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의 눈-
올해의 두번째와 세번째 시는 무던히도 오래 걸렸습니다.
그 간 준비해온 게임을 내놓기에 앞서 뭐 그리 준비할 것이 많은지.
원래 이 시를 쓰게 된 '눈은 방생하는 치어들'이라는 감상은 군대에서 얻게 되었습니다. 3년전 겨울 꽤 많은 눈이 내렸고 야간 근무를 서며 제설까지 끝냈을 때 였습니다. 문득 철조망을 비추는 밝은 경계등을 올려보았습니다. 소나무에 흰 빛이 어리는 게 참 예뻤습니다. 그리고 스쳐지나가는 눈발들은 거센 바람이 움직이는 대로 흩날렸는데, 그 모습이 마치 꼬리 흔들며 물살가르는 치어들 같았습니다. 저마다의 생을 맞이하러 뛰어나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계획만 가득했던, 1월 어느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눈이 가득히 내리는 것을 보고 괜시리 우울해졌습니다. 그 다음날은 손님이 적게 오겠구나, 이젠 어떤 것을 준비해야할까 등등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눈앞을 자꾸 아른거리는 눈들이 신경쓰였고, 그게 제일 잘보이는 가로등 불빛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가로등 밑에서 춤추는 눈발을 보니 군대에서 받았던 감상이 떠올라 초안만 잡아놓고 잠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쌓인 눈을 보고 한숨 탁 쉬니 기분이 풀어졌습니다.
그 '때'가 이 시에 담겨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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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시를, 아직 눈을 잊지 못한 모든 사람들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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