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래, 다정하게

미처 건네지 못한 안부에 대하여

by 꿈꾸는 나비



출근길에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 첫 곡을 틀어두고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아침 공기 속에서 이어폰 너머로 흘러나온 노래 한 곡이 내 일상에 스며들었다. 김현철의 「왜 그래」였다. 노래를 듣는 동안 생각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긴 이야기 때문도 특별한 멜로디 때문도 아니었다. 가장 마음에 남은 건 그저 “왜 그래”라는 한마디였다. 요즘은 서로의 삶에 관심을 두지 않는 쪽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타인은 말할 것도 없고 가족 사이에서도 각자의 하루에 치여 안부를 묻는 일부터 줄어들었다. 잘 지내냐는 말 하나가 미뤄도 되는 일처럼 취급되는 날들이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라는 문장이 이상하리만큼 따뜻하게 들렸다. 무언가를 해결해 주겠다는 약속도 아니고 지금 당장 설명하라는 요구도 아닌데, 묻는 것만으로 이미 다정함이 되는 말처럼 느껴졌다. 대답이 없어도 되는 질문, 말이 막혀도 허용되는 안부. 이 노래 한 줄이 요즘의 일상이 조금은 삭막해졌다는 사실을 은근하게 알려주고 있다.

곧 오늘도 어제가 될 것이다. 특별히 나쁘지도, 선명하게 좋지도 않은 채 비슷한 표정으로 지나간 날들이 내 삶에도 조금씩 늘어난다. 그런 날들 속에서 나 역시 누군가에게 “왜 그래”라고 묻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 그 말을 건네는 순간 상대의 인생 안으로 너무 깊이 들어가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다 알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나 하나의 삶을 감당하는 일도 버거워 다른 사람의 삶까지 받아들일 여유가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기보다는 그럴 수 없다는 쪽에 더 가까웠을지 모른다. 미리부터 “왜 그래”라는 말로 그 벽을 허물고 싶지 않았던 이유는 그 질문 하나가 관심이 되고 책임이 되고 끝내는 감당해야 할 몫이 될까 봐서였다.


나는 건네지 못하면서 타인에게서는 듣고 싶어 하는 마음. 이토록 다정한 안부를 바라면서도 정작 나는 누구에게도 다정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못내 이기적으로 느껴져 마음이 쓰린다. 그럼에도 여전히 누군가의 “왜 그래”는 다정하게 들린다. 내가 하지 않았던 말이어서, 어쩌면 더 그렇다.



나비의 끄적임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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