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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끔 쓰는 이다솜 Dec 21. 2017

나는 보고 싶다고 말하고 그는 청소를 한다

Essay


또 잊고 있었다. 나는 그를 사랑하기에 보고 싶다고 말하고, 그는 나를 사랑하기에 청소한다는 사실을―그는 기관지가 예민한 내가 집에 놀러 가는 날이면 침구까지 깨끗하게 빨아놓는다. 한 마디로, 우리는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다. 나는 그를 위해 희생하지 않지만, 자주 마음을 표현한다. 그는 가끔 마음을 표현하지만, 자주 희생한다. 희생이 거창한 건 아니다. 조금 하기 귀찮은 일,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정도다. 그조차 내겐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데, 이를 자주 잊는다. 나는 그에게 왜 나의 방식대로 사랑하지 않느냐고, 나를 사랑하는 게 맞느냐고 묻는다. 그도 종종 나의 부족한 배려심과 무심함에 지쳤다고 말한다.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도리어 자기가 더 사랑한다고, 이 관계에서 ‘을’이라고 주장한다. 그저 다른 방식으로 사랑할 뿐이다. 다르게 태어나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가치관 정도만 비슷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식성부터 사고방식, 말투까지 남매처럼 닮아간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참 다르다는 생각을 더 자주 하게 된다. 10년 가까이 만나면서 많은 점이 맞춰졌는데도 여전히 합의할 수 없는, 간극을 좁힐 수 없는 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됐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 다르다는 걸 잘 알면서도, 왜 우리 두 사람의 차이는 이토록 받아들이기가 힘든 걸까. 이제 그에 대해서는 도가 텄다고 생각하다가도 어느 순간 오해하거나 실수하고 있는 나를 보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면서 그가 보냈던 메시지를 한 번 더 읽었다. 그는 내게 지금까지 자신과 자신의 사랑 방식에 관해 여러 번 말했다.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런데도 빈번하게 잊고 다른 소리를 하는 내가 얼마나 답답할까 싶어 코끝이 찡해졌다. 그는 올해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다. 말하자면,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터널 중 하나를 지났다. 아마 내년까지도 힘들 것이다. 새삼스레 미안해서 가슴이 아팠다.


2017년 12월


 책에 실린 글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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