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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재훈 Oct 24. 2021

 지구Earth를 걷다>길 위에 길이 있다.1


지구Earth를 걷다>길 위에 길이 있다.1       


            



“여행보다 나를 키운 것 없다”         


(인류문명의 시원, 아크로폴리스의 언덕, 사진=윤재훈 기자)     


지구! 45억 6,700만 년 전에 형성되었으며 태양으로부터 세 번째 행성, 엷은 대기층으로 둘러싸여 있고 지금까지 발견된 지구형 행성 가운데 가장 크다. 그리하여 인류가 생겨났다. 

만약에 청소년들에게 권한다면 <세계 배낭여행>을 떠나라고 하고 싶다. 나의 두 발로 세계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나와 다른 모습 다른 환경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보기를 원한다. 그것은 ‘세계정신’을 키울 수 있다. 

인류는 왜 이렇게 유사(有史) 이래로 전쟁이 끊이지 않고 서로 사랑하지 못하는가. 오랜 왕조시대가 끝나고, 36년 일제 치하를 견디며 기적적으로 독립하고, 거기에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잔 후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했던 조국이 어떻게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이 되어 우리가 이렇게 잘살고 있는가? 세계의 많은 나라는 왜 이렇게 극한의 날씨 속에 가난에 허덕이며 의료혜택도 받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는가? 세계는 바이러스 속에 떨고 있는데, 지구상의 조그만 나라가 어떻게 코로나 진단키트를 개발하여 세계가 러브콜을 하고, 떠났던 민족들이 다시 조국으로 돌아오는가?     

 

“책 속에서는 느끼지 못하고, 

이 땅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무수한 이야기들이, 내 온몸으로 다가올 것이다.”   

      

(끊어진 압록강 철교, 사진=윤재훈 기자)     


“여행을 떠나면, 문화 충격의 쓰나미가 온몸으로 몰려온다.”     


우리는 오늘도 어딘가 지구 위에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나는 어떤 발자국을 남길 것인가. 세계의 여행길에서 나는 수많은 서양의 젊은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진즉부터 그렇게 떠나고 있었다. 

책 속에서는 간접경험을 할 수 있지만, 여행은 내 온몸으로 부딪치는 체험이다. 그 속에서는 잠자던 하나하나의 감각들이 생생하게 살아나 나를 일깨워준다. “그러니 떠나라.”     

 

“백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 번의 세계여행이 낫다.”     

 

(몽골벌판을 지나며, 국제 열차 안에서, 사진=윤재훈 기자)        


5년 동안 세계를 돌았다. 세계의 풍경과 세계의 기후를 다 간직한 것 같은 <중국>, 거스름돈을 던지며 기차 바닥에 가래침을 뱉으며 담배를 피던 모습은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세계 제일의 고속철로 무장하고 그 여행길에서 보이지 않던 중국인들이, 2014년쯤부터 세계의 거리에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의 동북쪽, 압록강과 두만강을 경계 삼아 건너편 조국을 뒤로하고, 남의 나라 땅에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조선족. 단둥, 지안, 용정, 연변, 심양 등에는 한국어 간판과 플래카드가 휘날리고 있었다. 정류장이나 식당의 메뉴가 한국어로 되어 있어 더욱 정겨웠던 땅, 우리 동포들이 소수민족으로 살아가고 있는 곳.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옛 모습이 온전하게 보전되었던 <핑야오>, 중국 최대의 고도 <시안>, <뤄양>, 두보의 고향 <청도>, 남서쪽의 관문 <쿤밍>. 그곳에서는 다리 위를 걸어 베트남 국경을 넘었다.   

   

바람, 구름, 초원의 땅

그 땅을 찾아가기 위해 서해를 건너온

한 사내가 서 있다     


베이징역, 인산인해의 틈바구니에서

홍조 띤 얼굴을 하고 그가 시간을 가늠한다

철길만 외로이 벌판에 길을 내고

그 끝은 어디에 닿아있는지 아득할 뿐이다    

 

사내가 다시 손차양을 하고

무엇이 그리운지 동쪽을 본다

저 해무가 거치면 아련한 그 나라가

이어도처럼 떠 있을 것이다     


끝없이 달리는 푸른 구릉들

그 지평선 위로 오르는 구름은

저마다 미완의 꿈들을 피워 올리는지

바람 속에서 가볍게 몸피들을 부풀리고 있다     


길을 달리는 건

오직 철마와 끝이 보이지 않은 전신주뿐

그리고 낮은 구릉들 사이로 언뜻언뜻 달리는

푸른 늑대 한 마리를 보았다     


말발굽 소리도 이미 잦아든 지 오래인

이 푸른 대륙에

이 길의 끝은 도대체 어디쯤 가 닿아있을까

잠도 자지 않는 빙하가 365일 흘러내리는

천산 산맥 중심부를 관통하고 들어가

잠들어 버렸을까

맘모스의 화석처럼     


언뜻언뜻 보이는 게르들

오직 하늘에 떠 있는 구름만이 이 땅에서는

그늘을 만들 수 있다     


신은 어찌하여 이 광활한 벌판에

이토록 작은 인류를 보내셨을까

사내가 문득 벌판에 서서 다시

해시계를 가늠한다   

  

길이 나 있다

광활한 초원 위로

난마(亂馬) 하는 길들

저 길들은 도대체 모두 어디로 간단 말일까

주체할 수 없는 꿈들을 안고

저마다 한 길씩 잡아 떠나갔을까

구릉 사이로 늑대 한 마리 또 스친다     


사내는 나지막한 구릉 정상까지 뛰어 올라가

손차양을 하고 초원을 바라본다

어디에도 늑대가 간 길은 없다

가벼이 몽골벌판을 떠다니는 바람만이

초원을 핥고 다닌다     


부드러운 곡선만이 아가의 둔부처럼

지평선에 누워있고

거대한 뭉게구름들이 포근한 엄마의 품처럼

능선들을 다독이고 있다

                 -푸른 늑대를 찾아서, 윤재훈     


(바간의 동자승)


가도 가도 초록의 융단 오직 구름만이 그늘을 만들 수 있는 몽골, 아오자이와 논라Non La의 고향 <베트남>, 하롱베이 앞 갓빠섬에서 만난 여인은 어선에서 고기 몇 마리를 받더니 집으로 초대를 한다. 한국 화장품, 라면 등 한국 제품으로 일색인 그녀의 방, 선한 심성의 여자, 섬을 떠나면서 보니 밤이면 한국인 주점에서 일한 듯했다.

아직 순수의 천국 <라오스>, 맨발의 아이들이 페트병을 주우러 다니던 <캄보디아>, 아이스크림값보다 훨씬 싼 망고와 코끼리 먹이로나 쓰이는 바나나가 지천인 <타일랜드>, 우리의 무채처럼 시원하게 썰어주는 쏨탐(파파야 샐러드)과, 손으로 꼭꼭 눌러서 먹은, 우리 찹쌀보다 낱알이 조금 작은 카우니아오, 주머니가 가벼운 배낭여행자들에게 한 끼가 든든했다. 마을 한가운데에는 으레 황금빛 째디와 불타가 선명한 사원이 몇 개씩 보였다. 

명상수행 위파사나의 고향 <미얀마>, 천 개의 신들이 산다지만 환경과 사람들의 생활은 너무 비참한 <인도>, 세계의 폐차들이 다 모여 있는 것 같아 가슴 아픈, 눈 시리게 청정한 자연의 히말라야 <네팔>, 그리고 안나푸르나 ABC. 오랜 비원의 <일본>. 

다시 중국 서부 사막의 위구르족들의 나라, 란저우에서 티벳보다 더 티벳다운 오체투지의 행렬 <싸파>, <둔황>의 명사산과 월야천을 지나 고속도로 입구부터 검문이 시작되던 위구르족의 나라, 삼엄한 도시 <우루무치>. 

국제 열차를 타고 넘어가는 중앙아시아 석유 부국 <카자흐스탄>, 하늘 아래 첫 호수 이식쿨의 <키르기스스탄>, 찬란한 이슬람의 나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부하라, 거대한 흙성의 히바. 


(우즈베키스타, 히바의 흙성)


카리브해를 넘어 코카서스 3국, 카스피해에서는 파도가 칠 때마다 바위에서 기름이 줄줄 흘러내리는데, 오일 머니로 흥청거리는 <아제르바이잔>, 아름다운 풍경과 포도주의 나라 <조지아>, 성서에 의하며 대홍수가 끝나고 노아의 방주가 도착했다는 그들의 성산 아라라트 산을 터어키에 빼앗기고, 지금도 전쟁 중인 브랜디의 나라 <아르메니아>,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남자들이 사는, 물보다 더 싼 기름이 넘치지만, 국민은 가난한 무슬림의 나라, 1ℓ에 80원, 그 시절 한국을 검색해 보니 2990원이었다. 더 올리고 싶지만, 한국에서 가장 비싼 주유소라는 오명을 쓰기 싫어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고, 

20여 분 이상 택시를 타고 가도 300원이 채 나오지 않아, 내리면서 괜스레 기사님 눈치를 보며 빨리 못 내리고. “땡큐”하며 먼저 푸근한 인사를 보내는 그 얼굴을 보고서야 안심하고 내리고.

미국의 국가봉쇄로 기름값이 150원으로 올라가자 폭동이 일어나는 나라, 청소년들이 한류와 삼성·LG 브랜드를 너무 좋아하며, 가슴을 열어 재친 주먹만 한 석류 주스가 물값보다 싼 나라 <이란>, 북에서 남까지 횡단, 천 년 유적의 <케슘 아일랜드>는 화성에 온 듯했다.   

       

(이스탄불 블루모스크(술탄 아흐메드 모스크), 사진=윤재훈 기자)     


1m만 파면 유적이 쏟아져 나오는 <터어키>에 산재한 찬란한 그리스 문명을 따라 동서 횡단, 지구 위의 또 다른 화성 풍경 <카파도키아>, 거대한 지하 도시 <데린쿠유>, 한국인이 유난히 많이 온다는 하얀 석회의 산 온천이 흘러내리던 <파묵칼레>, 지중해를 따라 널려있던 그리스 시대 거대한 원형경기장과 신전들.    

    

(지구 안의 화성, <카파도키아>. 사진=윤재훈 기자)        

 

(흰 석회의 산과 온천수, <파묵칼레>, 사진=윤재훈 기자)     


마침내 아시아 대륙의 끝에 왔다. 거대한 중국 대륙을 지나고, 세상에서 가장 큰 제국을 건설했던 징기스칸의 후예들이 땅을 지나고, 실크로드를 따라 중앙아시아를 횡단했다. 이란을 종단하고 터키를 횡단하여 이곳까지 왔다. 이제 지중해를 돌아 보스포루스 해협을 넘어 유럽 땅으로 들어갈 것이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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