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사람들

by 꿈꾸는 나비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람들보다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 서은국, 『행복의 기원』


요즘의 나는, 조금 행복한가 싶다.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람들을 줄이는 일을 내가 꽤 의식적으로 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 내 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사람들이다.


예전에는 어떤 모임에 참여하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중 한두 명쯤 마음이 맞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이 계기가 되어 모임을 계속 나가곤 했다. 그 방식이 틀렸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다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런 관계들 속에서는 정작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분위기에 맞추기 위해, 선택이 조금씩 밀려났던 거다.


작년 가을에 시작했던 셔플댄스 모임도 그중 하나였다. 오랜만에 춤을 춘다는 사실만으로 신났지만, 모임은 곧 연말 파티라는 목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재미에 빠지기도 전에 목적이 먼저 생기자 흥미는 빠르게 식었다. 반복되는 연습과 단체의 합의 속에서, 내가 선택하지 못한 자리에는 행복도 잠시 머물 뿐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 무렵 나는 친구와 일주일에 한 번 걷기로 했다. 둘로 시작한 약속은 셋이 되었고, 우리는 지금까지도 참 잘 맞는다. 등산과 자전거라는 공통의 취미가 있고, 민트와 말차 같은 초록초록한 것들을 좋아한다. 무엇보다 주말 일정이 딸에게 고정돼 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존중해 준다. 어떻게든 시간을 맞춰서라도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말로도 행동으로도 계속 건넨다.


경주 박물관 같이 갈래? 암남공원 트래킹, 다리 다시 잘 만들어졌다더라.

제주도 한라산도, 지금부터 연습하면 갈 수 있지 않겠냐며.


발목 때문에 한동안 제대로 걷지 못했던 나를, 그들은 자꾸 밖으로 끌어냈다. 공원 걷기부터 시작해 조금 더 먼 트래킹, 낮은 산으로 천천히 단계를 올리자며 손을 내밀어줬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우리는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퇴근 후 공원까지 함께 걸으며 눈에 보이는 맛집들을 끝없이 이야기한다. 다음엔 여기 가자, 다 걷고 나와서 붕어빵 먹자, 타코야끼 차 있는 거 알지, 저 굴다리 아래 삼겹살집 노포 느낌 딱이잖아.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인데도 취향이 잘 맞아 웃음이 계속 터진다.


나는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 텐션이 살아나는 편이다. 셋 중 가장 늦게 합류한 친구가 “너 T야?”라고 물을 정도로, 요즘의 나는 말을 숨김없이 툭툭 뱉는다. 덜 숨기고, 덜 가리고, 덜 움츠러든다. 그렇게 선택한 사람들 곁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나 자신에게 가까워진다.


행복은 그렇게 우연히 주어지는 상태가 아니라, 내가 어디에 발을 디딜지 선택하면서 만들어지는 쪽에 더 가깝다. 억지로 주어진 선택들보다 내 자의로 고른 관계와 시간 속에서 나는 훨씬 편안해졌다. 만나고 싶어서 만나는 사람들 쪽으로 걸어가면 그곳에는 내 몫의 행복이 있다.



나비의 끄적임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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