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노트에 글쓰는 사람

by 슥슥



스프링 노트의 종이 한 장을 찢어 이 글을 쓴다. 웬만한 작문은 다 가능한 인공지능 서비스가 화제인 요즘에, PC 타이핑도 아니고 종이 노트에, 그것도 굳이 펜을 쥐고 손으로 무언가를 쓰는 나의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답답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오른손 바로 옆에 노트북이 떡 하니 있긴 하다.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윗부분을 들어 올려 전원을 켜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다. 스프링 노트에 수기로 글을 쓰는 바로 이 모습이 앞으로 할 나의 이야기와 무척 닮아있기 때문이다.



왼쪽을 보니 5일간 쌓인 빨래가 거품을 내며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6평 원룸 방안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햇살은 밝고, 삼십 대 중반의 자취생인 나는 기본 옵션의 책상 위에서 슥슥 글을 쓰고 있다. 새삼 충만함을 느낀다. 결혼해서 분가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에 겨우 자취 정도를 해놓고서.



이 브런치 북은 세상의 속도보다 느린 사람의 이야기다. 너무 느려서 스스로에게 ‘지각생’이란 타이틀을 붙인 한 사람의 반성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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