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한 만년필 Dec 03. 2021

Waking Up the Neighbours (상)

브라이언 아담스(Bryan Adams)의 전성기

브라이언 아담스(Bryan Adams)와 조우

중소도시에서는 백화점이 잘 안 된다. 백화점의 성공을 보장하는 배후 지역 필요 인구수가 어느 정도인가 까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시민들의 염원을 담은 간헐적인 시도는 늘 실패로 귀결되었다. 작은 도시에 생긴다는 백화점이 신세계, 현대, 롯데 일리는 없다.


한몫 잡고자 하는 누군가가 귀 얇은 개미투자자들을 모집해 분양을 하고 백화점을 흉내 내어 박스형 건물을 짓고, 'OO백화점'이라는 향토색 짙은 낯선 이름을 달고 문을 연다. 개장 첫날엔 지역축제 야시장처럼 북적북적 구경꾼들이 모여든다. 그러나 백화점의 내용은 그들의 기대와는 다르고, 근처 전통시장을 옮겨놓은 것에 불과한 모양새는 숨길수가 없다. 고개를 몇 번 가로저은 그들은, 다시는 그곳을 찾지 않는다.


백화점이든, 복합상가든, 아니면 비슷한 그 무엇이든, (이미 많은 돈을 가진) 큰손은 또 한 번 큰돈을 벌고, 아등바등 모은 귀한 푼돈을 움켜쥐고 달려든 무모한 개미들이 수도 없이 밟혀나가는 것은 동서고금에서 반복되는 정형화된 패턴인 모양이다. 한몫 단단히 챙긴 기업과 주모자들은 떠나버리고, 평생을 차곡차곡 모은 쌈짓돈을 날린 수많은 개미들이 남는다. 그리고 비효율적인 박스형의 건물은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세월의 흔적만 쌓여간다.


 꽤 오래전 그때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 그렇게 기울어가던 백화점의 1층의 북쪽 출입구 바로 안쪽에, 점포정리 중이던—신보는 없고 발매된 지 좀 된 앨범들만 있었으니 그랬다고 생각한다—레코드샵이 있었다. 오랫동안 찾던 책을 어느 헌책방에서 만난 것처럼, 거기서 나의 눈에 확 들어온 반가운 앨범으로, 제법 쏠쏠한 득템을 했다. 많은 이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을 그곳에서 나는 덕을 본 것인가... 묘한 죄책감이 일었다.


그렇게 우연히 찾아온 작은 행운(?)에 힘입어, 나는 브라이언 아담스(Bryan Adams)의 더블 앨범—LP 2장—의 명반 [Waking Up the Neighbours]를 보유하고 있다.


나는 캐나다인(I am a Canadian)

지구에서 가장 큰 바다인 태평양, 그 너머의 북아메리카. 그 거대한 대륙의 어딘가에서 활동하는—영어를 쓰는 흑 또는 백인—뮤지션의 국적이 영국이냐, 캐나다냐, 미국이냐에 대한 개념이 사실 우리에겐 별로 없다. 글로벌 시대인 요즘은 더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영국의 비틀스(The Beatles)도 그랬고, 대한민국의 BTS(방탄소년단)가 그렇듯이, 때로는 국적이 꼭 거론되기도 한다.

Justin Bieber in 2015 (*이미지 출처 : Wikipedia)

지금 시점에서 캐나다인 뮤지션 하면, 인지도에서도 인기면에서도 아마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가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나 싶다. 저스틴 비버는 본인의 히트곡도 많지만, 유독 그가 참여만 했다 하면 잘 되는 느낌인데, 그런 히트곡이 아주 많다.

The Kid LAROI -  Stay ('21 1위)

Ariana Grande - Stuck with You ('20 1위)

DJ Khaled - No Brainer ('18 5위)

DJ Khaled - I'm the One ('17 1위)

Luis Fonsi & Daddy Yankee - Despacito ('17 1위)

Major Lazer - Cold Water ('16 2위)

DJ Snake - Let Me Love You ('16 4위)

모두 저스틴 비버가 참여했던 곡들이며, 이외에도 수두룩하다.


 이렇게 굳이 국적 구분을 시작하면, 캐나다인 뮤지션은 의외로 많다. 드레이크(Drake), 위켄드(The Weeknd), 알라니스 모리셋(Alanis Morissette),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도 있고, 밴드로도 니켈백(Nickelback),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도 있다. 조금 더 옛날로 가면 닐 영(Neil Young), 레오나드 코헨(Leonard Cohen), 러시(Rush) 등도 있었고...


 모든 시대의 모두를 언급할 수는 없고, 범위를 조금 좁혀서, 임의로 내가 앨범을 주로 모으던 시기—CD로 제작된 앨범이 번성했던 짧은 시기와 그 약간의 전후—로 집약하면, 나에게는 여성으로는 셀린 디온(Celine Dion), 남성은 브라이언 아담스(Bryan Adams)가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다.

2012년의 Celine Dion(좌), 2013년의 Bryan Admas(우) (* 이미지 출처 : Wikipedia)


전 세계를 휩쓴 大히트

 브라이언 아담스(Bryan Adams)는 'Heaven', 'Summer of '69' 등이 수록된, 1984년 자신의 네 번째 정규 앨범 [Reckless]로 한차례 큰 인기를 얻었지만, 그 후로 상대적인 침체기(?)를 겪었다. 90년대가 시작되고도 그의 존재감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러다 한곡의 노래가 전 세계적으로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대박을 친다.

그 노래는 ‘(Everything I Do) I Do It for You’다.

1991년 발매된 Bryan Adams 앨범 'Waking Up the Neighbours'  

 이 노래는 미국(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음은 물론이고,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벨기에,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등 차트를 집계하는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1위를 기록했다.


그전 1991년 까지는 그렇지 않았지만, 1992년을 기점으로 빌보드에서는 한곡이 연속으로 여러 주 동안 1위를 하는 경향성이 나타난다

1990년 한 해 동안 1위에 오른 곡은 총 26곡, 1991년에는 27곡인데, 1992년에는 13곡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1993년에는 단 11곡으로 된다.

1991년에 27곡이, 1주 또는 2주 만에, 1위 자리를 내주는 일이 계속 반복되는 상황에서,

‘Everything I Do) I Do It for You’1991년 7월 27일부터 9월 7일까지 7주간 1위를 기록한다.

 

1983년의 2곡,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Billie Jean’(7주),

폴리스(The Police)의 'Every Breath You Take’(8주) 이후,

가장 오랫동안 1위를 기록한 곡이 된다.


의심할 여지없이 1991년 그해에 가장 큰 인기곡이었고, 한해를 결산하는 빌보드 연말차트에서도 1위는 당연히 ‘(Everything I Do) I Do It for You’의 차지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구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즈음 라디오에서 하루 종일 같은 노래만 나온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우리나라 차트에서는 팝 음악이 대체로 힘을 못쓴다. 요즘 멜론, 벅스 등에서 제공하는 차트의 1위 곡은 거의 항상 아이돌의 신곡이 자리하고 있는데, 만약 1991년 그 시절에도 멜론, 벅스가 있었다면, '(Everything I Do) I Do It for You'는 어쩌면 우리나라 차트에서도 1위를 기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록발라드를 유독 좋아하는 한국인의 취향에도 잘 맞았고, 그래서 더욱 인기가 있었다.

 Neighbours (상)

당대 최고의 배우와 함께 한 시너지

 1991년 3월에 있었던 제6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늑대와 춤을(Dances with Wolves)'은 12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엄청난 화제를 모았고, 결국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음악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하며 그해 가장 주목받은 영화였다. 그 영화를 감독하고, 주연까지 맡았던 케빈 코스트너(Kevin Costner)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그때부터 한동안 할리우드 대세 남자 배우의 지위를 누린다.

Robin Hood : Prince of the Thieves (국내 개봉명: 의적 로빈후드) 영화 포스터[1991년]

그 떠들썩했던 아카데미 시상식 직후라, 당시 가장 핫했던 케빈 코스트너(Kevin Costner)의 차기작으로 더 주목을 받았던 영화,

'Robin Hood : Prince of the Thieves (국내 개봉명: 의적 로빈후드)'가 1991년 6월에 미국에서 개봉했고, 그 영화에 '(Everything I Do) I Do It for You'가 삽입되면서, 노래의 인기는 날개를 달았다.


좋은 노래가 삽입된 영화와, 당대 최고의 배우가 주연한 영화에 삽입된 노래는, 서로에게 확실히 시너지가 되었고, 더 나은 결과로 이어졌음은 분명했다.


 ※ 여담

1. 분위기, 간주, 곡 흐름 등으로 인해 이승철의 ‘넌 또 다른 나’가 이곡을 표절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 당시에 어떤 결론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들어보면 노래의 흐름과 느낌이 꽤나 유사하긴 하다.

2. 앨범 자킷에서 메가폰을 들고 있는 모델은 분명히 브라이언 아담스(Bryan Adams) 일 텐데, 앨범을 처음 샀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아무리 봐도 내 눈에는 왜 끝끝내 미국의 전직 대통령 빌 클린턴(Bill Clinton)으로만 보이는 것인지...



* Waking Up the Neighbours - Bryan Adams (하)에서 계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