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굶었을까
세계는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을 것이다
새들이 하루종일 먹이를 찾아 헤매듯
그도 그러했을 것이다
아무리 하루살이 인생이라고 하지만
고국에서는 그의 부모님이나
그리운 아내와 자식들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세계는 또 어떤 이데올로기와 이상을 꿈꾸며
오늘을 위태롭게 지탱하는지
-장발장을 만나다, 윤재훈
(로마 조국의 제단)
두 대륙을 품고 있는 터키의 아시아 대륙을 넘어 맞는 유럽의 첫인상은, 난민, 소매치기와 부랑아 들이었다. 어느 나라를 가든지 넘쳐났다. 불행하게도 그들은 타국에서 도시 불안과 국격 하락의 원인이었다.
그 첫 땅 불가리스로 유명한 <불가리아> 그리고 수도인 <소피아>. 인류문명의 시원이라는 <그리스>는 부랑아와 노숙자들로 넘쳐났으며 밤이면 어둠침침한 골목마다 흑인들이 서서 불안하게 했다. 아크로폴리스 앞에 드글거리던 흑인들의 강매와 소매치기들. 지중해의 바람을 맞으며 나지막한 산정에 서 있던 인류문명의 시원 아크로 폴리스 언덕의 <파르테논 신전>, 땅의 배꼽 움팔로스와 신탁이 이루어지던 <델포이>, 마케도니아 중심도시 <테살로니카>.
추억의 영화 벤허와 쿼바디스가 생각나는 땅, 천 년 제국 <이탈리아>. 로마 원형경기장 <콜로세움>, 로마제국 중심지라는 <포로 로마노>, 모든 신을 위한 신전 <판테온>, 연인들의 명소 <트레비 분수>. 이탈리아 안의 또 다른 나라 <바티칸>, 대성당과 미술관. 르네상스의 시작 <피렌체>. 운하의 성지 시원한 바다의 <베네치아, 밀라노, 나폴리>.
<마르세이유> 바다에 점점이 떠 있던 요트. 그들의 자존심이라는 루브르 박물관에는 세계에서 훔쳐온 약탈문화재가 넘쳐나고, 자국에서 달라고 해도 주지 않는다. 회색빛 하늘 아래 미라보 다리, 그 아래 세느강으로는 흙탕물과 쓰레기만 영불해협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파리, 베르시 세인Very seine 버스터미널
티켓부스 앞에서 초라한 행색으로
서성이는 사내
어느 나라에서 왔을까,
눈동자마저 힘을 잃었다
도너츠를 반쯤이나 먹고 있는 중국인 여자에게
주저주저하며 다가가더니,
빵을 달라고 한다
그녀가 반쯤 떼어주자 서둘러 입에 넣는다
얼마나 굶었을까
세계는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을 것이다
새들이 하루종일 먹이를 찾아 헤매듯
그도 그러했을 것이다
버스 시간이 늦어 허둥지둥하면서
막 티켓을 집어넣으려는 순간, 세상에
여기에서 장발장을 보다니
그가 아직도 살아 있다니,
그것도 더 초라한 모습으로
21세기의 거리를 여지껏
헤매고 다니다니,
탄식이 흘러나온다
나는 주섬주섬 짐을 뒤져
어제 사 둔 커다란 빵덩어리를 주었다
촛점 풀린 그의 눈을 보면서
오늘 저녁은 또 어찌하려나
아무리 하루살이 인생이라고 하지만
고국에서는 그의 부모님이나
그리운 아내와 자식들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세계는 또 어떤 이데올로기와 이상을 꿈꾸며
오늘을 위태롭게 지탱하는지
-장발장을 만나다, 윤재훈
남미 대륙 대부분 땅을 식민지 삼아 지금도 그들의 말이 통용되는 <스페인>, 백호주의와 식민지 제국을 그리워 하고 있는 나라. 유럽 대륙의 끝 거대한 대서양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는 대항해 시대의 약탈자, <포루투칼>, 리스본 바닷가에서 훅, 풍겨오던 약탈자 바스코 다가마의 후추 냄새.
(아크로폴리스에서 잘 보이던 올림피아 제우스 신전, 사진=윤재훈 기자)
산업혁명을 이룩한, 동쪽에서 해가 떠 서쪽으로 지는 섬나라 <영국>, 유럽에 피 냄새를 쏟았던 히틀러와 니체의 나라, 라인 강가의 쾰른 대성당과 통독의 문 브란데브르크 문 <독일>, 항상 약소국처럼 느껴지지만 선량한 사람들이 사는 <폴란드>.
수시로 얼음꽃이 피는 동토(凍土)의 대제국 <러시아,> 북서쪽의 끝 오로라가 춤을 추는 동유럽이 지척에 보이는 옛 제국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 야간열차로 도착한 역에는 4월인데도 함박눈이 진저리치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스 학문의 산실, <아테네 학당>, 사진=윤재훈 기자)
이 지구촌 안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연결Net Work 되어 서로의 문화와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을까? 그런 모습들이 궁금했다.
앞으로 전개될 이 여행기는 단순한 관광객이 아닌 여행자의 시선으로 써 내려갈 것이다. 최소한 한 달이나 두 달, 그 지역에 머물러야만 느낄 수 있는 내밀한 이야기들, 관광지만의 위주가 아닌 현지인들과 숨 쉬면서 살아가는 그 나라의 문화와 민속, 역사를 함께 녹여나가는 여행을 이야기 할 것이다.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여행자, 자신들만이 즐기고 지역에는 아무 이득도 남지 않고, 쓰레기만 남기고 가는 그런 여행을 지양할 것이다. 그 지역에서 나는 음식으로 만든 식탁을 먹으며, 그 지역의 교통수단을 이용하며, 지역민들과 서로 눈빛을 교감(交感)하는 그런 여행을 할 것이다.
(우리가 서 있을 곳이 없어요. 게티이미지 뱅크)
“환경이 아프면 내 몸도 아프다.
환경과 인간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인류는 환경을 단지 파괴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인간은 그 위에 군림한다는 어리석음 생각들을 하고 있다.
인간의 먹거리가 자연스러움을 벗어나서, “네 다리가 있는 것은 책상만 빼고 다 잡아먹은 잡식성을 반성할 줄 모른다.” 그렇게 지구상의 동물들을 다 박멸해 버릴 것 같은 인간의 대식(大食)에 동물의 씨가 마르는 수난을 겪고 있다.
자신이 사는 터전을 이렇게 철저하게 파괴하는 동물은 이 지구상에 인간 말고 또 있겠는가? 그 이기심에 생물 종들이 하나하나 사라지고, 덩달아 창궐하고 있는 메르스나 사스,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단순히 나쁜 놈, 박멸해야 될 대상으로만 생각한다.
더욱 우스꽝스러운 것은 거대한 북극해가 녹아 뼈만 앙상하게 남아 동족포식(同族捕食)까지 서슴지 않는 북극곰을 보면서, 빙하가 녹은 인간들이 만든 재해를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북극 루트의 경제성만 따지는 어리석은 동물이 되어 버렸다.
(필리핀 베르데 섬에서 게가 버려진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갇혀 있다)
매년 허리케인, 대규모 산불, 라니뇨, 지진, 쓰나미, 폭염 등 인간의 탐욕에 대한 자연의 경고는 끊임없이 일어나지만, 인간은 이미 불감증에 걸려 버렸다.
미세 플라스틱을 먹은 물고기들이 중독이 되고, 그것을 다시 인간들이 먹고 있는 살풍경. 물개는 목에 플라스틱 링이 끼여 숨 막혀 죽어가고 있는데, 인간들은 마치 그 플라스틱이라도 먹고 살 듯하다.
바닷물의 수위가 대책 없이 올라가 잠길 위기에 처해지는 나라가 수시로 생겨나고 있다. 이제는 영국 보호령이 되어버린 투발루Tuvalu 섬이나 몰디브Maldives섬, 얄라 군도 등 수많은 섬들에게 닥칠 비운을 보면서도, 파괴와 오염의 질주를 경제성이라는 미명하에 멈출 줄을 모르는 동물들이 사는 나라.
그러면서 매일 자연으로 나가 건강한 몸을 위해 운동을 하고 맑은 공기를 갈구한다. 언제부턴가 스마트폰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수치가 수시로 뜨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반응이 없다. 오늘도 ‘나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과다하게 세제를 사용하고 일회용품을 쓰고, 쓰레기를 버리고 차를 몰고 질주한다.
“그대는 지금 어디로 가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