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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Oct 29. 2020

커머스, 살아야 산다

[내일의 커머스 2021] - 01 라이브 커머스

바야흐로 라이브 커머스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 10월 23일 티몬에서 오피스텔 분양권을 판매한다는 이색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소셜커머스에서 자동차나 보험상품까지 판매한다고 했던 것이 이미 수년 전. 오피스텔 분양권도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넘어가려던 찰나,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니 일반 판매가 아니라 라이브 커머스라고 한다. 응? 방송 시간이 한정된 라이브 커머스로 그 비싼 오피스텔을 판다고? 더욱이 그 전달에는 전기차 론칭쇼도 라이브 커머스로 진행했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렇듯 하루가 멀다 하고 라이브 커머스 관련 기사가 나오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곳도 티몬만이 아니다. 아니 우리가 아는 모든 커머스 플랫폼이 라이브 커머스를 시작했거나 준비하고 있다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닌 수준이다. IT업계를 대표하는 두 공룡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미 제각기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를 론칭하였고, 롯데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유통 기업들도 매장에서 진행하는 라이브 커머스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끝판왕 쿠팡마저 라이브 커머스 관련 인원의 대규모 채용계획을 발표하며 라이브 커머스 전쟁에 참전 선언을 하였다. 이제 라이브 커머스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서 업계의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이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하지만 라이브 커머스는 사실 새로운 개념은 결코 아니다. 라이브 커머스는 쉽게 말하면 모바일 기반의 홈쇼핑이다. 쇼호스트가 실시간으로 방송하며 물건을 판매하되, 대신 방송 시간 내 구매할 시 할인이나 단독 구성, 사은품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홈쇼핑의 판매방식. 혜택이나 추가 할인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은 낮되, 대규모 물량을 단시간 내에 판매하여, 박리다매나 재고 소진에는 유리한 모델이었다. 다만 홈쇼핑은 TV 채널이라는 한계가 존재하였는데, 이 덕분에 시청자들은 쉽게 확보할 수 있었지만, 시장 진입도 어렵고 심의도 까다로웠다. 시장은 독과점 형태로 형성되었고, 수수료는 업태 내 최고 수준이었다.


 이에 반해 라이브 커머스는 모바일 기기 기반으로 누구든 어디서나 접근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따라서 주파수를 기반으로 한 홈쇼핑의 채널 독점을 깨트릴 수 있었다. 그래서 사업자도 진입이 쉽고, 판매자도 조금 더 낮은 수수료로 입점 가능한 형태이다. 또한 고객 관점에서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라이브 커머스에서는 언제든 채팅창으로 진행자와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방송을 보고 있으면 시청자끼리도 소통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많은 장점을 지닌 서비스답게 많은 기업들이 이미 수년 전부터 이에 도전해왔다. 대표적인 기업이 서두에서 언급한 티몬이다. 티몬은 티비온이라는 서비스를 론칭하며 한 때 라이브 커머스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정해진 틀과 심의가 존재하던 홈쇼핑과 달리 티비온은 마치 유튜브 콘텐츠처럼 톡톡 튀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갑자기 스태프가 들어오거나, 마구 온라인 상의 드립을 치기도 했다. 개그맨 정형돈이 본인의 이름을 건 돈가스 제품을 들고 출연했다가, 기존의 방송과는 너무 다른 무질서에 벙쪄 버렸던 것이 대표적 사례. 티비온은 한 때 컬트적인 인기를 끌기도 하였고, 지금도 서비스 중이지만 아쉽게도 경쟁 판도를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 


 그뿐이 아니다. 셀럽들이 진행하는 모바일 홈쇼핑이라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우먼스톡이라는 플랫폼도 있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하였다. 모바일 홈쇼핑으로 물건을 소개하고 판매한다는 방식은 신선했지만 좀처럼 거래액이 늘지 않았다. 결국 셀럽들의 공동구매 플랫폼으로 피보팅 하였다가, 최근에는 다른 스타트업에 매각되었다.


 이처럼 라이브 커머스는, 한 때는 모두를 놀라게 한 재능이었지만, 포텐을 결국 터트리지 못한 만년 유망주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올해 라이브 커머스는 그라운드에 다시 화려하게 복귀한다. 대체 올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상황이 이렇게 급변할 수 있었을까?



인타이 백화점의 기적

 앞으로 다룰 모든 “내일의 커머스” 키워드는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코로나 19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코로나 19는 사회의 모든 변화에 있어서 강력한 촉매제로 작용하였고, 라이브 커머스 또한 그러한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다른 키워드와 달리 라이브 커머스는  코로나 19와 특별한 공통점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둘 다 중국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2차 팬데믹이 시작된 요즘은 중국이 가장 빠르게 경제 회복을 하고 있는 나라로 평가받지만, 올해 초 1차 팬데믹 시기만 해도 정말 상황은 심각했다. 특히 오프라인 커머스 업체들은 매출이 전년 대비 20% 수준으로 떨어질 정도로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저장성 항저우를 중심으로 점포 65곳을 운영하던 인타이 백화점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아예 점포 문을 닫아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인타이 백화점은 알리바바의 자회사였다는 것. 그래서 온라인 활용에 능수능란했다는 점이었다. 


 타의적인 폐점 상황에서 인타이 백화점은 이미 뜨고 있던 라방에 주목한다. 출근을 하지 못한 매장 직원들이 직접 팀을 꾸려 재택 라방을 시작하였고, 이게 소위 대박이 났다. 어느 정도였냐고? 2월부터 급락하던 실적이 회복 곡선을 그리더니 5월에는 전년 수준을 회복했을 정도였다. 코로나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매장이 다시 오픈한 지금도 라방은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집이 아닌 매장에서 라방이 진행되며 색다른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알리바바가 늘 외치던 신유통의 새로운 모습 하나가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등장한 셈이다.


 인타이 백화점은 라방은 매장에서의 고객 응대를 온라인으로 옮겼을 뿐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방송 진행자도 유명 쇼호스트가 아닌, 평범한 직원들이었다. 잘 만든 라이브 방송 하나가 1주일치의 매출을 일으키니 직원들도 오히려 신이 나서 참여한다고 한다. 시청하는 고객도 어디서든 편하게 마치 매장에서 쇼핑하는 경험을 누릴 수 있어서 만족하고, 여기에 주문하면 방송 종료 전에 배송이 되는 알리바바의 물류 인프라가 결합하니 폭발적인 성과로 돌아왔다. 특히 직원들 3~5명이 모여 방송을 만들다 보니, 방송 수가 일평균 200여 개. 방송 수가 많다 보니 매출 규모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중국은 이미 예전부터 라이브 커머스가 일상화되었다는 환경적 요소도 존재한다. 우리가 전기차나 오피스텔을 파는 수준이라면, 심지어 중국은 실제로 로켓을 판매했을 정도로 스케일 자체가 다르다. 하지만 코로나 19 이후 새롭게 등장한 인타이 모델은 기존의 것과는 또 달랐다. 우선 유명 인플루언서에 의지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개별 방송 제작에 엄청난 전문성이나 자본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말이다. 그래서 라방은 코로나로 직격탄을 받은 오프라인 업체들의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었다.



매장이라 쓰고 스튜디오라 읽는다

  그래서였을까. 가장 먼저 라이브 커머스에 적극적으로 달려든 것도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이었다. 가장 빨랐던 것은, 이러한 상황을 마치 선견지명이라도 한 듯,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롯데였다. 이미 지난해 12월 롯데백화점은 100Live라는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를 론칭하였다. 소스라이브라는 회사와 협업하여 자사 앱과 웹에 라이브 기능을 붙인 구조로, 보통 쇼호스트가 진행한다. 이렇듯 롯데가 포문을 열자, 신세계는 네이버의 자회사 잼라이브와 협업하여 퀴즈쇼 형태의 라이브를 진행하였다. 여기에 명품 중심의 갤러리아까지 오프화이트와 협업하여 9월에 방송을 진행하고 향후 갤러리아몰에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한다. 라이브와 사랑에 빠진 건 백화점뿐이 아니다. 아웃렛 중심의 이랜드리테일도 유사한 서비스를 론칭하였고, 심지어 전통시장이나 호텔들까지 라이브 커머스 경쟁에 속속들이 합류하고 있다. 


 이렇듯 오프라인 기반의 업체들이 라이브 커머스에 앞다투어 진출한 이유는 바로 현장성에 있다. 최근 기술 발달에 힘입어 스튜디오가 아닌 매장에서도 양질의 방송을 송출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매장에 오지 못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매장의 생동감을 전해주는 대안으로 라이브 커머스가 떠오른 것이다. 



누구에게나 열린 라방

 이렇게 라이브 커머스가 뜨자, 신난 것은 관련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던 스타트업들이었다. 골드러시 당시, 금을 찾아 돈을 번 사람보다 광부에게 청바지를 팔아 돈 번 사람이 많았다는 것처럼, 이들은 때아닌 특수를 누리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그립, 소스라이브 등인데 이들은 고객이나 상품은 가졌지만, 기술력은 부족한 전통적인 대기업들과 이런저런 협업을 진행하며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들은 물론 이런 보조적인 역할에만 안주하고 있진 않다. 이들은 새로운 대안 쇼핑, 플랫폼으로 성장할 거라는 큰 꿈을 가지고 있는데, 가장 앞서 가는 곳은 역시 그립이다. 앱 다운 수는 100만을 넘었고, 올해 초 1,000여 곳에 불과하던 입접업체는 10월 초 5,500여 곳까지 늘었다. 그립의 또 다른 강점은 평범한 사람도 일정한 심사만 거치면 쇼호스트로 직접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립에서는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을 그리퍼라고 지칭한다. 초기에는 그립이 직접 연예인 그리퍼를 섭외하여 플랫폼을 붐업시켰는데, 최근에는 비연예인 출신 스타 그리퍼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론칭한 카카오의 라이브 커머스 모델도 이와 유사하다. 일정한 심사를 거친 판매자가 방송을 진행 가능하다. 입점이 까다로운 대신 방송을 보고자 하는 고객들의 접근성을 매우 훌륭하다. 카카오톡의 UI를 거의 그대로 쓰기에 사용이 편리하고 카카오톡 메시지 마케팅으로 시청자를 불러 모으기도 쉽다. 또한 방송 중간에 커뮤니케이션도 카카오톡 기반으로 이루어지기에 쌍방향 커뮤니케이션도 용이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대되는 모델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앞서 두 업체와 달리 30만이 넘는 스마트스토어 셀러들이 자유롭게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하였다. 정말 누구나 참여 가능한 라이브 커머스라는 점이 차별 요소. 라이브 커머스는 기본적으로 홈쇼핑과 같은 모수의 시청자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큰 볼륨의 거래액을 만들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물론 대박 낸 방송도 일부 있었지만, 파격적인 할인이나 유명한 인플루언서의 참여가 없이도 재현 가능할까라는 의심은 여전히 존재하였다. 하지만 유튜브 시대가 열리면서 모바일 영상 시청은 물론, 영상제작의 허들도 일단 낮아졌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힘입어 개별 방송당 매출은 작아도, 그 방송 수가 정말 수만 단위로 늘어난다면 생각보다 더 빠르게 라이브 커머스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인타이 백화점이 그랬듯이 말이다.



3조? 4조? 그 이상도 가능하다

 결국 2021년은 라이브 커머스 시대의 원년이 될 수 있을까? 이베스트 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의 추정 규모는 올해는 3조 원, 내년은 4조 원으로, 아직은 국내 전체 소비시장의 1%가 채 되지 못한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 옆 나라 중국의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무려 381조 원. 전체 소비시장 내 비중도 3%에 가까운 데다가 여전히 무섭게 성장 중이기 때문이다.


 내년에, 앞서 소개한 주요 플랫폼 업체들의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가 대박 나거나, 그립과 같은 플랫폼이 새로운 유니콘으로 떠오르거나, 카카오와 네이버에 의해 라이브 커머스가 대중화되는 것 중 하나만 실현되어도 아마 증권사 기대치 이상의 성장은 가능하지 않을까? 그리고 성공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우리는 오늘 시켜 새벽에 물건을 받는 세상을 상상하지 못했다. 혹시 아는가. 내년 이맘때쯤이면 우리 모두 라방을 보며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있을지 말이다.





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지난 1년간 뉴스레터를 통해 나눈 이야기를 기반으로 "내일의 커머스"를 상상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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