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생활] 정리 1개월 후. 에필로그

by 소소롱

나의 첫 번째 독립생활을 정리하고 본가에서 생활한 지 1개월이 흘렀다. 사실, 다친 발목 때문에 본가에서 머물렀으니 생활이라고 하면 이보다 오래되기는 했지만, 나의 독립 공간에 있던 가전, 가구 등의 짐을 본가로 옮겨오고 '진짜' 독립생활이 마무리된 것은 이제 2개월 차.




"본가로 다시 돌아온 후, 생각보다는 잘 지내고 있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엄마와 큰 다툼을 두 번이나 했다. 독립하기 전에도 엄마와 그렇게 싸워댔는데, 발목 골절로 아예 움직이지 못할 때는 오히려 나도, 엄마도 여러모로 기운이 빠져서 그런지 각자의 '선'을 넘지 않고 그럭저럭 함께 지냈다. 그런데 막상 이런 기간이 길어지면서 서로 스트레스가 쌓인 것인지, 이사를 하고 더 이상 내가 피난을 갈 수 있는 나의 공간(?)이 없어진 직후부터 별 것 아닌 이야기에도 엄마가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는 싸워도 갈 곳도 없건만. (물론 이것은 나의 관점이지만)


엄마와 나의 관계는 막다른 골목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독립하면서 잔뜩 구입한 나의 짐들은 잘 지내고 있다(?). 이사하기 전에는 전부 들어갈지 의문이었는데, 두 개의 공간을 내가 쓰기로 하면서 침대와 책상 등 나의 모든 짐을 방에 잘 욱여넣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 커다란 가전을 전 주인이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받아 썼고, 일부는 나 역시도 다음 사람을 위해 놓고 왔다는 것. 그리고 내가 구입한 밥솥 같은 일부 작은 가전과 그릇 등은 언제가 될지는 모르는 나의 다음 독립생활을 위해 창고에 잘 보관 중이다. 새로 가입했던 인터넷은 해지 위약금이 어마무시해서 일단은 90일간 일시정지를 해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생각해 보니 지난 1년여의 시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퇴사한 지는 조만간 2년 - _ - 하아). 1년 전, 본가가 지역을 옮겨 이사를 오면서 20년 가까이 생활했던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버렸고, 이참에 나도 근처로 독립을 해야겠다 싶어 실행에 옮겼다. 부동산에는 관심도 없던 내가 열심히 발품을 팔아 집을 계약하고 공부해서 부동산도 셀프 등기로 진행했다. 내 공간이 생겼다는 기쁨에 해본 적 없는 가구 조립도 해 보고 신나게 꾸미다가, 층간소음이다 뭐가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는 것이 하나 없어 고민이 깊어졌고, 결국 현실로 돌아와 눈을 떠보니 찰나 같은 독립생활을 마무리하고 다시 본가로 돌아왔다. 온갖 헛짓거리는 전부 해대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정리되고 모든 것이 ‘無'가 되어 버린 느낌.


인생이 리셋된 덕분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요즘에도 계속 부동산 매물들을 확인하고 있다. 다만, 이제는 본가 근처가 아닌 일자리가 보다 많은 서울(+경기) 위주로 보고 있다. 얼마 전 EBS 다큐에서 일자리를 찾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생활하던 어린 부부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 나도 왕복 3시간을 출퇴근을 위해 길에서 버리느니, 일자리가 몰려 있는 서울에 생활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서울 아파트에서 생활하기에는 자금이 턱 없이 부족한 탓에 오피스텔을 보고 있다. 층간소음을 걱정해서 아파트에서 독립생활공간을 결정한 것인데, 아파트라고 층간소음이 약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깨달았기 때문. 이래저래 힘든 세상 살이, 어디가 됐든 일자리 근방에서 생활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일자리를 못 잡아서 문제이지만.




지난 한 달을 보내면서 다시 돌아갈 '나의 집'이 있느냐 없느냐는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엄마랑 싸웠을 때 피신 갈 곳도 없으니^^;;). 다시 하루빨리 자리를 잡고 나의 공간을 마련할 그날을 기약하며 힘을 내야겠다.


나의 첫 번째 독립생활 이야기 진짜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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