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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 사는 로젠 Jun 26. 2024

루 리드를 기억하시나요

우연한 소식

 완벽한 하루


     루 리드. 싱어송 라이터이자 록의 전설, 루 리드( Lewis Allan "Lou" Reed). 거기서 그렇게 그를 다시 마주할 줄은 몰랐다.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서점 파워하우스 아레나. 지하철에서 내려 굴뚝 밑을 지나면 바로 그 책방이 나왔다. 맨해튼 다리로 가는 길에 별생각 없이 들어갔다가 갑자기 루 리드의 얼굴을 마주했다. 십수 년 전 듣고 또 듣고 음미하고 또 음미하던 그의 노래. 퍼펙트 데이. (Perfect day). 노래를 부른다기보다는 배경음악을 깔고 시를 낭독하듯이 나즈막하게 읖조리는 듣자마자 빠져드는 음색. 내가 가지고 있는 앨범 재킷보다는 30년은 시간이 지난 듯한,  나의 마지막 기억보다 더 나이 든 얼굴, 정확히는 그의 나이 든 얼굴이 커버인 책을 보았다.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언제 접했던가. 그의 일생을 다룬 책 앞에서 나는 그가 말년에 간이식을 받았고 그로 인해 생을 마감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영화『트레인 스포팅』


   90년대 영국 영화  <트레인 스포팅> , 기차가 플랫폼에 들어오는 것을 관찰하는 취미라는 제목만큼이나 별난, 별나다 못해 완전 맛이 간 젊은 놈놈놈들이 나온다. 한국 영화 놈놈놈(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달리 트레인 스포팅에는 이상하다 못해 완전히 미친 20대 놈놈놈들이 등장한다. 주인공 렌턴(이완 맥그리거)이 약이 든 담배를 피우다 심정지가 오기 일보 직전에 응급실로 실려가 겨우 호흡이 돌아오는 그 위험 천만한 상황에 차분한 음악이 깔린다. 누군가 기타를 적당히 퉁기며 잔잔한 멜로디를 넣고 이야기하듯 노래한다. 인생의 통과의례처럼 치르는 젊은 날의 방황이 아닌 생이 나락으로 추락하고 청년에게 조용히 무엇인가 알려주듯이. '나에게는 그대와 {사랑하는 사람과} 공원에서 상그리아를 마시고 동물원을 구경하고, 어두워지면 집으로 돌아가는 그런 날이 완벽한 하루예요...' 그 노래가 퍼펙트 데이 (Perfectday)였다. 아니 약물 중독으로 쇼크 상태로 죽기 일보 직전 의식이 돌아온 놈의 이 순간이 완벽한 날이라니. 장면과 배경 음악이 완전한 아이러니, 이율배반적인데 어쩌면 그렇게도 찰떡같이 맞아떨어지는지, 연기한 배우, 배경 음악의 음색, 이 노래를 그 장면에 넣은 감독이 다 천재라고 할 밖에!


루 리드의 두번째 앨범, 트렌스포머 (소장) 


바나나 앨범의 멤버 


    나는 그때 영화 배경 음악을 듣고 루 리드의 음색에 반하여 앨범을 구입했다. 그가 그 유명한 벨벳 언더그라운드라는 멤버였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다. 내가 록 그룹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알고 있었던 이유는 그 앨범 재킷이 유명한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의 바나나 그림이 그려진, 일명 바나나 앨범.  루 리드의 앨범 트랜스포머(Transformer) 이미 1972년에 발매되어 정점을 찍은 음악인데, 1995년에 영화 <트레인 스포팅>으로 인해 다시 한번 (나 같은) 대중의 주목을 받은 셈이었다. 그가 벨벳언더그라운드의 멤버였을 때 부른 노래가  페일 블루 아이(Pale Blue eyes)였고, 나는 이 노래에도 빠져 들어 살았다. 새로운 세기와 30대가 시작되었으나 나의 미래는 여전히 갈피가 잡히지 않을때 루 리드의 음색은 위로가 되었다. 그의 음악이 정상을 노래하든 퇴폐를 이야기하든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사랑하는 연인과 공원에서 보낸 하루를 가사로 옮겼다는 페펙트 데이. 그 하루에 영감을 받은 루 리드는 그 하루의 위안이 고스란히 스며든 가사를 쓰고 곡을 붙였다. 태생적으로 감정의 극단을 경험하면서 살아야 했던 루 리드, 어쩌면 인생은 불완전한 날들의 연속이고 이렇게 가끔 완벽하게 행복한 하루가 있어서 살아가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폴 오스터와 루 리드


     비로소 나는 잊고 지낸 몇 가지가 생각났다. 루 리드와 폴 오스터는 함께 영화 작업을 했다. 영화 <스모크>는 그 두 번째 이야기가 있다. 블루 인 더 페이스 (blue in the face). 뭐랄까. 스모크를 찍은 영화팀이 아직 스모크의 세계에 더 머물고 싶어서 만든 영화 같기도 하다. 한국 배우 송강호의 생활연기에 버금가는 아니 그 원조라 할 수 있는 배우 하비 케이틀Harvey Keitel)이 연기한, 오기의 담배가게를 중심으로 뉴욕의 브루클린이라는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야기다. 놀랍게도 이 영화에 첫 장면부터 루 리드가 나온다. (루 리드는 실제로 브루클린 토박이다.) 퍼펙트 데이를 부른 날로부터 20년은 족히 지난 시점인 90년대 중반에 록 그룹의 전형적인 이미지, 어깨까지 오는 장발에 잠자리 안경을 낀 채 담배를 피우며 대사인 듯 자신의 이야기인 듯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해 말한다. 영화 <스모크 2>에 루 리드를 출현시킨 이유에 대해 작가 폴 오스터는,  루 리드의 신랄한 감수성, 인생에 아이러니에 대한 그의 인식 때문이었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영화 <스모크 2> Blue in the face. (소장)





https://namu.wiki/w/Perfect%20 Day

https://namu.wiki/w/Pale%20 Blue%20 Eyes


https://www.hani.co.kr/arti/culture/music/608839.html#csidxdc089f0c362d521a8ea0ed8de448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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