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족의 산제(山祭)
성소는 어디에 있는가
지상의 가장 높은 곳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그 마음의 성소를 찾아
순례하는 사람들
-마음의 성소(聖所), 윤재훈
마을 사람들은 아침부터 남녀 구분 없이 거의 분홍색 바탕에 은색의 장식구들로 화려하게 장식된 전통의상을 입었는데, 거의 무대복에 가깝게 보인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유일한 놀이터인 운동장으로 들어가니, 벌써 커다란 무대가 만들어져 있다. 마을 사람들은 오늘 종일 이곳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며 놀 것이다.
남자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우리와 비슷한 팽이를 던지거나 치고, 한 쪽에서는 십대 남녀들이 모여 공받기 놀이를 하며 서로의 눈을 맞춘다. 총각보다는 처녀들이 더 도시로 많이 나간 듯하며 오래간만에 만난 청춘들 눈에서는, 불꽃이 이는 듯하다. 집안 경제를 위해 무작정 도시로 떠났던 옛 우리의 누이들의 얼굴도 오버랩 된다.
일부는 몽족이 가장 많이 사는 라오스에서 축제를 크게 한다고 하여 그곳으로 떠났고, 일부는 또 마을에서 가장 높은 ‘도이(산) 매나이’에 오른다.
어느 정도까지는 차로 올라가고 그 다음부터는 걷는다. 그들은 화약총을 가지고 다니며 새를 잡는다. 올라가면서 산에 말라가는 나무를 하나 둘 줍더니 도착 하자마자 불을 피우고, 아까 잡아온 새와 닭을 굽는다.
우리는 밤새 그렇게 산능선이 모닥불가에서 추위에 떨며 술과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이국의 사내들 간의 깊은 정한을 나눴다. 밤이 이슥해지자 마을 일을 도맡아 하는 삼거리 가겟집 주인이 잊지 못하고 올라왔다. 그는 권총을 가지고 있었으며 얼마 전까지도 이 산에 호랑이가 있었다고 거짓말 같은 너스레를 떤다. 밤이 이슥해 지자 주위에 있을지도 모를 짐승을 쫒기 위해 폭죽과 총을 쏜다. 한겨울 산 속의 밤은 더욱 소롯이 깊어가고 어느 정도 이야기 거리도 바닥이 났을까, 심심풀이 포커를 시작한다.
성소는 어디에 있는가
지상의 가장 높은 곳에서
흔들리고 있다는
그 마음의 성소를 찾아
순례하는 사람들
올려다 본 하늘
별들만 까치밥으로 걸려
화흔처럼 박혔는데
어둠은 하나 둘 능선을 지우며
먹빛으로 짙어 가는 첩첩 산중
사람들은 달빛 아래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천 년 전의 밤은
오늘도 깊어간다
-마음의 성소(聖所), 윤재훈
한두 사람은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변변한 깔거리도 덮을 거리도 없다. 일 년 내내 더운 나라라고 하지만 여기는 깊은 산 속, 더더구나 산정상이다. 그것도 한 겨울, 얇은 천 위에 몸을 누이니 냉기가 뼈 속으로 스민다. 그러나 옆 친구는 얇은 이불 한 장 덥고도 코까지 골며 잘도 잔다.
다음 날 새벽, 동도 트기 전에 일출도 보지 않고 서둘러 내려온다. 멀리 타일랜드에서 가장 높은 2,565미터의 ‘도이 인타논’이 점점 엷은 새벽빛으로 밝아온다.
넷째 날과 다섯째 날은 이 인근의 주도이며 미얀마에서 넘어온 샨족의 성지인 쫑캄 호수에 비치는 하얀 샨족 절이 아름다운 매홍손이나, 배낭 여행자들의 천국 빠이로 가서 인근에 사는 부족들이 모여 축제를 한다.
여섯째 날부터는 3일 동안은 본격적으로 타일랜드 북부에서 가장 큰 도시 치앙마이 매림에서 몽족들이 다 모여 다시 축제를 연다.
그런 수많은 소수 민족들이 가난과 억압을 받으며 이 지구상에서 삶을 가열차게 유지하며 살고 있다.
그런 날이면 하늘을 숭상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흰옷을 좋아하며, 커다란 소의 눈에 도는 흰구름처럼 살고 있는 동쪽의 나라, 대한민국에 태어나 사는 것이 축복처럼 느껴지는 그런 새해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