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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코포니 Apr 30. 2020

Comme un poisson dans le ciel

1집 和

 프랑스어에는 관용구로 'Comme un poisson dans l'eau'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물속의 물고기처럼'인데, 한국어로 '물 만난 물고기' 정도의 의미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곡 제목인 'Comme un poisson dans le ciel' 은 불어로 '하늘에서의 물고기처럼'이라는 뜻을 가졌다. 원래 없는 말인데, 지어냈다. 원래 관용어구에서 '물'만 '하늘'로 갈아 끼웠다.


" 하늘에서의 물고기처럼. "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물고기가 하늘로 가는 건 자살과 다름없다. 물 밖을 나오는 순간 물고기는 살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물고기가 아닌데 물고기인 척 살아가는 존재가 있지 않을까. 단순히 좀 더 착하다는 이유로, 단순히 좀 더 적응력이 빠르다는 이유로 물속에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만약 그런 존재가 있다면 모두가 물속에 사니까, 물속에 살기를 강요당하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이 노래가 시작되었다. 물고기가 물속에서만 사는 건 당연한 결정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존재는 있을 수 있다.


 나는 어쩌면 한국 사회가 바라는 그대로 자라온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대충 보기에 나는 굉장히 적응을 잘 한 한국인이었으니까. 모두가 공부해야 하는 시기에 공부를 열심히 했고, 경쟁하기를 요구하는 학교에서 경쟁에 당당히 승리를 했다. 모두의 고민거리를 따라 해 같은 고민을 나도 했다. 성적을 걱정했고, 대학 진학에 성공한 후에는 스펙을 걱정했고, 연애를 걱정했고, 외모를 걱정했다. 유행하는 옷을 입었고, 유행하는 경력을 쌓고, 유행하는 감정을 가졌다. 동아리에 들었고, 외국어 성적을 땄고, 학점에 목을 맸고, 적당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려 애썼다. 나는 이력서에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로 표현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야자시간에 공부할 때 문제집을 풀다가도 라캉의 책을 읽었고, 1000만 관객 영화를 친구를 따라 보러 가면서도 집에서는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를 보았다. 아이돌 음악에 친구들과 장기자랑을 준비했지만, 나의 MP3에는 라디오헤드와 보위의 노래가 있었다. 경영학과를 본전 공으로 선택하면서도 불어불문학과를 복수전공으로 신청했다. 여성 1위 쇼핑몰에서 옷을 사면서도 특이한 옷들을 사서 옷장에 두었다. 그래프와 수식들로 세상을 분석하면서도 아름다운 세상에 대해 글로 적었다. 적당히 연애를 하면서도 진정한 사랑을 꿈꿨고, 적당히 대화를 하면서도 진정한 관계를 꿈꾸었다.


 나는 물속에만 살아야 하는 물고기가 아니었다. 우연하게 물속에서 태어났고, 눈치가 빨라 물속에서 겨우 살아낼 수 있을 뿐이었다. 나는 엄마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이 곳과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엄마와 나는 쉽게 물을 벗어나는 생각하지 못했다. 주변은 온통 물고기였으니까. 심지어 엄마는 나에게 외교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 대단한 물고기가 되길 바랬던 것이다.


 우리는 경험해야만 알 수 있지 않다. 때로는 경험하지 않은 것을 더 잘 알 수 있다. 우리 자신 안에 답이 있다면 말이다. 나는 물 밖의 세상을 몰랐다. 사회가 요구한 길 그대로를 20년 넘는 인생을 걸어왔다. 그 길이 아닌 곳을 걸어본 적은 없지만, 나는 다른 길을 알 것만 같았다. 


내가 날아가기를 도와줘요, 제발

나의 아가미는 아름다운 날개가 될 거예요.

내가 도망치기를 도와줘요, 제발

나는 새롭게 다시 태어날 테니

하늘에서


엄마는 우리가 헤엄칠 운명이라고 말해요

우리의 입술은 노래를 부르기 위하지 않다고

하지만 나는 다른 삶을 가진 것을 알아요

나의 꿈은 이 바다 위에 있어요


나는 날아요

나는 춤을 추고

나는 구름을 만져요

나는 느껴요

나는 살아요

나는 숨을 다시 쉬어요


  말들이, 지식들이, 오히려 흐리게 만든다. 결국에는 나로 돌아와야 한다. 나의 안에 모든 답이 있다. 아이들이 신과 가깝듯, 우리는 사실 본디 모두 깨우친 존재들이다. 직관 한 줄이 책 한 권보다 정확하고 무겁다. 


나는 물고기가 아니다.





 뮤직비디오는 역시 문독이와 은서와 함께 했다. 그리고 프랑스 디자이너 ‘알렉스’와 협업했다. 문독이가 곡과 어울릴 것 같다고 연결시켜 주었는데, 덕분에 정말 과분한 비주얼이 탄생할 수 있었다. 알렉스는 정말 너무 재능이 넘치는 디자이너였고, 한국을 사랑하고, 예술을 사랑했다. 함께 작업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어항 속의 물고기가 바다로 나가는 내용의 뮤직비디오이다. 어항 속의 나는 현실에 순응하는 존재, 그리고 알렉스의 옷을 입은 또 다른 나는 진짜 나의 모습을 나타낸다. 본연의 나는 어항 속의 나에게 계속 말을 건다. 거짓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진실을 알려준다. 



 촛불을 하나씩 전부 켠다. 진짜의 내가 나의 안을 밝히는 모습이다. 모든 불이 갑자기 꺼지고 등불 하나만 남는다. 그 등불을 들고 진실된 나는 껍데기뿐인 나의 밖으로 나간다. 진정한 내 모습으로 살기로 결심하는 장면이다. 어항 속의 나는 이제 바다로 간다. 바다 깊이 들어간다. 그곳에서 등불을 끈다. 깨달음과 세상이 하나가 된다.



 동묘 시장과 이태원 가구거리에서 소품까지 열심히 구입했고, 스튜디오 두 곳과 바다에서까지 촬영했던, 나에게는 나름 큰 작업이었다. 특히 마지막 바다 장면을 촬영할 때는, 너무 추워서 소주를 잔뜩 먹고 바다에 들어갔는데도 추웠다. 파도가 거세고 바닥이 고르지 않아서 순식간에 바다에 휩쓸릴 뻔도 했다. 죽음이 생각보다 가깝구나, 촬영이 끝나고 문독이랑 웃어넘겼던 것 같다. 속옷만 입고 그 추운 날에 함께 촬영에 임해준 문독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카코포니 Comme un poisson dans le ciel MV

https://youtu.be/Hkuyfcumk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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