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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에 대한 반백살 러너의 푸념

2025서(동아) 국제마라톤 후기

by 난이 Mar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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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16일은

우리나라 최고의 마라톤 대회인

서울(동아) 마라톤이 개최되었고 나도 참가하였다.


이 대회를 위해서 1,000km가 넘는 거리를 뛰었고

60일의 금연도 모진 카보로딩 식단도 수행했다.


그래서 그런지 내게는

더없이 소중한 대회가 되었고

몇 시간의 부끄러움을 통해

인정에 대한 큰 교훈도 얻었다.

광화문일대의 마라토너 인파광화문일대의 마라토너 인파

나의 목표는 2시간 59분 일명 Sub3였다.

풀코스를 그 시간에 뛰려면 1km당 4분 15초의

속도로 쉼 없이 뛰어야 한다.


출발신호가 떨어졌고 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파 때문에 밀렸는데

지속적으로 속도가 나지 않았다.


이상했다.

"내 몸이 왜 무겁지?"

"호흡이 왜 안되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뛰는데

꼭 물속을 뛰는 느낌이었다.

전반부 하프 기록전반부 하프 기록

그렇게 전반부가 힘없이 무너졌다.

그때까지 1km당 평균 페이스가 4분 20초였다.


몸의 이상 징후에 마음이 먼저 꺾였고

다시 몸도 말을 듣지 않았다.


이쯤 되면 아픈 곳도 생기는데

무릎이 시큰거렸다.


목표 페이스를 수정해야 했다.


남은 거리는 1km당 4분 25초 이내로 평균페이스를 유지해서 3시간 5분 이내로

마무리하는 것으로 결심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파워젤을 먹어도 힘이 나지 않고

이상하리만큼 배가 고팠다.


그래서 간식보급소에서 바나나 2개를 집어서 먹었다.

최근 5년 안에는 없었던 일인데

그래도 절대 뛰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자잘한 언덕을 뛰면서 페이스는 더 밀렸고

33km 지점에서 3시간 10분 페이스메이커에게

추월을 당했다.

싱글(3시간 10분 이내 완주)도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그렇게 근근이 달리기만은 멈추지 않고

바다를 향하는 거북이같이

피니쉬라인으로 골인지점으로 아무 생각 없이 뛰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5

잠실대교에 도착했을 때

무심히 시계를 봤는데

최선을 다해 뛰면 그래도 3시간 9분대는 가능할 것 같았다.

후반부 하프기록후반부 하프기록

그렇게 막판을 쥐어짜며

피니쉬라인을 통과할 때

모든 것을 이겨낸

내가 자랑스럽고 대견했으며

감격이고 감동이었다.

그때 기록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뛰었으매 행복했고 마무리했으매 기뻤다.

브런치 글 이미지 7

하지만 감격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러너님들께서 "잘 뛰었어?"라는 질문에

감격도 감동도 모두 사라지고

"망쳤어요"라는 대답을 먼저 했다.

Sub3를 달성한 러너님들을 축하하면서

한편으로는 조금은 위축되고 왠지 껄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8

그날 초저녁에 잠이 들었고

그다음 날 새벽 1시에 깨어나서 못 잤다.


그리고

"내가 자랑스러운데

왜 나를 부끄러워하는지?"

한참을 생각했다.


타인과 비교를 안 하고 살 수는 없지만

최소한 남과 비교해서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인정이 필수적 요소라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를 인정해야

타인을 진심으로 인정하고 축하할 수 있다는

생각도 덤으로 얻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9

이제 누군가

"잘 뛰었어?" 물으면

"네"라고 답하고

"근데 기록은~~~"이라고 말해야겠다.


사실 아쉽지만 행복했다.

힘든데 이겨내서 더 행복했다.

많은 것을 느끼게 돼서 감사한 대회였다.


근데 다음 동아마라톤 무조건 SUB3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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