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의 힘은 생각보다 세다
사람마다 자기만의 말투가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글은 조금 다릅니다.
왜냐하면 말은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는 반면에 글은 조금 더 시간적 여유가 있고 얼마든지 다시 고쳐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득 어린 시절 서툰 연애편지를 쓸 때가 떠오릅니다. 왜 그렇게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는지.
그런 면에서 문자나 카톡 등으로 짧게 말하듯 대화하는 글은 말투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글을 쓰다 보면 나만의 문체를 고민하는 시기가 옵니다.
내 글은 너무 투박한가? 내 글은 너무 솔직한가? 내 글은 너무 장황한가? 등등
뜯어볼수록 고민할 게 많아집니다. 저도 그랬고, 뭐 여전히 그렇습니다.
다만 글을 쓰면 쓸수록 스며들 듯 알게 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결국 글의 본질은 내가 전하고 싶은 진심이라는 점입니다. 글의 본질이 진심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지만, 반문할 여지도 많습니다.
나는 정보성 글을 쓰고 있는데, 그런 글은 진심과는 거리가 먼 거 아닌가?라고 말이죠.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보성 글이야 말로 작가의 진심에 따라 글의 가치가 180도 달라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느 카페에 갔는데, 가격도 싸고 분위기도 좋고 사장님도 친절해서 정말 좋았다는 정보를 '카페 추천글'로 작성한다고 해봅시다. 물론 단순한 정보가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위치는 어디인지, 메뉴는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고 가격은 얼마인지 등. 그럼에도 그것이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닌 '글'이라면, 글쓴이의 마음이 투영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예컨대 정말 그 카페에 반해서 칭찬을 반복하고,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글이라도, 그런 서툼에서 우리는 글쓴이의 진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은 진짜 여기가 좋았나 보다'
그리고 글쓴이가 그 글을 쓰며 바랐을 목적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겁니다.
'아~ 이 카페는 진짜 가봐야겠네'
반면에 다소 광고성 글들은 정보는 아주 구체적이고 명확하지만, 홍보의 냄새가 납니다. 이미 수많은 글을 통해 경험치를 쌓은 독자들의 감은 의외로 정확합니다. 정확한 정보가 있지만, 마음은 조금 멀어지기도 합니다.
'내가 홍보성 글에 속아 넘어간 게 한두 번인 줄 알아?'
'열심히 홍보글 올리는 거보니까 사장이 한가한가 봐'
이런 식으로 글의 내용과는 상반되는 마음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 글에는 '진심'이 빠져있기 때문이죠.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최은영 작가의 <내게 무해한 사람>의 소설 뒤에 나오는 작가의 말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의도의 유무를 떠나 해를 끼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나.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나. 때로는 나조차 놀랄 정도로 무심하고 잔인해질 수 있는 나. 내 마음이라고, 내 자유랍시고 쓴 글로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을 소외시키고 그들에게 상처를 줄까 봐 두려웠다. 어떤 글도, 어떤 예술도 사람보다 앞설 순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지닌 어떤 무디고 어리석은 점으로 인해 사람을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겁이 났다.
짧은 몇 줄의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강하게 느껴집니다. 글 속에 정말 수십 번도 넘게 고민했을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살아가면서 참 많이 느낍니다.
진심의 힘은 생각보다 세다는 걸.
글을 쓰면서 문체가 고민이라면, 그 고민은 잠시 넣어두어도 될 것 같습니다. 대신 내가 정말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뭔지, 그 말을 어떻게 해주면 더 잘 전달될 수 있을지부터 고민해 보면 어떨까요?
사람이든, 물건이든, 가게든, 글이든, 사랑받는 건 사랑할만한 가치가 있게 마련이고, 진심이 빠져있는 가치는 잠시 주목을 끌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오랫동안 사랑받기는 어려운 법이니까요.
저는 당신이 사랑받는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