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생활] 9개월 만에 다시 본가로

30대 후반 첫 독립, 독립생활을 접고 본가로 돌아왔다

by 소소롱

참으로 마지막 마무리까지 어려운 독립생활이었다. 독립한 지 반년만에 아파트 매도 계약을 하고, 이후 이사와 잔금을 치르기까지, 지난 2개월간은 여러 가지로 마음고생을 하며 보냈다.




늦은 밤과 새벽 층간소음으로, 밤이 되면 도보 10분 거리의 본가로 와서 수면을 취하던 나의 독립생활. 그런데 웬걸... 2개월간 짱 박혀 공부하다가 지쳐서 답답한 마음에 외국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귀국을 이틀 앞두고 발목을 심하게 접질려 버렸다. 발목은 심하게 부어올랐고, 예상치 못한 발목 골절로 출국은 나의 집에서 했지만 귀국은 본가로 해야 했다.


원래대로라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귀국 후 나의 집과 본가를 왔다 갔다 하며 지내다가, 짐을 조금씩 정리하고 옮기면서 본가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처음에 독립할 때와 달리, 책상, 식탁, 침대와 같은 가구와 TV, 청소기 등의 일부 가전을 새로 구입하는 바람에 이삿짐 서비스를 부를 예정이기는 했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 반포장 이사를 선택했기에 내가 짐을 정리하고 싸놔야 했다. 그런데 이게 어려워져 버린 것이다. 발목 골절에 인대까지 완전 파열되면서 깁스 후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워졌고, 한 달 넘게 아예 집에서만 생활해야 했으니...


그런 나를 대신하여 엄마는 매일 나의 집에 가서 환기를 시키고 짐을 조금씩 싸는 일을 반복하며 한 달을 넘게 보냈다. 나는 깁스를 풀고 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지만, 움직임이 여전히 불편했다. 덕분에 나는 한 달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나의 집에 가보지 못하고 이사 바로 하루 전 날이 되어서야 빼놓은 것은 없는지 마지막으로 둘러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나의 집은 휑한 느낌이 잔뜩 들었다. 나의 취향 가득한 물건들로 꾸며놓은 공간은 텅 비어서처음에는 어색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많은 짐들. 무더운 여름 혼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짐을 쌌을 엄마에게 미안함이 밀려왔다. 이 많은 짐을 혼자 어떻게 쌌는지... 그리고는 이내 아쉬움, 시원섭섭함, 불안감 등과 같은 여러 감정들이 찾아왔다. 나의 첫 독립 공간이라고 그렇게 열심히 쓸고 닦았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는데 대한 아쉬움, 이웃에 대한 미움, 다시 자리 잡고 독립을 할 수 있을까 걱정 등... 마지막으로 쓰레기를 버리러 간 엄마가 없는 틈을 타 혼자 텅 빈 공간들을 사진에 담으며 마음을 달랬다.


얼마 후 찾아온 이사 당일. 반포장이사라 짐을 풀고 정리를 하는 일은 우리가 직접 해야 했기에 이삿날에는 온 가족이 총출동해 이사를 도와줬다. 원래 있던 본가의 짐들 사이에서 나의 짐들이 들어오고 배치하는 것을 가만히 앉아 보고 있는 것도 민망했지만, 무거운 것을 들면 안 된다고 해서 나는 조카와 거의 앉아서 책을 정리하는 정도만 도왔고 가족들의 도움 끝에 본가로 모든 짐을 무사히 옮겨 마무리했다.


그러나 또 다른 커다란 산이 있었으니 부동산 잔금 처리... 매수인 때문이었다.




매수자는 내가 집을 내놓은 부동산이 아닌, 꽤나 멀찌감치 있는 다른 부동산을 통해 연결이 되었는데 집을 총 세 번을 봤다. 그것도 여러 명이 찾아와 20분 넘게(너무 오래 걸려서 마지막에는 우리 가족과 부동산에서 시간을 쟀다)...


계약날에는 매수자 3명, 해당 매수자 측 부동산에서 3명으로 총 6명이 와서 증여 세금이니 공동 명의니 본인들끼리 한참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의 정신을 쏙 빼놨다. 그러고는 계약금도 모바일 뱅킹이 불가능하다며 이후 보내주기로 하고 계약서 작성을 마무리를 했다.


계약을 진행하고 얼마 후에는 집을 다시 한번 보여달라며 4명이 집을 보러 왔고, '거실이 좁다', '김치냉장고는 여기에 놔야겠다' 등,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떠났다. 세 번째는 외국을 여행하고 있던 나를 대신해 우리 가족이 집을 보여주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총 6명이 집을 보러 왔다. 마치 모델하우스인 것처럼, 매수자 측 사람들은 나의 짐이 가득했던 붙박이장도 돌아가면서 차례로 열어 보는가 하면 주방 후드 켜는 방법에 대해 우리 가족이 바로 답을 하지 못하자 소리까지 치고 돌아갔단다.


잔금날까지도 쉽지 않았다. 바로 전날 부동산을 통해 전해 들은 바로는, 내가 제시하는 서류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서류를 받고 이후에 이상이 없으면 은행에 가서 돈을 입금하겠다고 했단다. 돈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나의 등기권리증을 내달라니 독특한 제안에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부동산을 통해 정리했고, 잔금 자리에서 한참 기다릴 것을 각오하고 잔금일을 맞았다. 다행히도 모바일 뱅킹을 하기로 해서 문제가 없이 지나 가나 싶었지만 매수자 측 서류 문제, 이체 한도 문제 등으로 우리는 가만히 기다려야 했다. 마무리하고 4시간이 지나서도 다른 요청 전화를 받는 바람에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숨 막히는 매도 경험을 했다.




퇴사하고 일정한 수입도 없으면서 감행한 독립. 마침 본가도 서울살이를 정리한 후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를 왔고, 출장 다닐 때를 빼고는 30대 후반이 되도록 혼자 살아본 적이 없었기에, 이래저래 혼자 독립해서 살다 보면 현실감각이 돌아와서 다시 열심히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1년 미만 보유로 세금만 잔뜩, 각종 구입 비용으로 돈 날림, 현실 감각은 돌아왔으나 여전히 수입 없음. 그리고 마지막까지 이어진 다양한 종류의 스트레스로 울화가 넘치는 기억만 남았다.


"평생 살다 살다 이런 사람들은 처음 봤다"며 혀를 차던 엄마는 큰 경험 했다 생각하란다. 큰 경험 하느라 흰머리는 많이 늘었지만, 가족 덕분에 다친 다리로도 본가로 이사도 하고 잘 마무리했으니 어찌 됐든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마무리하려고 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 독립생활은 이번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층간소음도 그렇고 조금 더 잘 준비해서 자리를 잡았을 때 실행해야겠다.


세금, 이사 비용, 각종 가전/가구 비용 등으로 돈도 많이 날리고, 늦은 나이에 독립했다가 9개월 만에 본가로 다시 복귀한다는 사실을 이렇게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어쨌든 정리가 끝났다.


찰나 같았던 나의 독립생활, (부디) (아주 잠시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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