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마 앞으로 코로나 세대라고 불릴지 모른다. 역사의 큰 분기점은 우리의 일상을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만든다. 원래 보통 사회의 변화는 개인이 체감하기 쉽지 않다. 개인의 삶은 사회 변화 앞에선 너무 작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가 지구의 자전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변화는 너무 급작스럽게 찾아왔기 때문에 우리는 하루하루 그 변화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변화가 모두 다 코로나 탓은 아니다. 오히려 그중 대부분은 이미 수년 전부터 지속되어 왔던 것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단지 그 속도가 빨라져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범위 내로 들어왔을 뿐이다. 레이업 슛을 쏠 때 왼손이 그렇듯이, 코로나는 단지 거들었을 뿐이다.
이는 커머스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이후 우리는 전혀 새로운 일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거리를 나서보자 강남, 이태원, 명동 등 한 때 번화하던 곳에는 임대가 붙은 빈 점포로 가득하다. 롯데는 올해 전체 점포의 30%를 줄이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마트도 지난 2분기 474억 원이라는 역사상 최대의 적자액을 냈다. 이커머스라고 다르지 않았다. 10여 년 동안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온 이베이코리아는 매각 소동을 겪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변화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예견되어 왔던 것이었다. 가로수길, 이태원 등 대표 번화가의 점포들이 비기 시작한 건 오래전일이었다. 이마트가 창립 이래 최초로 적자를 낸 것은 올해가 아닌 작년이었다. 롯데의 구조조정이 발표된 건 올해 2월, 대구에서 터진 첫 코로나 유행이 오기도 전이었다. 이베이코리아는 작년에도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의 거래액과 흑자 실적을 보였지만, 수년간 큰 성장 없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했을 뿐 변화는 바로 턱밑까지 와있었던 셈이다.
과거의 커머스는 가고 우리에게 찾아온 내일의 커머스의 모습은 어떠할까? 우리는 격동기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내일의 커머스를 예측해볼 수 있다. 우리가 체감하는 변화들이 바로 내일의 일상으로 자리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 가게가 살아남으려면 이런 변화에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살아남으려면 대세에 올라타라
물론 이러한 흐름을 미리 읽어내고 남들보다 한 박자 빠르게 움직이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럴 때는 만고의 진리가 있다. 그냥 남들 하는 거 따라만 해도 절반은 한다. 이럴 때일수록 대세에는 빠르게 편승해야 한다. 그렇다면 요즘 커머스의 대세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라이브커머스가 있다. 네이버, 카카오는 물론 쿠팡까지 모든 업체들은 라이브에 빠져 있다. 항상 굼떠 보이던 전통기업 롯데도 이미 뛰어든 판이다. 아직은 미약해 보이지만 라이브커머스는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 이미 모두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두가 합심하여 밀고 있는 것이 식료품이다. 어르신들도 이제 장 보러 더 이상 마트에 가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로켓배송으로 주문하면 내일이면 오는데 굳이 귀찮게 마트에 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일까. 그렇게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생필품 쿠폰을 뿌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저 땡큐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소비자들을 우리의 플랫폼으로 데려오기 위해선 다이어리 제품이라 불리는 핵심 상품을 꽉 붙잡아야 한다.
또한, 동시에 난 더 이상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다. 작년까지 모두의 꿈이 유튜버로 성공해서 퇴직하는 거였다고 하지. 하지만 난 그런 허황된 꿈은 꾸지 않는다. 그냥 소박하게 스마트스토어 하나 열어서 쏠쏠한 투잡이면 만족한다. 아님 적어도 퇴근하고 택배나 음식 배달 투잡은 뛰어야 하지 않나? 전 국민이 스토어를 열고, 배송을 하는 시대. 근데 말이다. 저기는 수수료도 면제하고, 여기는 배달 팁을 더 얹어 준다니 신기한 시대가 아닐 수 없다. 확실한 건 이 모든 것이 대세라는 것이다.
뾰족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지만 모두가 아는 대세만 좇아선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역시 전략 중 최고는 차별화 아닌가. 그렇다면 요새 잘 나가는 차별화 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아마 구독 서비스가 아닐까? 이제 모든 것을 구독하는 시대이다. 우리는 별의별걸 다 구독한다. 매번 사긴 귀찮은 양말과 속옷도. 점심 식사도, 오늘 밤마실 술과 안주까지 말이다. 이게 다 넷플릭스 때문이다. 예전엔 망설여 지던 구독이 너무 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맞춤 구독 서비스가 어렵다면 적어도 편리해야 한다. 경쟁사와의 초격차는 이제 누가 소비자와 최소거리를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새벽 배송을 넘어서 근거리 배송, 퀵커머스의 시대이다. 내일까지 기다리기도 싫으니 당장 와야 한다. 우리 동네 단골가게도 대형 프랜차이즈도 모두 배달을 한다. 음식점이 아니라 정육점도, 아니 심지어 화장품 가게도 말이다. 타이어가 언택트로 오는 시대니 뭐 특별한 게 없긴 하다.
뾰쪽한 서비스도 아니고, 확실한 편의성도 못준다면 말이다. 음 팬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팬 만이 유일한 희망이요 등불이다.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팬들의 지갑은 열리기 때문이다. 팬 만들기 어렵다고? 그러면 뭐 펭수나 라이언에게 부탁하자. 팬들 많은 보유한 분이 곧 슈퍼 갑이다.
확장해라, 그리하면 살아남을 것이다
근데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의 내일은 없을 수 있다. 왜냐면 어려운 시기일수록 큰 놈만 살아남기 때문이다. 특히 플랫폼과의 경쟁은 결코 공정할 수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슈퍼앱의 시대가 오고 있다. 그래서 가장 무서운 존재가 네이버와 카카오인 것이다. 선을 넘어 확장해오는 슈퍼앱들은 커머스 업계의 가장 큰 메기요, 강력한 위협이다.
그럼에도 살아남으려면 금융과 친해져야 한다. 이제 금융과 커머스는 결코 남이 아니다. 괜히 현대카드 회장이 이베이에 감사편지를 보낸 게 아니다. 금융과 연계하지 못한 커머스 서비스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아니 단지 연계를 넘어서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해야 한다. 금융 서비스를 붙인다면 수익 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우리는 슈퍼앱도 아니고, 금융 확장도 쉽지 않다면, 디바이스를 만들어라.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독보적인 디바이스를 가졌기에 소수임에도 살아남았다. 디바이스 중심의 생태계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래서 아마존도 에코를 만들고 룰루레몬이 미러를 인수한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렇게 앞으로 내일의 커머스에 관해 대세의 흐름, 차별화의 흐름, 확장의 흐름 3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다뤄보려 한다. 올해도 수많은 유통회사들이 파산하였다. 이건 태평양 건너 미국 만의 일이 아니다. 곧 우리의 일이기도 하다. 이미 많은 유통회사들이 흔들리고 있고,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였다. 하지만 결국 힘보단 방향이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내일의 커머스를 고민해야 한다.
커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지난 1년간 뉴스레터를 통해 나눈 이야기를 기반으로 "내일의 커머스"를 상상해볼까 합니다.
매일매일의 "오늘의 커머스"가 궁금하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가볍게 트렌드를 나누는 뉴스레터 >>> 매주 트렌드 받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