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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솔 Apr 14. 2018

제주 자연에게서 배우는 삶의 태도 '자연스럽게'

일러스트레이터의 제주살이

제주에서는 늘 ‘자연스럽게’ 라는 말을 마음에 새긴다. 가까이에서 보면 볼수록 삶과 자연의 모습은 꽤나 닮아있어 자연은 늘 삶에 대해 많은 것들을 일러준다. 숲을 걷다가, 길가에 핀 꽃을 보다가, 바닷바람을 맞다가, 무심코 스치는 순간마다 자연의 흐름과 삶의 흐름이 같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사려니숲길 Copyrightⓒ 2017 일러스트레이터 안솔 all rights reserved

계절마다 다르게 피고 지는 꽃들을 보면서는 꽃에게도 사람에게도 저마다의 계절이 있음을 깨닫는다. 동백은 모두가 잠들어있는 추운 겨울에 꽃을 피우고 어떤 꽃은 이른 봄에 또 어떤 꽃을 늦은 여름에 피어난다. 그 누구도 동백에게 왜 더 빨리 피어나지 않느냐고 채근하지 않는다. 또한 꽃들은 각자가 가진 색으로 피어날 뿐 다른 꽃이 가진 빛깔과 비교하며 시기하지 않는다. 꽃이 각자의 계절에 각자의 색으로 피어나듯 사람에게도 저마다의 계절과 저마다의 색이 있을 터. 그렇게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들을 보면서는 모두가 각자의 계절에 본연의 색으로 고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나의 믿음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본다.

Copyrightⓒ 2017 일러스트레이터 안솔 all rights reserved

무서울 정도로 거세게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는 날에는 자연 앞에서 한없이 겸허해지고 겸손해지는 법을 배운다. 인간이 제 아무리 잘났다한들 때로는 나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거스를 수 없는 삶의 거대한 흐름과 물결이 있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듯이. 날씨도 삶도 맑은 날만 있으면 좋겠지만 흐린 날이 있기에 맑은 날이 더 소중하고 고맙다는 것을 알고 흐린 날은 흐린 날대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Copyrightⓒ 2017 일러스트레이터 안솔 all rights reserved


어느 날은 앞만 보며 힘겹게 가파른 오름에 오르다가 무심코 뒤를 돌아 봤을 때 뜻하지 않게 마주한 아름다운 풍경에서 꼭 정상에 서야만 진정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몸소 깨닫는다. 우리가 한걸음씩 발을 내딛고 있는 과정들 또한 아름다운 시간 속에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런저런 고민들로 머리가 아픈 날에는 하루마다 해가 뜨고 저물고 해마다 계절이 돌고 돌듯이 결국 이 순간도 고여 있지 않고 다른 날이 올 거라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된다. 삶이 던지는 질문들이 너무도 복잡하고 어려울 때 자연의 모습을 찬찬히 바라보고 있으면 이렇듯 의외로 단순한 해답이 떠오르곤 한다.



 Book <열두 달 제주> 내가 사랑한 제주, 일러스트 다이어리북  글/그림 안솔

                                               Copyrightⓒ 2017 안솔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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