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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 사는 로젠 Jun 26. 2024

퍼펙트 데이

루 리드를 기억하시나요 

   '나에게는 그대와 공원에서 상그리아를 마시고 동물원을 구경하고, 어두워지면 집으로 돌아가는 그런 날이 완벽한 하루예요...'


 우연한 소식 


     루 리드. 싱어송 라이터이자 록의 전설, 루 리드( Lewis Allan "Lou" Reed). 거기서 그렇게 그를 다시 마주할 줄은 몰랐다.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서점 파워 하우스 아레나. 지하철에서 내려 덤보 굴뚝 밑을 지나면 바로 그 책방이 나왔다. 맨해튼 다리로 가는 길에 먼저 들렸다 갑자기 루 리드의 얼굴을 마주했다. 십수 년 전 듣고 또 듣고 음미하고 또 음미하던 그 노래. 퍼펙트 데이. (Perfect day). 노래를 부른다기보다는 시를 낭독하듯이 나지막하게 읊조리는 듯하다. 듣자마자 빠져드는 잔잔히 스며드는 음색. 나의 마지막 기억보다 더 나이 든 얼굴, 오랜만에 본 얼굴이 커버인 책을 보았다. 루 리드의 평전이다.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언제 접했던가. 그의 일생을 다룬 책 앞에서 나는 그가 말년에 간이식을 받았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내가 루 리드의 얼굴을 한찬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멀더가 전혀 뜻밖의 얘기를 전해준다. 루 리드가 간이식을 받고 병상에 있을 때, 홍이 루 리드의 병실에 들어가기도 했다고. 루 리드가 입원한 병원이 지금 홍이 다니고 있는 병원이라고. 그때 홍과 내가 서로 아는 사이였다면 , 혹은 멀더가 내가 루리드의 팬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나는 조금 자세히 그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겠구나. 멀더는 내가 루 리드의 팬이라는 것을 이날 처음 알았다.  

 

영화『트레인 스포팅』으로부터 


   90년대 영국 영화  <트레인 스포팅> , 기차가 플랫폼에 들어오는 것을 관찰하는 취미라는 제목만큼이나 별난, 별나다 못해 완전 맛이 간 젊은 놈놈놈들이 나온다. 한국 영화 놈놈놈(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달리 트레인 스포팅에는 이상하다 못해 완전히 미친 20대 놈놈놈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렌턴(이완 맥그리거)이 약이 든 담배를 피우다 심정지가 오기 일보 직전에 응급실로 실려가 겨우 호흡이 돌아오는 그 위험 천만한 상황에 차분한 음악이 깔린다. 누군가 기타를 적당히 퉁기며 잔잔한 멜로디를 넣고 이야기하듯 노래한다. 인생의 통과의례처럼 치르는 젊은 날의 방황이 아닌 생이 나락으로 추락하고 청년에게 조용히 무엇인가 알려주듯이.  그 노래가 퍼펙트 데이 (Perfectday)였다. 아니 약물로 쇼크 상태로 죽기 일보 직전 의식이 돌아온 놈의 이 순간이 완벽한 날이라니. 장면과 배경 음악이 완전한 아이러니, 이율배반적인데 어쩌면 그렇게도 완벽히 맞아떨어지는지, 배우의 연기, 배경 음악의 음색, 이 노래를 그 장면에 넣은 감독이 다 천재라고 할 밖에!


루 리드의 두 번째 앨범, 트랜스포머 (소장) 


센트럴 파크 


    나는 그때 영화 배경 음악을 듣고 루 리드의 음색에 반하여 앨범을 구입했다. 그가 그 유명한 벨벳 언더그라운드라는 멤버였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다. 내가 록 그룹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알고 있었던 이유는 그 앨범 재킷이 유명한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의 바나나 그림이 그려진, 일명 바나나 앨범.  루 리드의 앨범 트랜스포머(Transformer) 이미 1972년에 발매되어 정점을 찍은 음악인데, 1995년에 영화 <트레인 스포팅>으로 인해 다시 한번 (나 같은) 대중의 주목을 받은 셈이었다. 그가 벨벳언더그라운드의 멤버였을 때 부른 노래가  페일 블루 아이(Pale Blue eyes)였고, 나는 루 리드의 음색에 빠져 들어 살았다. 

   그가 사랑하는 연인과 공원에서 보낸 하루에 영감을 받은 루 리드는, 하루의 위안이 고스란히 스며든 가사를 쓰고 곡을 붙였다. 퍼펙트 데이 노랫말에 나오는 그 동물원이 있는 공원. 그 공원이 바로 센트럴 파크였다. 태생적으로 감정의 극단을 경험하면서 살아야 했던 루 리드, 어쩌면 인생은 불완전한 날들의 연속이고 이렇게 가끔 완벽하게 행복한 하루가 있어서 살아가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브루클린 토박이_루 리드


     비로소 나는 잊고 지낸 몇 가지가 생각났다. 루 리드와 폴 오스터는 함께 영화 작업을 했다. 영화 <스모크>는 그 두 번째 이야기가 있다. 블루 인 더 페이스 (blue in the face). 뭐랄까. 스모크를 찍은 영화팀이 아직 스모크의 세계에 더 머물고 싶어서 만든 영화 같기도 하다. 한국 배우 송강호의 생활연기에 버금가는 아니 그 원조라 할 수 있는 배우 하비 케이틀 Harvey Keitel)이 연기한, 오기의 담배가게를 중심으로 뉴욕의 브루클린이라는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야기다. 놀랍게도 이 영화에 첫 장면부터 루 리드가 나온다. 퍼펙트 데이를 부른 날로부터 다시 20년은 지난 시점인 90년대 중반에 록 그룹의 전형적인 이미지, 어깨까지 오는 장발에 잠자리 안경을 낀 채 담배를 피우며 대사인 듯 자신의 이야기인 듯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브루클린을 떠나지 않는 이유를 말한다. 그저 오래 살아서 잘 아는 곳이라서 머무르고 있다지만.


영화 <스모크 2> Blue in the face. (소장)

    

   당시 영화 <스모크 2>에 루 리드를 출현시킨 이유에 대해 작가 폴 오스터는,  루 리드의 신랄한 감수성, 인생에 아이러니에 대한 그의 인식 때문이었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이 두 사람 모두 브루클린 토박이다. 어쩐지 브루클린의 정서가 나와 잘 맞는다는 느낌이 계속 든다. 센트럴 파크는 맨해튼에 있고 브루클린에는 프로 스펙트 공원이 있었다. 나는 처음에 공원 이름이 매우 익숙한 신발 상표?... 이랬지만 자세히 보면 프로 스펙스가 아니고 프로 스펙트다. 스펙스건 스펙트건. 내가 루 리드가 걸었던 거리를 한번 걸으면서 그의 평범한 하루를 느껴보고자 애썼다.  


영화 <블루 인 더 페이스> 장면






https://namu.wiki/w/Perfect%20 Day

https://namu.wiki/w/Pale%20 Blue%20 Eyes


https://www.hani.co.kr/arti/culture/music/608839.html#csidxdc089f0c362d521a8ea0ed8de448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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