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피부에 남편의 이야기가 복사되던 순간

불평 또는 감사

남편의 피부에 빨간 점과 각질이 생겼을 때, 나는 그저 ‘조금 불편하겠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피부가 하나둘씩 달라지기 시작하자 가슴이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첫째와 둘째의 얼굴에 올라온 연한 흰색의 오돌토돌한 좁쌀 여드름, 특별한 로션과 비누를 써도 얼굴과 팔에 조금씩 번져 나갔다. 그 작은 좁쌀 여드름들은 단순히 ‘귀여운 흔적’으로만 볼 수 없었다. 그것은 내 눈에, 남편의 증상이 아이들의 몸에 복사된 것처럼 보였다.


둘째와 셋째는 팔과 다리, 얼굴과 귓볼등에도 아토피 증상들이 생겼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아이들이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부위에 조금씩 증상을 보였기 때문에, 나는 날마다 관찰하고 체크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는 손가락 피부가 벗겨져 바이올린을 연습하기 힘든 날도 있었다. 작은 흉터나 피부 가려움으로 아이들이 자주 긁고 뜯고 피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사실 이런 변화를 겪는 동안, 아이들은 대부분 말이 없었다. 성격상 부끄럼이 많아 자신의 작은 불편을 잘 표현하지 못했으니, 나는 오롯이 관찰자로서 아이들의 몸과 생활을 읽어야 했다. 4명 중 3명이 조용히 참고 그냥 견디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삶이 얼마나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지, 그리고 부모로서 얼마나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는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이런 경험은, 남편의 건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사람마다 몸은 다르지만, 신기하게도 피부 질환은 가족 구성원에게 비슷한 신호로 나타나는 것 같았다. 남편이 힘들어했던 그 증상들이, 아이들에게는 조금씩 다른 형태로 나타나지만 결국 ‘같은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아침마다 장벽을 코팅해주는 느릅나무 가루차를 챙기고, 스무디를 만들고, 방과후에도 가공 식품 대신 건강한 과일 간식들을 챙기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장을 보호하고, 몸 속 염증을 줄이고, 피부와 면역을 돕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작은 일상이었다. 이 반복되는 노력들은 결코 강요나 부담이 아니라, 감사와 책임감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아이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해도, 나는 그 작은 변화 하나가 큰 차이를 만든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어렸을때 부터 사지도 않고 먹지도 않는 캔디와 초가공 젤리같은 것들은 우리집에서는 쓰레기 통으로 직진하는 좋은 습관을 만들었던것 같다.


아이들의 작은 피부 변화는 단순한 외형적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작은 균열과 신호였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병’ 자체만 보고 지나쳤는지,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근본 질문을 던져 본 적이 있는지 떠올렸다. 간호사로 살아온 내 삶은 환자와 병명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환자의 증상을 보고, 검사와 수치와 프로토콜대로 움직이는 삶이었지만, 가족의 건강과 생활 속 신호를 관찰하는 경험은 전혀 달랐다.


남편과 아이들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매일 마주하며 나는 알게 되었다. 치유는 병원에서 시작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생활 속에서 조용히 보내고 있던 신호들을 우리가 이제야 듣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른다.


얼굴 피부에 생긴 작은 좁쌀 여드름, 팔에 오르는 닭살 같은 돌기, 손가락의 벗겨진 피부들… 이 모든 것이 우리 가족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나는 그 메시지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면서, 조금씩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식탁과 생활 습관을 조정하며, 가족과 함께 이 신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깨닫는다. 아이들의 피부는 단순히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가족 전체의 건강과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남편의 증상이 아이들에게 복사되듯, 우리 삶의 작은 선택과 습관이 몸에 반영되고 있었다. 나는 오늘도 아침 스무디를 만들고, 느릅나무 가루차를 타면서, 가족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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