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 오는 길에서 울고, 화장실에서 샤워하면서 울고,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 없이 울었다.
쉴 새 없이 울어서 내 눈은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고 눈두덩이는 항상 팅팅 부어있었다. 평생 흘릴 눈물이란 눈물은 다 흘려 작은 우물이라도 만들 듯했다. 울면서 어쩌다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인지 내 탓만 하기 바빴다.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았고 나랑은 거리가 먼 단어같이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나 자신을 한없이 초라하고 작은 존재로 만들고 있었다.
내 표정은 항상 무표정이거나, 옆에서 ‘툭’ 건들면 금방이라도 울 듯한 울적한 표정을 짓고 다니면서 점점 말이 없어졌다.
병원에서 일할 때는 정말 딱 필요한 대답만 하고, 집에서는 가족들이 말을 걸어도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하루 동안 한 말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마저도 일하면서 한 대답 정도의 말들이었다. 엄마는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집에 오면 오늘은 뭘 먹고 어딜 갔는지 떠들던 딸이 어느 순간 대답조차 하지 않으니...
잠이 오지 않았다. 그냥 안 오는 정도가 아니었다.
뜬 눈으로 몇 날, 며칠을 보냈다. 자려고 눈을 감으면 어렴풋이 보이는 어둠이라는 알 수 없는 형태가 나를 덮칠 것만 같았다. 이 어둠은 내가 흘린 눈물을 먹고 살았다. 내가 우울해하고 울면 울수록 어둠이라는 형태는 날이 가면 갈수록 점점 커졌다. 무서워서 도저히 잠을 청할 수가 없었다. 두려움에 떨던 나는 눈조차 감지 못하는 날이 늘었다. 뒤 돌아눕지도 못했다. 뒤돌아 눕는다면 내 뒤에 있는 또 다른 어둠과 마주칠 것 같았다. 불안과 두려움에 지쳐 눈을 감고 억지로 자보려고 노력하면 한두 시간은 잘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15분, 30분 단위로 휴대폰 알람을 맞춰 놓은 것 마냥 귀신같이 잠에서 깨곤 했다.
사람이 잠을 못 자면 그렇게 괴로울 수가 없다는 사실을 크게 깨달았다. 잠을 자고 뒤 날 출근을 해야 하는 나는 하루하루가 정말 지옥 같았다. 특히나 3교대를 하는 나에게는. 안 그래도 불규칙한 수면 패턴인데, 그마저도 잠이 오지 않으니 뜬 눈으로 밤새워 뒤척이다 한숨도 자지 못하고 출근해야 하는 날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출근 준비를 하려고 맨발로 화장실에 들어가 큰 거울에 비친 나를 보고 있자니 점점 변하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다. 축 처진 어깨, 푸석푸석한 피부, 체중이 줄어 사라진 볼살, 완전히 풀린 두 눈, 초점을 잃은 눈동자, 언제부터인지 쳐진 입꼬리, 좀처럼 생긴 적 없던 다크서클도 생긴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