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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도시 감별사 Oct 29. 2022

경주에서 첫번째 일을 계약하다

1-4 경주 여행이 끝나고 일이 시작되다  

경주에서의 여행이 끝나자 일이 시작되었다. 

여행 가이드북을 내기로 한 일은 무산되었지만 소소한 일을 하게 되었다. 일단 2012년 초여름부터 경주남산연구소와 언론인 팸투어를 진행했다. 서울과 부산 등에서 일간지, 여행잡지 기자들을 초청해 1박2일간 서남산 코스와 동남산 둘레길 일부를 소개했는데 기대이상으로 첫 번째 팸투어가 성황리에 끝이 났다. 그러자 가을에도 한 차례 더 추가 진행했고 2014년까지 매년 한 번씩 기자, 인플루언서 등을 초청하는 일을 진행하게 되었다. 


현지 안내와 차량, 숙박 섭외는 경주남산연구소에서 했지만 기자, 인플루언서 등을 초청하고 전체 일정을 관리하는 것은 나와 개인 회사가 했다. 제대로 보수를 받고 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경주랑 연관된 일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그 덕인지 경주남산 둘레길 소책자 제작도 하게 되었다. 남산 둘레길 방문자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책자였는데 연구소에서 일을 맡겨주었다. 이것이 경주에서의 첫 번째 일이 된 셈이다. 


2014년 6월엔 모 지방 관공서와 첫 계약을 진행하기도 했다. 경북의 축제 등에 대해 공식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에 올리는 콘텐츠를 특정 기간동안 정해진 횟수대로 만들어 제출하는 일이었다. 계약서를 쓰고 나와 공사 건물 앞에서 사진을 찍어 개인 SNS에 올렸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 SNS는 잊을만하면 이 일을 강제로 소환하고 있다.  

    

두 번의 일은 모두 마음먹고 일을 따내려고 하다가 얻은 게 아니었다. 우연히, 그렇지만 꾸준히 경주에 대한 애정을 어필한 결과였다. 무엇보다도 경주에서의 6개월 체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경주남산연구소와의 인연은 처음 여행 가이드북 취재 때문에 시작됐다. 경주 남산을 가야했는데 산행을 혼자서 하기도 어려웠거니와 산 구석구석에 있는 문화재를 찾아다니는 것은 더욱 난감했다. 마침 경주남산연구소에서 매 주말마다 문화해설사가 동반한 남산 가이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연구소에서는 남산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는 코스와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무료로 운영하고 있었다. 

 

앞서 혼자 취재 다닐 때 서남산 코스를 혼자서 6시간 넘게 산행한 적이 있었는데 같은 코스를 오르면서도 남산연구소의 프로그램은 전문가의 해설이 곁들여지니 너무 흥미로웠다. 실제 설명이 곁들어진 경주남산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남산 구석구석 숨어있는 석불과 석탑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가득했다. 경주 남산에는 박물관에 가야할 것 같은 문화재들이 산 전체에 골고루 숨어있었다. 큰 바위와 돌을 이용해 만든 문화재들은 처음 생겼을 때처럼 자연과 어우러져 1천년 후에도 후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남산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야간 안내 프로그램인 <달빛기행> 코스도 신청해 참여했다. 달빛기행 코스는 연구소 소장님이 직접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한겨울을 제외한 기간 중 매월 보름달이 뜰 때만 진행된다. 해질 무렵 산을 오르기 시작해 3-4시간 동안 코스에 있는 문화재들을 돌아본다. 달빛 아래 산행이 처음이라 시작이 두려웠던 것과는 달리 달빛 아래 드러낸 남산의 불탑과 불상들이 너무도 신비해 감탄을 하곤 했었다. 전문가의 설명이 더해지자 남산 자체가 감동이었다. 

  

그 프로그램 참여 후 연구소 소장님과 인연이 생겼고 서울에서 경주까지 와 집까지 구해 돌아다니니 기특해 하시며 당시로선 지방에 관심가져 주는 이가 드문데 책까지 쓰려고 한다며 이런 저런 도움을 주시곤 했다. 어느날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는 마침 팸투어를 해야 한다며 도움을 요청 하시길래 기쁜 마음으로 나선 것이 일로 이어졌다.  


모 지방공사와의 인연도 독특하다. 시작은 공사에서 운영하는 일반인 대상 **리포터에 지원하게 되면서 였다. 경주 체류 이후 1년여의 시간이 지난 2014년 봄, **리포터 모집 공고를 보았다. 경주와 계속 연결된 계기를 만들고 싶었던 나는 그 이전까지 경주에서의 6개월 살이는 물론 안동, 문경, 영주 등을 돌아다닌 경험을 바탕으로 망설임 없이 지원했고 선발되었다. 사실 내 경력이 일반적이지는 않아서 선발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담당자가 오히려 전문성을 좋게 봐 주었다. 

 

리포터들을 위한 첫 팸투어 이후 담당자가 마침 경북의 축제콘텐츠 제작 작업을 해야 하는데 앞서 일을 진행하기로 했던 업체와의 일이 어그러졌다며 나에게 가능하겠냐고 물었다. 예산을 보니 차비는 나올 듯 하기에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공식적으로 계약을 맺게 된  첫 일이 된 셈이다. 


이후 그 관공서와는 지금까지 매년 1~2건의 사업 용역을 진행하면서 지방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된 초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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