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예쁘고 특별한
학교로 가는 동안 집마다 묶여 있는 흰둥이들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어떤 흰둥이는 눈이 크고 어떤 흰둥이는 눈이 작았다. 그냥 다 큰 것 같았던 크기도 조금씩 다르고 다리 길이도 다르다는 걸 발견했다.
동네에 사는 흰둥이들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느꼈다. 우리 집에 있는 흰둥이가 제일 예쁘게 생겼다!
“민준아, 뭐해?”
마지막으로 학교 앞 슈퍼에 묶여 있는 흰둥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수정이가 나를 불렀다. 가까이 다가온 수정이가 물었다.
“불도그는 어떻게 됐어?”
“어…… 그게.”
내가 머뭇거리자 수정이가 다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안 사주셨구나. 어른들은 꼭 그러더라. 약속해 놓고 안 사주고. 집에 누구 개털 알레르기 있어?”
“어?”
“이거 비밀인데 우리 엄마도 그랬어. 내가 100점 맞으면 소원 들어주기로 해놓고. 강아지 사달라니까 아빠 개털 알레르기 있다면서 사주지 않는 거 있지.”
“그랬구나.”
“하여튼. 엄마들은 다 거짓말쟁이야.”
수정이가 웃으며 자기네 엄마가 했던 거짓말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불도그 따윈 없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문 앞에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주현이가 보였다. 병원에 간 줄 알았는데 학교에 나온 걸 보니 조금 안심이 됐다. 그렇게 아팠던 건 아니었나 보다. 동생은 인기가 많다. 똑같은 형제인데 주현이만 그랬다. 말은 안했지만 그런 주현이가 늘 부러웠다. 그런데 오늘은 주현이가 인기가 많든 적든 무슨 상관인가 싶다. 그저 괴롭힘 받지 않고 잘 지내면 그만 아닌가.
주현이가 웃으며 나에게 달려왔다. 문득 최근 들어 한 번도 웃으면서 주현이 이름을 부른 적이 없다는 게 떠올랐다. 만날 화만 내는 내가 저렇게 좋을까? 참 이상한 동생이다.
“형 그거 알아?”
주현이가 웃으며 말했다. 아침엔 밥도 제대로 못 먹더니 웃을 힘은 어디서 난 걸까?
“뭐?”
“우리 흰둥이 밥 진짜 잘 먹어. 세상에서 제일 밥 잘 먹을걸.”
“그래서 뭐?”
“그리고 우리 흰둥이 달리기도 진짜 빨라. 세상에서 제일 빠를걸.”
“그래서 뭐 어쩌라고?”
“저기 그리고 우리 흰둥이 짖는 거 들어봤어? 짖을 때 소리도 정말 우렁차다.”
가만히 주현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주현이의 표정이 심각했다. 어떻게 보면 어제저녁 기침할 때보다 더 아파 보였다.
“저기 형. 우리 흰둥이는 그냥 동네에 많아 보이는 개처럼 생겼지만…….”
주현이가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여기서 흔들리면 안 되는데. 마음 한구석이 콕콕거린다. 그냥 뭐. 다른 건 몰라도 동생이 아픈 건 정말 싫다. 이렇게 슬픈 표정 짓는 것도 싫다.
“말해. 뭐?”
“정말 특별해. 그리고 그 개들도 다 특별할 거야. 나는 세상에 있는 모든 흰둥이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해.”
나도 안다. 평범한 것 같아도 흰둥이들은 모두 다르게 생겼다. 나도 전학생이랑 이름은 같아도 외모는 다르니까. 그리고 내가 좀 평범하게 생겼다고 해도 그냥 그런 애는 아닐 거다. 오늘 아침에 수정이가 지금까지 아무한테도 한 적 없는 비밀 이야기를 나에게 해줬으니까.
가볍게 동생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야, 나도 알거든.”
동생이 웃는다. 누구를 위한 선물이면 뭐 어때.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된 거지.
오늘은 들어가는 길에 흰둥이 머리를 쓰다듬어 줘야지. 그리고 넌 우리 동네에서 가장 예쁘고 특별한 흰둥이라고 말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