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그간 우리가 했던 다툼의 팔 할은 더 사랑해달라는 몸부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는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의 모든 면이 좋아졌다거나 부딪히는 면이 없어진 건 아니었다. 그저 우리는 이토록 다르고, 꽤 오랫동안 맞춰보려 애썼으나 잘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나와 그는 마치 투명한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사람들 같다. 서로의 존재가 가깝게 보이지만, 뭐라고 말하는지 정확하게 들을 수 없고, 끝내 닿을 수 없는 존재들. 아마도 유리벽은, 각자 타고난 기질과 지금껏 살아온 환경 등 수많은 층으로 이뤄져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존재조차 모르고, 알게 된 뒤에도 쉽게 넘을 수 있을 거라 믿지만, 끝내 넘을 수 없는 견고한 층 말이다. 이토록 사랑해도 싸울 수밖에 없고, 서로가 원하는 것을 다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2017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