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의 하루 루틴은?
어떻게 생활할까?
웹소설 작가의 하루 루틴은?
바로 전 글에 하루에 3만 자를 쓰는 게 '가능은 하다.'라고 말했다.
하루에 만자씩 쓰는 것도 가능하고. 가능은 하다.
그런데 과연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웹소설 작가의 생활, 하루 루틴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망생 작가님과 기성 작가님들을 비교하면.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기성 작가님들은 글을 정말 열심히 쓰신다.
지망생은 아직 데뷔를 하지 않은 작가라 더 열심히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미 데뷔하고 자리 잡으신 작가님들이 글의 양적인 면만 봐도 훨씬 많다.
언젠가 글에 말한 적이 있었지만, 지망생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웹소설은 '돈을 벌기'가 힘들지, 상대적으로 출간을 하기는 쉬운 편이다.
지망생 작가님들에게는 분명히 어려 울 수도 있다. 이건 상대적인 거다. 그런데 다른 분야랑 비교하면 그래도 데뷔가 정말 쉬운 편이다. 드라마, 영화 시나리오, 문학 쪽만 봐도 등단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그에 비하면 웹소설 데뷔는 정말 쉽다.
왜 그럴까? 기성작가님들은 살아남아야 하니까 열심히 한다. 이 판이 얼마나 치열하고, 지긋지긋한지 알기 때문에 계속해서 글을 쓰고 발전을 하려고 한다. 기성이 신인보다 더 열심히 하면, 신인은 기성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더더 열심히 해야 한다.
.... 참... 그렇다.
근데 이게 노오오오력을 해라. 이런 게 절대 아니다 ㅠㅠ....
기성들이 신인보다 글을 많이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글을 쓰는 연습이, 습관이 되었기 때문이다.
웹소설은, 그러니까 <작가>란 정말 자유로운 직업이다. 회사 다니는 입장에서야 이게 부러울 수도 있지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리고 부담이 따른다.
가장 많이들 이야기하는 월급? 안정성? 이런 거 없다. 개인사업이랑 다르지 않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해야 하고, 이번 달에 백만 원을 벌었다고 해서 내가 다음 달에 백만 원을 벌 거라는 보장이 없다. 불안하다. 그러니까 전업작가는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거다.
전업 작가인데 글을 안 써요.
여기서 말하는 건 하루에 적은 양이라도 글을 쓰는 사람은 제외한다. 하루에 3천 자라도 쓰면 글을 쓴 거다.
글을 안 쓰고 놀러 다니는데, 전업작가라고 말하는 사람도 꽤 많다.
간단하다. 책임질 게 없으니까. 웹소설 작가도 직업이다. 회사를 왜 다니나. 열정으로? 열정으로 다니긴 하지. 근데 결국 돈이다. 만약에 돈 안 줄 테니 회사 다니라고 그러면 대체 누가, 얼마나 다닐 수 있으며,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웹소설도 돈이다. 이 작품이 망하면 정말 생계가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이 들면 정말 죽어라 쓰게 된다.
전업작가라고 말하고 글 안 쓰고 놀러 다니는 사람들 보면, 씁쓸하지만 부모님이 집에서 용돈 주시고 휴대폰요금 내주시고, 보험비까지 내주시는 분들 많다. 그거 전부 본인 앞으로 가지고 오면 죽어라 글 쓰게 된다. 아니면 취업할 수도 있다.
사실 이런 마인드의 차이도 있다. 작가는 정말 편리한 직업이다.
나 오늘부터 작가 할래요! 해도 작가가 되고.
나 오늘부터 작가 그만둘래요! 해도 말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 얼마나 좋은 직업인지 모른다.
아무도 책임감을 져 주지 않고, 말리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책임감은 스스로 가져야 한다. 글도 마찬가지다.
웹소설 작가, 프리랜서의 장점을 '하고 싶을 때 마음대로 일 하고, 퇴근할 수 있다.'라고 말 하지만.
거꾸로 우린 퇴근이 없다. 일이 끝날 때까지 무한 야근이다. 월급 없고, 야근수당 없고, 4대 보험 없고, 산재처리 안되고, 휴가 없고 그냥 아무것도 없다.
당신이 글을 쓰고 싶으면 써도 되지만.
글을 쓰기 싫어도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다.
대신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
작가 하면 카페에서 우아하게 커피 마시면서 내가 일 하고 싶을 때 작업하는 사람. 그래서 작가 하고 싶다는 말도 들어 봤다.
우아? 마감이 코앞이면 우아 같은 소리 안 나온다. 그냥 일 하고 있는 거다! 커피는 사무직 이어도 회사에서 마실 수 있지 않는가. 심지어 회사 의자보다 불편한 의자에 앉아서 일 하는 거다.
이거야 말로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말도 안 되는 환상이다.
일 하고 있는데 카페의 분위기나 커피 같은 게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저런 마인으로 작가를 하면, 오래 못 버틴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환상이랑 현실은 다른 법이다.
필자는 '작가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작가에 대한 환상도 없다. 작가가 아니라면 작가에 대한 환상을 가지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다른 직업에 대해 환상을 가지는 것처럼)
적어도 작가 지망생, 작가면 작가에 대해 환상을 가지면 안 된다. 진짜 힘들어진다 ㅠㅠ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글을 쓰는 것.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이건 누가 시키는 직업이 아니니까 말이다.
이건 필자가 사무실에 다녔을 때를 기준으로 적은 거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되거나, 혹은 하루가 통으로 비다 보면 <루틴>이라는 게 생긴다. (지금은 사정상 사무실을 나왔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9:00~10:30 기상 사무실 근처에서 커피 사들고 들어감
11:00~12:00 컴퓨터 세팅 및 글 쓸 밑준비
12:30~1:30 나가서 점심
1:30~6:00 (약 4시간 30분 정도 -> 보통 이때 글 쓰면 5천 자 정도 쓴다)
7:00~11:00 (또는 12시까지) 5시간 정도 -> 5천 자 작업
11:30~ 새벽 : 집에 와서 쉬고, 밀린 유튜브 영상이나 애니 보다가 잠
거의 이렇게 월, 화, 수, 목, 토, 일을 일 했다.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금요일을 쉬었다. 특별한 경우, 마감이 급하거나 출판사에서 뭔가를 해달라는 요청이 없으면 글을 안 썼다.
이러면 하루에 1만 자 좀 덜 써도 7~8천 자 정도는 쓸 수 있다.
그리고 이건 하드 하게 했을 때, 그러니까 집에서 글 썼을 때이다.
작가마다 집중이 되는 공간, 상황 이런 건 다 다르다. 집에서 글이 잘 안 써진다고 하는 작가도 있고, 사무실이 힘들다고 하는 작가도 있고, 카페가 힘들다는 작가도 있다.
나는 집에서 잘 써지는 편이고, 사무실도 무난하고. 사실 카페에서 글 쓰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정말 스트레스받을 때, 집에 사람이 너무 많을 때나 부득이하게 멀리 나가야 할 때만 카페에서 글을 쓴다.)
사무실에서 작업할 때는 3만 자씩 쓴 적이 거의 없다. 이건 집에서 쓴 루틴이다.
7:00~8:00 기상 일어나자마자 씻고, 바로 작업 5천 자 씀
12:00~ 12:30 집에서 밥, 30분 잡았지만 실제로는 노트북 앉아서 10분 만에 해결
12:30~2:00 계속 글 씀, 보통 이 즈음이면 7~8천 자가 나옴.
2:00~7:00 계속 달려서 글 씀 -> 1.5만 자 정도 나옴
7:00~8:30 집에서 밥, 30분도 안 걸림 계속 글 씀
8:30~12:00 계속 글 씀, -> 2.2~2.3만 자 정도 분량이 나옴
12:00 ~ 03:00 (새벽) -> 새벽 3시나 , 이르면 새벽 2시까지 작업하면 3만 자 나옴 그리고 잠
실질적으로 아침 9시에 눈뜨자마자 글 쓰기 시작해서, 점심 먹을 즈음에 1만 자 근처가 되어야 하고. 거기서 저녁까지 텀을 길게 해서 1만 자 + 오전에 못 쓴 분량을 채우고. 저녁 이후에 새벽까지 다시 1만 자를 쓰면 3만 자를 쓸 수 있다.
9시에만 시작해도 15~16시간 앉아서 글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 5천 자에 2시간 정도 잡는다. (빨리 쓸 경우에) 그러면 3 만자니까. 12시간, 그리고 2시간 오버하는 경우도 좀 있고 밥 먹는 시간 감안하면 15~16시간 정도면 쓸 수 있다.
이거보다 빨리 쓰는 건 음.
속기사 타자기라도 가지고 오지 않는 이상 힘들다. 뭐, 한 시간 삼십 분 만에 1화를 쓸 수도 있긴 한데. 그걸 6 화내 내 쓰는 건 정말 난 사람이 아니라면 힘들다. 적어도 나는 정상인이다!
여하튼 이런 내 패턴이다.
근데 하루에 16시간씩 글을 인간이 어떻게 쓰겠는가. 저 짓하려면 약속도 없고, 정말 수험생이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에라이.
요점은 기성이, 계속해서 작품을 내는 웹소설 작가가 작가로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남들이 시키지 않아도 글을 쓰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독촉해서 글을 쓰지 않나요? 하지만, 이것도 좀 옛말인 게. 출판사도 작가 많다.
마감 다음 주까지 드려도 괜찮을까요? 하면 한숨은 쉴지언정. 안돼요.라고 말하는 경우 거의 없다.
작가님 제발 글 좀 써 주세요. 같은 소리 안 한다. 당신이 마감을 미룬다고 해도, 대신해서 받아야 할 원고, 글을 줄 작가가 수두룩하다.
출판사 담당자가 챙겨 준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러니까 웹소설 작가를 지망한다면, 웹소설을 쓸 거라면 글을 쓰자. 설령 그 글이 팔리지 않는 글이라고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