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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리 Aug 22. 2021

적응해서는 안 될,

   또 한 분이 돌아가셨다, 일주일 동안 세 번째다.

세 번이면 적응할 만도 하지만 여전히 적응 안 되고, 무섭고, 두려운 건 마찬가지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차라리 무뎌지고 익숙해졌으면 하는 일. 하지만 그럴 수 없고, 그래서는 안 된다.


  거친 숨을 몰아쉬던 산소마스크를 떼고

의미가 있나 싶은 수액을 제거하고

미친 듯이 알림이 울리던 기계도 끄고

붙여도 나아지지 않는 진통 패취를 떼어내고

나오지도 않던 소변줄까지 제거했다.


  오늘 돌아가신 할머니는 진통제를 달고 살았다.

항상 얼굴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주름이 가득했다.

아직 숨이 붙어있을 것만 같아서, 포를 얼굴까지 못 덮어드렸다.

눈 감고 있는 얼굴에 여전히 고통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무섭다. 산소가 나오는 장치, 주렁주렁 달려있던 기계, 가래를 빨아들인 장치들을 혼자 정리하는 것이 무서운 게 아니라

정리를 하면 또 새로운 환자로 채워질 이곳이, 그 할머니가 함께했던 시간도 같이 잊혀질것만 같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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