry Christmas]는 1994년 10월 28일에 발매되었고, 수록곡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1995년 1월에 빌보드 Hot Adult Contemporary 차트에서 6위, 빌보드 Hot Airplay 차트에서 12위를 차지했을 뿐이었다. 당시에 싱글 음반으로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물리적 형식으로나 상업적으로 당시기준으로는, 빌보드 핫 100에는 올라갈 자격이 없었다고 한다.
1995년에는 당시의 음악 시장의 형태와, 차트 집계 방식의 한계로 인해, 빌보드 핫 100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반대로 2019년에는 그때와는 오히려 방식이 전혀 달라서—지금은 싱글을 별도로 발매하지 않아도 스트리밍, 방송 횟수로 차트에 오를 수 있다—순위에 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세상사 참 아이러니하다. 덕분에 25년 전에 발표한 앨범의 수록곡이 빌보드 1위까지 되었다. 게다가 한 번이 아니라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1위가 되고 있다.
요즘엔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캐럴이 전체적으로 강세지만, 그중에 이 노래가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밝고 흥겨운 리듬과 멜로디도 있겠지만, 가사의 영향도 큰 것이 아닐까 싶다. 산타 클로스, 루돌프, 눈을 노래한 진부하고 식상한 옛날 캐럴에 비해, 선물도, 트리도 필요 없고, 크리스마스에 오직 내가 원하는 것은 당신이라고 노래하니, 다소 직설적이지만, 신선하다. 역시 음유시인의 작품답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머라이어 캐리가 ‘One Sweet Day’로 오랜 기간 보유해 온 'Billboard Hot 100 최장기간 1위(16주)'라는 기록을 빼앗긴 2019년, 바로 그해 연말에, 처음으로 빌보드 1위에 올랐다. 이것이 머라이어 캐리에게는 19번째 1위 곡이 되었고, 그때부터 매년 빠짐없이 1위로 계속 등장하고 있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19 12월~'20 1월) 3주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20 12월) 1주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21 1월) 1주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21 12월~'22 1월) 3주
이렇게 차곡차곡 1위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
2022년 올해 크리스마스 주간에도, 빌보드 핫 100 1위 곡은 이변 없이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였다.
적어도 앞으로도 수년 또는 십수 년 동안은 이 패턴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다.
11월부터 올라오고 있었다.
11월 넷째 주(11월 26일)에 25위로 다시 등장했고,
12월 첫째 주(12월 3일)에 5위로 올라왔고,
12월 둘째 주(12월 10일) 차트에서,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보다 높은 순위에는,
6주째 1위를 지키고 있던,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Anti-Hero'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12월 셋째 주(12월 17일)에 또 1위를 차지했다.
여기까지 해서 1위를 한 기간이 총 9주가 되었다.
이 추세를 계속 이어간다면, 이 곡은 19주를 넘어, ‘최장기간 1위 기록’을 되찾아줄 가장 유력한 후보다.
올해도 몇 주정도는 1위를 더 할 태세이고, 이렇게 몇 년 동안 11주만 더하면 빼앗긴 기록을 되찾아 올 수 있다.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물론 연속 19주는 아니지만, 어쩌면 수년간에 걸친 19주란 것이, 더 놀랍고 어려운 것이다.
Queen Forever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는 이미 수많은 업적을 쌓았고, 기록을 쏟아냈고, 앞으로도 그럴 기회가 여전히 남아있는 위대한 가수이자, 시인이자, 작곡가이자, 살아있는 전설이자, 여왕이다.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가 가진(?) 여왕의 자리를 이을 후계자는 누가 있을까?
비욘세(Beyoncé), 아델(Adele), 리하나(Rihanna) 등이 후보군이 될 수 있겠고,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가 가장 강력해 보인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그 누구든 머라이어 캐리의 왕좌를 넘볼 정도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
더 오래 활동해야 하고, 더 많이 히트해야 하고, 더 많이 빌보드 1위를 해야 한다.
30년을 넘게 지나고 보니, 그는 전설이 되어있다.
수많은 기록과 업적을 양산해 왔지만, 빛났던 그의 첫 앨범 [Mariah Carey]는 여전히 최고처럼 보인다.
대단한 데뷔 앨범이고,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매력을 가장 잘 담고 있다.
지금까지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를 몰랐고, 이제 처음 접하실 분이라면, 꼭 이 앨범부터 들어보시기를 권한다.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는 남달리 크게 시작했지만, 더 높이 올라갔다.
우리 시대의 전설이라 더욱더 응원한다.
남은 힘을 다 짜내서, 비틀스(The Beatles)를 넘어 20번째, 21번째 1위 곡도 꼭 배출하기를 바라본다.
우리나라엔 여왕도 없고, 엘리자베스도 없었지만, 나에겐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가 여왕이다.
God Save the Queen, Mariah Carey!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