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빈틈이나 존재의 허전함을 사람으로 채우려는 건 무리한 욕심이다. 그래서 음악이 필요하고 책이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말 없는 그것들이 품은 살 같은 말에 기대어 살아가는 나를 본다. 나는 사람과 관계 맺는 법, 사람을 사랑하는 법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간다. 그저 연연하지 않을 만큼 가까워지기를 희망한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사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틈이 있다는 걸 안다.
애써 가까이하려 할수록
더 멀어지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그걸 억지로 메우려 하면 어딘가 금이 간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순간부터 사람 대신 음악을 틀었고,
책을 펼쳤고, 말 없는 자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관계는 생각보다 쉽게 흐트러진다.
시절마다 나를 좋아해 주었던 사람들,
순간의 감정으로 곁에 있던 사람들이 지금은 없다.
그걸 탓하지는 않는다.
머물 수도, 떠날 수도 있는 게 사람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동안, 책 한 권을 꺼내 펼치면
낯익은 문장이 마음을 천천히 덮어준다.
잊고 지냈던 음악이
내 기분을 눈치챈 듯 조용히 스며든다.
창밖 빗소리, 커피 내리는 소리,
종이 넘기는 가벼운 마찰음.
그 모든 것들이 말없이 곁에 머물며 나를 다독여준다.
말 없는 것들은 떠나지 않는다.
묻지도 않고, 판단하지도 않고, 그저 그 자리에 있다.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준다.
사람은 가끔 나를 흔들고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만,
그건 어쩌면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감정이 있고, 변화하고,
때로는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관계가 멀어지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너무 가까워져 서로 상처 내기보다는,
적당한 거리에서 따뜻함을 주고받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삶의 허전한 틈은 사람보다 말 없는 것들로
더 단단히 메워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실망시키지도 않는다.
그저 거기에 있다.
내가 다가가면 다가가는 만큼,
내가 멈추면 멈추는 자리에서.
어떤 날은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문득 아주 작게 내가 나에게 속삭이게 된다.
나비의 끄적임에 잠시 머물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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