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둥이도 에취 1.
감기에 걸린 친구가 나타났다
감기 1일 차
“에취!”
수영이의 기침 소리가 들린다. 1교시 동안 벌써 열 번째다.
감기는 쉽게 옮는다. 거기다 초등학생인 나 같은 어린이는 감기로 열이 오르면 진짜 많이 아프다. 엄마나 아빠가 감기에 걸렸을 때는 약만 드셔도 잘 나으시던데 나는 감기에 걸리면 며칠씩 고생한다. 그래서 손을 깨끗이 씻고 아이스크림이 많이 먹고 싶어도 꾹 참았다. 여름이 되면 감기에 덜 걸리니까 그때가 되어서 아이스크림을 배가 빵빵해지도록 먹으면 된다. 지금 5월이니까 한 달만 더 참으면 6월이다.
“여러분 학교에 감기 걸린 친구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선생님께서 수업을 끝내며 말했다. 우리 반에 감기바이러스가 몰려와 선생님도 걱정인 것 같다.
“감기에 걸리지 않게 손 잘 씻고, 옷도 따뜻하게 입도록 해요.”
앞으로 감기가 더 퍼질까 걱정이다.
나는 감기에 걸리면 다른 애들보다 더 아프다. 그래서 학교를 쉬어야 한다. 거기다 감기약은 너무 맛이 없다. 물론 딸기향이 나는 시럽은 좀 먹을만하지만 알약이나 가루약은 생각만 해도 토가 나온다.
애써 피했던 수영이가 다가왔다.
“민아야. 에취! 오늘 세라 생일 파티 가니? 에취!”
수영이가 기침하면서 나에게 말을 건다. 기침할 때마다 감기 바이러스들이 책상 위로 떨어지는 기분이다. 나는 최대한 몸을 뒤로 빼면서 대답했다.
“엄마가 오늘 학원에 꼭 가라고 해서. 나는 못 갈 것 같아.”
거짓말로 학원에 간다고 말했다. 생일파티 초대장이 없다는 이야기는 하기 싫었다. 그리고 나는 세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친하지도 않은 같은 반 아이의 생일 파티에 꼭 가야 할 이유도 없다.
세라와 나는 같은 학원에 다닌다. 학교에서도 안 놀기에 당연히 학원에서도 우리는 놀지 않는다. 거기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중에 늘 1등을 해서 늘 2등인 세라가 나를 미워하는 게 느껴진다. 그렇게 이기고 싶으면 공부를 열심히 하던가.
초등학생이지만 머리가 좋고 성숙한 내 생각을 말하겠다. 세라는 나를 질투해서 파티 초대장을 주지 않은 게 분명하다. 그 애는 은근히 나를 싫어한다.
내 맘도 모르고 말을 거는 수영이는 애써 감춘 내 표정을 눈치채지 못했다. 역시 난 표정 관리도 잘하는 천재다.
“그래? 에취! 같이 가면 좋을 텐데. 에취!”
“괜찮아.”
나는 미소 지으며 손을 저었다. 그리고 수영이가 돌아서자마자 얼른 물티슈를 꺼내서 책상을 닦았다.
감기는 손을 씻지 않으면 걸리기도 하니까. 수영이는 감기에 걸리기 전날 손을 안 씻은 게 아닐까? 파티에 안 가서 다행이다. 거기에 가서 감기에 옮으면 어떡해. 수영이는 기침을 하면서도 마스크도 안 썼는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수영이를 피해 다니다 보니까 학교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