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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 사는 로젠 Oct 22. 2024

브루클린 비망록

존 뢰블링 가족의 헌신

    발음도 철자도 어려운 브루클린(Brookiyn)은 네덜란드의 도시 브뢰컬린(Breukelen)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맨해튼의 첫 주인이 네델란드인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강 건너 브루클린에도 그 나라 출신 이민자들이 많았었나 보다. 브루클린 덤보는 Down Under the Manhattan Bridge Overpass의 약자로 맨해튼 다리 아래 위치를 말한다. 나에게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나 타임 스퀘어보다 더 와보고 싶었던 곳이다.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LA 다저스가 아닌 브루클린 다저스의 유니폼을 입었을 수도 있다. 다저스 야구단은 원래 브루클린에 있었다.

   덤보 굴뚝 아래의 정면으로 파워 하우스 아레나 책방이 보인다. 이 동네에서 역시 오래도록 자리 잡고 있는 서점이다. 천장이 높은 책방을 나서 길을 돌아가면 우리나라 성수동처럼 현대적인 쓰임으로 탈바꿈한 브루클린의 옛 건물들이 나온다. 다양한 인종들만큼 다양한 생활 문화가 충돌하면서 서로를 인정하기까지는 숱한 사연들이 흘러간 시간만큼 쌓였을 것이다. 평일이라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았으나 옛 건물을 돌아서니, 사람들은 바로 그 위치에 모여있었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서 등장한 이후 뉴욕의 이미지로 굳은 바로 거기,  붉은색 두 건물 사이로 맨해튼 브리지가 보이는 그 앞에 말이다. 와우. 약간의 각도의 오차 없이 오랜 시간 봐온 그 장면 그대로가 보인다니 신기했다. 


  


   

   가난한 동네에서 가난하게 자라 서로의 짧은 지식과 우정에만 의지하며 살았던, 부정한 방법 외에는 먹고살 길을 알지 못했던 네 명의 어린 친구들이 지나간 자리. 이 다리를 브루클린 브리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두 건물 사이의 파란빛이 감도는 철교는 맨해튼 다리다. 맨해튼 다리를 밑으로 걸어가다 보면 브루클린 브리지가 여태껏 봐왔던 이미지 그대로, 정말 그림처럼 강을 가로지르며 서 있다. 내가 걷는 이 경로가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그대로 연출이 돼 있다. 누가 봐도 그림이 되는 곳이다. 


  

   누가 브루클린 다리가 보이는 해변(?)이라고 했는데, 강변이라고 해야 맞을 듯하다. 강으로 둘러싸인 섬인 맨해튼을 가기 위해서 다리는 필수적이었다. 브루클린 브리지가 먼저 생기고 비로소 맨해튼의 고층빌딩이 하나둘씩 세워졌다. 1863년에 시작하여 1883년 완공까지 두 세대를 이은 한 가족의 헌신으로 현대 뉴욕의 도시 이미지는 완성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폴 오스터는 <뉴욕 3부작>의 두 번째 소설 <유령들>에서 장장 2페이지에 걸쳐 브루클린 다리에 얽힌 이야기를 한다. 다리 설계자 존 뢰블링이 설계를 마치고 3주일 후에 사망하게 되는 이야기,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은 존 뢰블링에게 다친 다리 치료는 물에 담그는 방식뿐이었다며, 사람들이 물에 젖지 않도록 다리를 놓고자 한 사람은 정작 자신의 몸은 물에 담가야 했다는 이야기다. 아버지를 이어 다리 공사를 맡게 된 아들 워싱턴 뢰블링 역시 물속에 갇히는 사고를 당하게 되어, 공사 현장이 잘 보이는 꼭대기 층의 방을 얻어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며 현장을 지휘했다는 이야기다. 마치 백과사전 같이 서술돼 있다. 정말 소설 같은, 다리 건설자의 아이러니한 운명 같은 이야기다. (231p, 열린 책들, 2004년 8쇄)

   

맨해튼 브릿지 1909 개통 / 브루클린 브릿지 1888년 개통




     맨해튼의 스카이 라인과 함께 가까이 놓인 두 개의 다리를 구경하고 프로 스펙트 공원과 리버 사이드를 돌아 다시 맨해튼으로 나오는 지하철을 탔다.  차창 밖을 보니 지하철이 조금 전에 보았던 다리 위를 달리고 있었다. 다리 아래로 강물이 흐르고 있고 강 건너편 맨해튼 대도시의 뾰족한 빌딩이 가까이 다가온다. 미국 문학사에서 중요한 인물로 다뤄지는 월트 휘트먼(Walter Whitman. 1819~1892), 한 번은 들어 봤을 만한 인물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낭독되는 오 캡틴 나의 캡틴 (O Captain! my Captain!)을 쓴 시인이다. 휘트먼은 브루클린 다리가 놓이기 전 나루터에서 돛이 달린 배를 타고 맨해튼으로 오가는 풍경을 시로 그려 놓았다.  휘트먼이 브루클린 브리지를 보고 어떤 감회를 다시 느꼈을지 궁금하다. 



      

 브루클린 나루터를 지나며 (Crossing Brooklyn F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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