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야, 이것 좀 먹고 가라.”
“막내야, 밥은 먹었나?”
신규간호사 시절 나만 보면 막내야, 막내야, 밥은 먹었는지 항상 물어보는 환자가 있었다. 그럼 나는 항상 “밥 한 그릇 다 먹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들에게 밥은 병원 생활 중 제일 중요한 일과였고, 대화를 시작하게 해주는 하나의 인사였다.
처음 일을 할 때는 눈치가 보여 목이 타들어 가도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간호사실에서 멀리 떨어진 휴게실에 아무도 없을 때 흐물거리는 종이컵을 벌려 물 한 모금을 메마른 목구멍으로 털어 넣던 시절이 있었다. 그 환자분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나를 살짝 불러서 하루는 오렌지 주스를, 하루는 요구르트를 시원한 냉장고에서 막 꺼내어 내가 보는 앞에서 직접 따서 주셨다.
이걸 먹어도 되는지 안 되는지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병실 문 쪽을 한번 쓱 보고, 마른침을 한 번 삼키고 얼른 메마른 목구멍으로 쏟아부었다.
그게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는지 모른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맛과 시원함이다.
한 번은 얼마나 급하게 먹었는지 사레가 들려서 미친 듯이 기침을 했는데, 병실에 있던 모든 환자와 보호자들이 나를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목이 너무 말라서... 죄송합니다..” 그때는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항상 죄스러웠다.
그런 내가 불쌍했는지 환자분은 괜찮다고 천천히 마시라는데 나는 목이 메 눈물도 삼켰어야 했고, 음료수도 삼켰어야 했다.
음료수는 차가웠지만, 마음만은 어느 봄날 만큼이나 따뜻했다.
1년 뒤 신규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왔는데 마침 그 환자분도 계셨었다. (내과 병동 특성상 오시던 분은 계속 오신다)
“이야, 이제 막내 탈출이네!”
“네! 저 이제 막내 탈출했어요!”
1년이 지난 그때는 죄송하다는 말보다 내가 먼저 웃으며, 식사하셨냐고 물어보는 여유가 생겼다.
처음 일하고 1년 동안 듣던 막내 소리를 이제는 들을 수 없지만, 막내라서 행복했었다. 집에서는 항상 든든한 척하는 첫째였지만 오직 병원에서는 막내라고 불리는 것이 ‘나는 언제까지 막내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막상 듣지 못하니 괜히 막내 자리를 뺏기는 것 마냥 질투가 나고 섭섭했다.
그 후 몇 명의 신규 간호사들이 들어왔고 어쩌다 병실을 지나갈 때 급하게 요구르트를 마시고 있는 ‘막내’를 보면 못 본 척 지나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