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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도시 감별사 Oct 29. 2022

나는 늘 소도시를 꿈꾼다

0-1. 프롤로그 '나는 왜 이 글을 쓰게 되었나'

내가 마흔 넘어서 지방 소도시를 떠돌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무슨 큰 목적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 살면서 그저 무언가 이끄는 대로 움직인 것 뿐인데 여기까지 왔다. 우연히 아이와 경주를 여행했고 그 여행이 마흔 이후 내 삶을 매우 많이 바꿨다. 요즘 로컬이라고도 부르는 지방소도시에 대한 탐구를 진지하게 시작한 것이다(왜 우리말을 두고 로컬이라는 단어를 쓰는 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한달살기’를 난 10여 년 전에 했다. 경주가 좋아 경주에 6개월짜리 월세 집을 얻었고 주중 2-3일은 경주로 향했다. 그러다 경주 주변의 도시들도 방문하고 안동, 목포, 하동 등 지방 소도시의 방문을 넓혀갔다. 알면 알수록 참 매력적인 소도시가 많았고 그런 소도시를 만나면 늘 방이나 집을 얻어 한두 달 살고 싶어졌다. 그러다가 지방 소도시에서 일도 하게 되면서 더욱 진지하게 지방을 바라보게 되었다.                      

새삼 돌이켜 본 내 삶은 ‘지방’과 매우 밀접해 있었다. 서울 태생이고 정규 교육과정을 서울에서 다 마쳤는데도 내 삶은 ‘지방’과 뗄 수가 없었다. 일단 경상도 출신 아버지와 전라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은연 중에 늘 그 고장의 문화나 관습이 익숙했고 그 고장을 자주 방문했다.             

연년생 동생이 태어나 유년 시절 대부분을 경상도 친가에서 보낸 것도 그렇고 사춘기 때 집이 싫어 방학이면 시골로, 친척집으로 돌았던 청소년 시절도 그랬다. 여행기자와 여행사 홍보마케팅 담당, 여행콘텐츠기획자를 경험한 것도 어쩌면 40대 이후 로컬에서의 삶을 현실로 이루기 위한 준비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현재 온전히 지방도시에서의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내 삶의 반은 지방도시와 관련된 일로 이루어진다. 거기에 최근 지자체와 일을 하는 회사에 입사를 했다. 그 전에는 모 지자체의 여행 콘텐츠 제작을 위해 해당 지역의 자료를 뒤적이고 취재 다녀온 내용을 주제에 맞게 엮는 일을 했다.        

얼마 전 남편에게는 몇 년 후 내 주소를 지방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얘기해두었다. 더 이상 내 주소지가 어디인지 이런 저런 이유로 중요해지지 않은 순간이 오면 미련 없이 내가 머무르고 싶은 도시로 등본을 옮기겠다고 했다. 당연히 이사를 갈 수도 있다.     

             

한창 여행기자로 일하던 20대후, 30대 초반에 막연히 마흔 이후는 지방 도시의 관광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 그 막연한 꿈이 나도 모르게 이뤄지고 있는 중이었나 보다.       

 

이 글은 지방 도시에서 성장한 나를 돌이켜 보며 소도시에서 삶을 꿈꾸는 나를 기록한 글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글이지만 지방 소멸 시대, 수도권 팽창 시대에 한번쯤 지방에서의 생활을 꿈꾸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던 이들에게도 좀 더 용기를 줄 수 있는 글이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여유가 된다면 내 얘기 다음에는 대도시에서의 삶을 마다하고 지방에서 삶을 이루고 있는 이들의 인터뷰도 함께 담아 보고 싶다. 지방소멸시대라고 해도 요즘 지방에서 제2, 3의 인생을 펼치는 이들이 많다. 지방에서 살았던 경험이 없는 이들도 고군분투하며 지방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우연히 이런 분들을 만나면 더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한창 글을 쓰던 와중에 예상치 못하게 직장에 다시 취업을 하게 되어 차일피일 글의 완성을 미루게 되었다. 상반기에 썼던 이 글을 소장용으로 영원히 묵혀둘 뻔 했다. 지난 주 출장을 다녀온 날 브런치 마감이 연기된 것을 알게 되었다. 아, 이것도 기회인건가 싶어 서둘러 브런치를 펼쳤다. 브런치 발행을 계기로 이에 대한 글을 지속적으로 쓰고 싶은 바램도 담았다.   

   

2022년 10월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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