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고찰

by 꿈꾸는 나비

-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은 살아가면서 가장 커다란 문제와 마주치고, 다른 사람에게 가장 커다란 피해를 끼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로부터 인류의 가장 커다란 폐해가 생겨난다.

<알프레드 아들러>


- 우리는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관심을 가질 때에야 비로소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다.


-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하는 수고를 감수하라.

시간, 에너지, 이타심, 배려를 요하는 일들을 말이다.


데일카네기, 인간관계론 중에서


알프레드 아들러는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이들이 삶에서 가장 큰 고난을 겪으며 주변에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긴다고 말했다. 인류가 마주하는 커다란 폐해는 결국 그런 메마른 마음들로부터 싹튼다는 그의 문장을 가만히 곱씹어 본다. 데일 카네기의 철학 또한 그 궤를 같이한다. 해가 거듭될수록 선명해지는 진실은 인간은 결코 홀로 멀리 갈 수 없으며 타인과 연결될 때 비로소 삶의 구체적인 의미에 닿는다는 사실이다.


AI가 인간의 능력을 평준화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기술이 격차를 줄여갈수록 역설적으로 우리를 차별화하는 것은 '사람을 이끄는 힘', 즉 각자가 지닌 고유한 매력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매력은 진공 상태에서 홀로 빛나지 않는다. 타인이 나의 존재를 알아봐 주고 긍정해 줄 때, 말하자면 누군가 나의 팬이 되어줄 때 비로소 발현되는 빛이다. 나만의 팬을 늘리는 일은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타인을 향한 진심 어린 관심과 이해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수고로움에서 시작된다.


카네기는 우리가 다른 이에게 관심을 가질 때에야 비로소 그들도 우리에게 관심을 보인다고 역설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곁을 내어줄 사람이 내게는 몇이나 될까. 관계의 복잡함이 버거워 마음의 스위치를 수시로 끄고 켰던 지난날들이 떠오른다. 스위치를 내려버린 어둠 속에서 나는 누군가 나를 찾아와 주길 바랐던가. 스스로 세운 캄캄한 벽 뒤에 숨어 있으면 정작 누가 다가왔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홀로 서는 주체성은 고귀하지만 그것이 타인을 향한 시선까지 거두어들여도 좋다는 면죄부는 아니었다.


사실 지난 몇 년간은 의도적인 고립을 택했었다. 나 하나 바로 세우는 일조차 벅차 타인의 말에 반응할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모든 것이 허무했고 마음의 문을 닫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생존 방식이라 믿었다. 하지만 스위치를 꺼둘수록 나는 무리의 가장자리로 밀려났고, 고집스러운 외골수가 되어갔다. 스스로 선택한 고립이었음에도 어느 무리에도 섞이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는 일은 꽤나 처참했다.


그 모습이 싫으면서도 마음은 좀체 움직이지 않았다. 습관이 된 제자리걸음은 익숙했다. 돌이켜보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일터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서사만 쏟아낼 뿐 내 목소리에는 귀 닫은 이들 사이에서 나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음의 전원을 내렸다. '관심 끄고 살자'라고 다짐하면 당장의 피로감은 줄었지만 동시에 나는 내가 쌓은 성벽에 갇힌 죄수가 되었다. 타인의 삶에서 흘러오는 선한 영향력조차 받아내지 못한 채, 그렇게 좁아진 세계 속에 머물렀다.


이제는 선택해야 할 때다. 제자리에 고일 것인가, 아니면 한 발을 내디딜 것인가. 획일화된 세상에서 끝내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다정한 온기라고 믿는다. 기술이 흉내 낼 수 없는 그 고유한 '인간미' 말이다. 진심으로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며 그 위에 나의 진심을 보태는 서사는 앞으로 더욱 귀해질 것이다. 타인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곧 상대를 존중한다는 뜻이며, 그 연결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행위다.

다시 마음의 스위치를 올려보려 한다.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나와 같은 결을 지닌 이들을 발견하고 서로의 팬이 되는 일, 그렇게 따뜻하게 엮여 살아가는 삶을 꿈꾼다. 각자 독립된 개체로서 매력 있게 서 있되, 서로를 향한 시선을 놓지 않는 삶. 그 관심의 깊이가 깊어질수록 우리는 흩어지지 않고 생의 진실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 또한 마찬가지다. 나의 이야기 속에만 갇혀 있으면 언젠가 한계에 부딪힌다. 시선을 타인에게로, 우리가 공유하는 서사로 확장할 때 이야기는 비로소 풍성해진다. 아닌 줄 알면서도 반복해 왔던 냉소를 내려놓고 이제는 내가 먼저 변해보려 한다. 모든 위대한 시작은 타인을 향한 사소하고도 깊은 관심에서 비롯된다. 오늘 내 주변에 어떤 온기를 남길지는 오직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러니 이제는 살며시 웃어보자. 그리고 나를 벗어나 타인의 삶을 향해 애정 어린 시선을 건네보자. 그 작은 움직임이 나의 세계를 얼마나 넓혀줄지 기대하면서.



나비의 끄적임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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