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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코포니 May 13. 2020

Sick boy

1집 和

  모든 항암치료가 효과가 없었다. 결국에는 치료가 아닌 하루하루를 덜 아프게 살아내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진통제에 의존해야 했다. 고통의 수치가 점점 거세졌다. 먹는 진통제는 규칙적으로 복용했지만,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였다. 진통제가 든 링겔을 수시로 요청해야 했으며, 엄마가 직접 눌러서 약을 투입할 수 있는 기계를 달아야 했다.


  이따금씩 간호사가 늦게 오거나, 기계에 약이 다 떨어지거나, 한계치를 넣어도 통증이 완화되지 않을 때면 엄마는 아이처럼 병실에서 소리를 지르곤 했다. 아프다고 약을 달라고, 약을 빨리 달라고 애원했다. 긴박해 보이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간호사를 기다리는 것, 의사가 오면 엄마가 많이 아파한다고 한 번 더 이야기하는 것 정도밖에는. 절규하는 엄마의 목소리 옆에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바보가 되었다.


 전문적인 건 잘 모르겠지만, 진통제는 마약성이라 했다. 매우 강한 약이라고 했다. 간호사가 매번 올 때마다 약의 개수를 체크했다. 약은 하나둘씩 줄어갔지만, 엄마의 고통은 약을 이기고 더 커졌다. 나중에 가서는 엄마는 약에 취해 거의 잠만 잤다. 비명을 지르지 않으니 다행인 걸까, 아닌 걸까.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진통제의 양은 늘어날대로 늘어났고, 잠에서 깨도 엄마의 말은 어눌해졌다. 대화를 잘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약의 영향이었겠지. 저녁에 가족들이 다 모인 시간에 잠시 깨어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어떤 날은 그마저도 힘들어했다.

 

 한 번은 엄마가 환각을 보기도 했다. 림프 부종으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은 손에 자꾸 검은 것이 들러붙었다고 반복하며 말했다. 계속 제발 저것 좀 떼어 달라고 혼미스럽게 소리쳤다. 잘 움직이지도 않는 손을 휘휘 저었다. 손톱으로 엄마 눈에만 보이는 그 검은 것을 긁어내려했다. 


 꿈과 현실을 구분 못하기도 했다. 할아버지를 보았다고 했다.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기도 했다. 엄마는 약으로 고통으로부터도 삶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엄마는 삶과 죽음의 경계 속을 우왕좌왕 헤매었다.


 문득, 연극으로 처음 접했던 '트레인스포팅'이 떠올랐다. 희망 없는 사람들이 마약에 물들어 사는 세계. 상황은 좀 다르긴 하지만, 거기나 여기나 시궁창인 건 마찬가지였다. 매일같이 약을 찾는 엄마의 모습에게서 캐릭터 중 한 명인 Sick boy의 모습이 겹쳐졌다. 


잠에 들 수도

깨어 있을 수도 없어

거리를 헤매는 sick boy


술 한잔으로 해결되지 않는

너의 티셔츠 안의 심장


괴로워하지마

외로워하지마


나의 Sick boy

네가 찾는 평온이 나에게 있어

나의 sick boy

나는 너의 간절한 think killer 


틀에 속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어

쓰러져있는 sick boy


입맞춤으로

잊혀지지않는

널 끈질기게 따라온 고독


괴로워하지마

외로워하지마


나의 Sick boy

너가 찾는 평온이 나에게 있어

나의 sick boy

나는 너의 간절한 think killer 


뜨거운 불빛이 빛나

차가운 밤이 곧 끝나

뜨거운 불빛이 빛나

차가운 밤이 곧 끝나


나의 Sick boy

모든 고통의 끝이 여기 있어

나의 sick boy

나는 너의 유일한 think killer


 이 곡 'Sick boy'는 약의 입장에서 썼다. 약의 입장에서 Sick boy와 엄마에게. 교훈적이거나 감동적인 가사내용은 아니다. 약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 그 자체일 뿐. 그래도 약 덕분에 조금은 편안했을까.




 Sick boy 뮤직비디오는 약에 의존하는 Sick boy와 약의 입장을 번갈아주며 보여주려 하였다. 약을 상징하기 위해 과감한 비주얼이 필요했는데, artsdebase의 디자이너인 고민우님께서 의상 협찬을, 또 이재영 헤어 디자이너님께서 헤어피스 제작을 맡아주신 덕분에 실현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 카메라에는 문독이가 메이크업과 헤어에는 은서가 함께했고, 자영 언니와 영석이가 촬영을 도왔다. 모두가 함께했기에 가능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나를, 모두들 도와줬다. 다시 모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카코포니 - Sick boy MV

https://youtu.be/ZoOQeN7Xw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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