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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리 Aug 07. 2021

3. 내가 잘 못 한 건 없어

  다음 날 아침, 수영이도 수소문해서 연락을 주었다. 돌아온 대답은 내가 원하고 기다리던 대답이 아니었다.

ROSC (심박 재개. 심폐정지 상태에서 심장이 다시 박동을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되었지만 검사를 하다 심정지가 와서 돌아가셨다는 것.


  충격이었다. 머리를 한대 세게 얻어맞은 거 마냥 엄청난 충격이었다. 나는 그 할머니가 확실하냐며 재차 묻고 물었다.

떨리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는 표현을 써도 적절했다. 물론 그 할머니는 내가 살면서 그날 처음 본 할머니였지만 왜 그리 눈물이 났는지 아직도 알 수 없다.


  사실을 알고 난 그날은 온종일 멍하게 지내고 끼니도 거른 채 깨어있는 절반은 눈물로 하루를 보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일을 쉬는 날이었다는 것이다. 아직도 그 소식을 들은 날은 생생하게 기억이 나고 생각하면 괜히 가슴이 먹먹해진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나는 기운이 나지 않았고, 애써 기운을 내지 않았다. 내 기분은 한순간에 알 수 없는 곳으로 곤두박질쳤고, 마치 가까운 누군가의 죽음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있는 나를 위해 주변의 친구들은 말했다. “네가 아니었으면 할머니는 병원에서 검사는커녕 차가운 바닥에서 돌아가셨을 거야.” “네가 잘못 한 건 없어.” 친구들이 아무리 좋은 말을 해줘도 나는 안 들렸다.

듣고 싶지 않았다. 어찌 됐든 결과가 모든 것을 보여주었으니까.


  제일 괴로운 것은 할머니를 만났던 도로를 지나쳐야 하는 출퇴근길이었다. 일은 해야 했고 집은 가야 했기 때문에 처음은 집을 한참 돌아가는 버스를 택하기도 하였고, 집까지 걸어가는 것을 선택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니 30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은 걸렸다.

지난 기억을 곱씹으며 출퇴근을 했더니 몸은 몸대로 지치고 시간은 시간대로 허비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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