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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블 May 11. 2021

긴 5일, 짧은 2일


최근 미라클모닝에 대한 얘기가 많아지면서 일찍 일어나는 것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이때 중요한 건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생활이 ‘기적’이 되기 위해선 습관이 필요하다. 주말엔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못 일어나는 사람이 ‘미라클 모닝’을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나려고 하면 단번에 깰 수도 없을뿐더러 6시부터 눈을 뜨고 감기를 반복하다 보면 애초에 12시까지 잔 것만 못하다. 이런 패턴이면 잠은 12시가 넘어야 깨게 돼있다.


휴일에 정오 즈음 느지막이 일어나는 이들이라면 오전 10시에만 일어나도 충분한 ‘기적’이다. 평소보다 2시간 먼저 일어나 동네 한 바퀴를 돌거나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전에 없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느지막이 일어나 아침과 점심을 거르고 저녁을 배달시켜먹는 대신 일찌감치 마트에 장을 보고 와서 내가 좋아하는, 건강한 한 끼를 만들어먹는 것도 꽤 알찬 하루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이런 거창한 일이 아니더라도 우린 주말에 할 일이 충분히 많다. 주중에 밀렸던 빨래와 설거지, 분리수거가 눈앞에 있다. 이번 주에도 이걸 미룬다고? 지난주에도 미룬 일인데?


이마저도 귀찮다면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리프레시가 될 것이다. 평소에 꼭꼭 닫고 있어 갇혀있던 집안 공기는 한 바퀴 순환되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다시 살리게 된다.


나도 일찍은 일어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꽤 게으른 사람이라 새벽에 일어나도 밀린 집안일을 제때 하는 게 어렵다. 평일에 간단히 해먹은 음식의 몇 안 되는 그릇 설거지는 그때그때 하는 편이지만, 한번 돌리면 1시간30분은 족히 잡아먹는 빨래는 주말에 몰아하게 된다. 빨래는 보통 주말에 돌리지만 빨래바구니가 한가득이면 금요일 저녁에 한 번, 일요일 오후 늦게 또 한번 돌린다.


빨래는 다 하고 나면 뿌듯한데 세탁기 종료음에 따라 널고 개는 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역시 건조기가 필요하다고 구시렁대며 금요일에는 보통 베개커버와 이불매트 정도를 돌린다. 그럼 적당히 저녁을 소화시키는 동안 세탁기가 돌아가고, 다 된 후에도 빨래를 너느라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적다. 혹시라도 까무룩 잠들어도 쭈굴쭈굴 망가질 일이 없으니 부담이 없다. 다시 한번 헹굼과 탈수 과정을 거치면 그만이다.


최대한 늦게까지 늘어지게 자고 싶은 게 주말이지만, 평소보다 대여섯시간 이상 늦어지면 패턴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평소 6시면 일어나야 하는 직장인이 12시까지 자는 건 그간의 찌든 피로 때문이라기보단 전날의 과음, 과식, 혹은 지나친 늦잠일 가능성이 높다. 평소처럼 눈을 떠서 아쉬운 마음에 침대에 있는 힘껏 누워있고 싶겠지만 어느 정도 쉰 다음에는 주말의 패턴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주말을 맞을 때 늘 간과하는 건, 주말은 이틀이라는 거다. 이틀은 습관이 무너지는 데는 충분한 시간이지만 그 습관이 다시 자리를 찾는 데는 부족한 시간이다.


금요일의 숙취로, 토요일의 게으름으로 침대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는 눈만 뜨고 주말을 잃어버리게 된다. 우리, 지난주에도 잃어버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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