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물을 마시려 냉장고를 열었다. 얼추 한 컵 정도 되어 보이는 양이었다. 컵을 꺼내 물을 부어보니 컵이 작았던 건지, 물이 예상외로 많았던 건지 결국 흘러넘쳤다. 그냥 휴지로 한 번 슥하고 닦기에는 조금 많아 행주로 부랴부랴 닦아냈다. 그렇게 오늘 아침은 식탁 닦기로 시작됐다.
사람은 정반대의 사람에게 끌린다고 한다. 어디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한 번쯤은 들어보지 않았을까. 처음엔 맞는 말인 것 같았다. 나와는 다른 스타일의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설렘과 예상치 못한 밀고 당김, 그런 느낌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어서 그랬던 걸까. 항상 마음이 들뜬 연애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나의 감정은 항상 여행 중이었다. 낯선 곳에서 마주하는 낯선 공기와 침대, 나날이 눈 뜰 때마다 달라지는 천장의 무늬. 연애뿐만이 아니었다. 지나가며 마주치는 사람들에게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많다. 그래서 난 항상 삶은 어딘가로의 여행이라 생각했다.
슬슬 지쳐간다. 끝날 기미가 안 보이는 여행에서 집에 대한 그리움이 일어난다. 낯선 땅에서의 아침도 좋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편한 집에서 느지막이 일어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이미 나의 하루하루는 익숙지 않은 여행인데,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서도 정착하지 못한 채 들떠있어야 할까. 적어도 내 일부 중 하나는 편안한 집이면 좋겠는데.
내가 물을 쏟았듯, 만나기 전 까지는 나의 컵에 알맞은 사람인 줄 알았다. 그래서 물을 부었고 결국엔 넘쳐흘렀다. 내 컵이 작아서도 아니고 그 사람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서도 아니다. 그저 서로 다른 것이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만나면서 느껴지는 둘의 부피 차이는 결국 흘러넘치게 된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 자연스럽게 헤어지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렇기에 우린 서로 비슷한 텐션의 사람을 만나야 컵을 들고 돌아다녀도 넘치지 않을 사이가 되는 게 아닐까.
이젠 최대한 나와 닮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같은 방향으로 함께 걷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만일 내가 붓이라면 지나간 자리에 미처 칠하지 못한 여백을 나와 같은 방향으로 쓸어 빈자리를 채워주는 그런 사람을. 하나의 온전한 직선을 만들어주게끔 해주는 그런 사람을.
서로의 컵에 적당히 들어와 함께 걷고, 지나간 자리를 같은 방향으로 보살펴 여백을 줄여주는 사람.
각자의 집처럼 편하게 느껴질 사람. 그런 사람이 이상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