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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예YEEYEE Jun 17. 2024

세상 모든 흰둥이는 특별하다 6. 최종화

가장 예쁘고 특별한


학교로 가는 동안 집마다 묶여 있는 흰둥이들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어떤 흰둥이는 눈이 크고 어떤 흰둥이는 눈이 작았다. 그냥 다 큰 것 같았던 크기도 조금씩 다르고 다리 길이도 다르다는 걸 발견했다.

동네에 사는 흰둥이들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느꼈다. 우리 집에 있는 흰둥이가 제일 예쁘게 생겼다!

“민준아, 뭐해?”

마지막으로 학교 앞 슈퍼에 묶여 있는 흰둥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수정이가 나를 불렀다. 가까이 다가온 수정이가 물었다.

“불도그는 어떻게 됐어?”

“어…… 그게.”

내가 머뭇거리자 수정이가 다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안 사주셨구나. 어른들은 꼭 그러더라. 약속해 놓고 안 사주고. 집에 누구 개털 알레르기 있어?”

“어?”

“이거 비밀인데 우리 엄마도 그랬어. 내가 100점 맞으면 소원 들어주기로 해놓고. 강아지 사달라니까 아빠 개털 알레르기 있다면서 사주지 않는 거 있지.”

“그랬구나.”

“하여튼. 엄마들은 다 거짓말쟁이야.”

수정이가 웃으며 자기네 엄마가 했던 거짓말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불도그 따윈 없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문 앞에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주현이가 보였다. 병원에 간 줄 알았는데 학교에 나온 걸 보니 조금 안심이 됐다. 그렇게 아팠던 건 아니었나 보다. 동생은 인기가 많다. 똑같은 형제인데 주현이만 그랬다. 말은 안했지만 그런 주현이가 늘 부러웠다. 그런데 오늘은 주현이가 인기가 많든 적든 무슨 상관인가 싶다. 그저 괴롭힘 받지 않고 잘 지내면 그만 아닌가.

주현이가 웃으며 나에게 달려왔다. 문득 최근 들어 한 번도 웃으면서 주현이 이름을 부른 적이 없다는 게 떠올랐다. 만날 화만 내는 내가 저렇게 좋을까? 참 이상한 동생이다.

“형 그거 알아?”

주현이가 웃으며 말했다. 아침엔 밥도 제대로 못 먹더니 웃을 힘은 어디서 난 걸까?

“뭐?”

“우리 흰둥이 밥 진짜 잘 먹어. 세상에서 제일 밥 잘 먹을걸.”

“그래서 뭐?”

“그리고 우리 흰둥이 달리기도 진짜 빨라. 세상에서 제일 빠를걸.”

“그래서 뭐 어쩌라고?”

“저기 그리고 우리 흰둥이 짖는 거 들어봤어? 짖을 때 소리도 정말 우렁차다.”

가만히 주현이의 얼굴을 바라봤다. 주현이의 표정이 심각했다. 어떻게 보면 어제저녁 기침할 때보다 더 아파 보였다.

“저기 형. 우리 흰둥이는 그냥 동네에 많아 보이는 개처럼 생겼지만…….”

주현이가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여기서 흔들리면 안 되는데. 마음 한구석이 콕콕거린다. 그냥 뭐. 다른 건 몰라도 동생이 아픈 건 정말 싫다. 이렇게 슬픈 표정 짓는 것도 싫다.

“말해. 뭐?”

“정말 특별해. 그리고 그 개들도 다 특별할 거야. 나는 세상에 있는 모든 흰둥이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해.”

나도 안다. 평범한 것 같아도 흰둥이들은 모두 다르게 생겼다. 나도 전학생이랑 이름은 같아도 외모는 다르니까. 그리고 내가 좀 평범하게 생겼다고 해도 그냥 그런 애는 아닐 거다. 오늘 아침에 수정이가 지금까지 아무한테도 한 적 없는 비밀 이야기를 나에게 해줬으니까.

가볍게 동생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야, 나도 알거든.”

동생이 웃는다. 누구를 위한 선물이면 뭐 어때.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된 거지.

오늘은 들어가는 길에 흰둥이 머리를 쓰다듬어 줘야지. 그리고 넌 우리 동네에서 가장 예쁘고 특별한 흰둥이라고 말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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