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도서관 투어
정신없이 일만 하며 지내다가 퇴사를 결정하고 난 후, 하던 일을 제대로 마무리한다고 마지막 근무일까지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지난주 일요일 저녁이 되어서야 든 생각: ‘나 이제 뭐 하지?'
그래서 부랴부랴 이번 퇴사 1주차, 아니 안식년 1주차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동기부여가 필요하거나 마음의 위로가 필요할 때, 혹은 뭔가 답을 찾고 싶을 때면 늘 책을 찾는다. 그러다 보니 올해에는 잦은 출장과 많은 업무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책을 많이 읽었지만, 사실 읽고 싶은 책은 더 많았다. 그래서 정했다.
이번 주의 컨셉: “책 속에 파묻혀 원 없이 책 읽으며 지내기"
그동안 가 보지 못했던 여러 도서관에 들러 하루를 보낼 생각에, 먼저 서울 시내 이색도서관을 검색해 찾아봤다. 방문해 보기로 한 곳은 원당한옥마을도서관, 다산성곽마을도서관, 아름인 도서관(홍제천), 구산동 도서관, 손기정문학도서관.
원당한옥마을도서관, 다산성곽마을도서관, 손기정문학도서관. 세 곳을 먼저 들렀는데, 공간 자체가 너무 예쁘고 특색 있었지만, 그리 넓지 않은 데다가 사람이 많다 보니 앉고 싶을 만한 자리는 이미 다 차 있고 몇 자리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도 온 김에 책을 한 권 들고 와서 읽어 내려갔지만 심적으로 여러모로 불편한(?) 자리여서 간단히만 읽고 나와야 했다.
세 번의 경험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던 데다가, 흐린 날씨 탓도 있어서 나머지 이틀은 남산도서관과 마포평생학습관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익숙한 곳이기도 하고 자리도 있었기에, 몇 권의 책을 읽어 내려갔다. 결과적으로는 "책 속에 파묻혀 원 없이 책 읽으며 지내기"는 "책 속에 파묻혀 지내기"로 반쯤은 성공한 셈이다.
내가 도서관에서 읽은 책들은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 <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백수도 성공은 하고 싶지>, <쓰는 습관>, <나는 반년만 일한다> 등이었는데, 특히 일본 작가의 <나는 반년만 일한다>를 읽으며 문득 아무 대책 없이 퇴사한 것에 대한 후회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제 나는 뭐 해 먹고살지?" 생각과 함께 며칠간은 초조했고 뭔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감쌌다. 그래서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고.
그러다 퍼뜩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다시 바쁘게 보내려고 안달이 난 것인가'
퇴사 1주차인데... 좀 느긋하게 쉬면서 안식년을 갖겠다는 게 애초 계획이었는데,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하면서 다시 정신이 돌아왔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등에 대해서 알아가고, 이를 준비해 나가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여유 있고 천천히 해나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안식년 프로젝트 1주를 보내고 난 결론은: 원 없이 책을 읽으며 여유 있게, 어떻게 살아나갈지 천천히 찾아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