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페가 쏘아 올린 작은 공
2017년에 나간 서일페에서는 엽서에 담긴 이야기만 들고 나와도 충분했다. 사람들은 그림을 잠깐 본 것만으로도 거기에 담긴 이야기에 쉽게 귀 기울여주었고 작품을 사는 느낌으로 엽서를 구입했다.
그 후에 다른 일 준비로 서일페를 안 나가다가 2024년도쯤부터 다시 나갔다. 그때는 분위기가 너무도 달랐다. 2017년도쯤과 같이 엽서랑 포스터 티셔츠 정도로만 가져갔던 나는 오는 사람들도 전시하는 사람들도 어딘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전시하는 사람들은 스티커나 키링등의 문구제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사람이 많아졌고, 사러 온 손님들은 작품을 보기 보단 굿즈를 사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거기서 홀로 동떨어져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일페는 다꾸 문구의 장으로 변했고, 타겟층도 그렇게 굳어진 걸로 보였다.
게다가 경기 침체로 인해 저렴하거나 값싼 제품을 사려는 소비 현상인 "불황형 소비"가 트렌드인 요즘은 사람들이 철저히 조사를 해와서 정말 마음에 드는 브랜드만 킵해두고 사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같이 전시를 한 사람들의 후기에는 손님들이 필요한 것만 딱 사고 가볍게 다닌다고 하기도 했다. 인지도를 높이지 않거나 홍보를 안 하면 살아남기 힘든 구조였다.
그런 가운데 나는 2025년 여름 서일페를 신청하고 말았다. 인지도도 별로 없고 다꾸용품은 전혀 없는 내가 거기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콘셉트가 확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지도가 없으면 눈에 띄기라도 하자 하는 마음에 브랜딩을 공부하기도 했다.
그리고 서일페라는 전시공간 안에서는 대부분이 다꾸용품을 판다면 고객들도 다꾸 용품을 바라고 오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럴 땐 다른 특별한 아이디어 상품으로 차별화를 두기보다 남들이 파는 스티커, 모조지 스티커, 다이어리, 속지 등등의 물건을 팔되 그림으로 차별화를 두는 게 어떨까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은 스티커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보자고 다짐했다. 최대 20종.. 차근차근히 5월까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도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