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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배 Zoe Aug 19. 2023

세상을 향해 웃어 보이기로 했다

22-12-01


요 며칠 워커들 사이에선 내 포크리프트 운용 문제가 이슈였다. 물론 내가 그들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는 못해서 확신할 수는 없다. 다만 자꾸 내 이름이 들리고, "너 포크리프트를 조작할 수 있어?"라고 묻는 걸 보면서 추측한 바다.


오늘 오전에 창고 출입구가 정리되고 바닥이 깔끔해졌다. 그 덕에 포크리프트를 편하게 몰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생겼다. 레이가 내게 오더니 포크리프트를 손에 익혀보라고 말한다. 학원에 있던 것보다 더 좋은 기계인지 조작이 한결 낫다. 다만, 나는 아직 팔레트를 랙에 예쁘게 넣는 걸 잘 못한다.



별 긴장 없이 연습을 하다가, 팔레트를 조금 부셔 먹었다. 레이에게 내가 팔레트를 부수었다고 고백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을 먹다 영광의(?) 흔적을 간직하고 싶어졌다.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세상에, 팔레트가 다른 걸로 바뀌어져 있었다. 분명 레이는 "원래 부서져 있어서 괜찮아!"라고 했다. 내가 사진을 다시 찍으러 오지 않았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배려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나는 나를 많이 아껴주는 이곳 사람들을 느낄 수 있다.


오늘 포크리프트 위에 앉아 있으니 지나다니는 모든 직원들이 "너 포크리프트 자격증이 있니?" "잘했다!!!" 하며 온갖 칭찬을 다 해준다. 마치 사랑과 칭찬을 듬뿍 받는 어린아이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랄까? 어찌나 뿌듯한 하루였는지 모른다.



오늘은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는 날이다. 엊그제 마치 계시처럼 좋은 주제를 하나 받았다. 이번 주에는 긍정심리학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이 긍정심리학은 나를 이곳으로 이끌고 온 장본인이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하듯이, 긍정심리학이 나를 이렇게 웃게 만들었다.


내가 긍정적인 모습으로 삶을 이야기할 때면 누군가 나를 칭찬하는 듯 얘기하면서도 그 앞머리에 "대책 없이"란 말이 붙였다. 심리학 강의실에 어떤 글을 올리고 이런 댓글을 받았다.


"제 친구와 정말 닮으셨네요. 저도 제 친구의 대책 없는 긍정을 보면서 부러울 때가 많답니다."


나는 지금 내 모습 이전의 나를 알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겠지만 나는 그때의 나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나는 나를 염세적인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다녔다. 세상의 안 좋은 모습을 낯낯이 파악하는 게 내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세상의 온갖 부정적인 것들을 다 알아내려 파헤치고 다녔다. 사람들이 숨긴 의도를 파악하고 내가 먼저 선수를 치던지 교묘하게 발 빼는 것들을 익혔다. 그렇게 모든 걸 알고 나면 세상에게 데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염세적인 내가 자랑스러웠다. 꽤나 현명한 모습이라고 여겼다.


그 염세적이던 나는 사람들 앞에서 적당히 표정관리하며 뒤에선 욕을 했고, 풀리지 않는 스트레스는 블랙아웃이 될 정도로 술을 퍼부어가며 풀었다. 긍정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고 지금 보면 그다지 건강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나도 그때 긍정적인 사람을 보면 대책 없이 봤다. '세상을 저리 살면 당하고만 살 텐데 험한 세상에서 정신을 제대로 못 차리고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시선으로 나를 보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글쎄, 세상을 나쁘게 보면서 찡그린 채 살 때보다 나는 지금의 세상살이가 훨씬 편하고 행복하다. 정확한 이유까지는 설명하지 못하겠지만 그렇다. 내가 먼저 세상을 향해 웃었기 때문에 세상이 나를 향해 웃고 있는지도 몰랐다. 소피가 나에게 자주 해주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웃으면서 사니까, 세상이 자꾸 웃음 짓는 것만 같다고.


나라고 부정적인 생각이, 걱정이, 불안이 들지 않는 건 아니다. 나는 부정에 깊이 빠졌던 적이 있던 사람인지라 아직 깔끔하게 긍정만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 약한 감정은 언제나 빼꼼 내밀어 나를 놀린다. 우리 모두는 여리고 불안한 존재이다. 70세에 가까운 소피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건 나이와는 상관없는 일이란 것도 알게 된다. 그래서 나와 소피는 끊임없이 되새긴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지금 웃음 짓기 위해 계속 노력한다.


이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어느 순간에는 노력하지 않아도 웃음이 흘러나오지만, 우리에게도 가끔은 노력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우리의 웃음이 그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부정적이었던 나는 그곳에 머물러 있었지만, 긍정을 추구하는 나는 앞으로 향할 길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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