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자기 계발서들은 왜
요즘 들어 첫 장을 열어보고 덮은 자기 계발서들이 많습니다. 원하는 것을 이룰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 말이죠. 이유는 별 것 없습니다. 성공을 보장한다는 많은 책들이 제게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꿈'을 먼저 찾으라고 말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이렇습니다. 우선 정해야 돼요. '나는 세계적인 스테디셀러작가가 될 거야'라든지 ‘나는 몇 년 내에 얼마를 벌 거야 같은 것’을 말이지요. 어떤 책은 두려울 정도로 큰 것을 정해보라고도 하고 세부적으로 그것을 이룰 기간을 정하라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내가 이미 이룬 느낌으로 매일매일을 살아보라고 해요. 큰 꿈들은 어차피 내가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므로 나는 내가 할 일을 하면 된다고요. 많은 내용에 공감합니다. 이런 책들에서는 꾸준함이나 자기 동기력을 유지할 환경조성법들도 중요하게 다룹니다. 그렇게 '당신이 원하는 것이 있어'라고 상정한 책들은 그 이후 챕터들을 대부분 방법론에 치중하지요.
저는 성공분야 자기 계발서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좋아해요. 따라가면 될 것 같은, 자기 계발서 특유의 확신에 찬 말투도 좋더라고요. 한 가지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자기 계발서의 성공 공식을 따르기 위해서는 ‘원하는 것’이 있어야 된다는 것 말이예요. 갖고 싶은 것, 개인의 학업이나 업무면에서의 성취, 되고 싶은 인물 같은 것 말이죠. 그렇기에 내가 '간절히'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책의 다음 챕터를 열어보기가 두렵습니다.
성공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 친구가 물었습니다. 나는 사람들과 독서모임, 여행, 수다 같은 것이 요즘 설레는 일이야. 그런데 이걸 계속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그 친구가 정립한 '자신만의 성공'은 내면이 단단해지는 것과 그것이 현실에도 반영되어 경제적으로도 부를 이루는 것이었어요. 롤모델은 빌 게이츠였습니다. 우리는 잠시 헷갈렸어요. 그가 지금 설레는 마음으로 하고 있는 것과 정해놓은 롤모델에 간극이 있어 보였거든요. 지금 설레는 일을 하는 것이 '미래에 설레는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될까 말이죠. 모르겠다. 친구는 목표를 이루려는 데 쏟는 힘을 빼고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세상의 흐름에 맡겨보기로 했습니다. 방향성 정도만 갖고 내가 '오늘 할 일'을 하겠다라는 심정으로요.
비록 헷갈리더라도 제 친구는 양반입니다. 빌 게이츠라는 본인이 닮고 싶은 사람이 있거든요. 답답한 사람은 저 같은 사람입니다. 어느 순간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 말이죠. 노트에 매일 써보고 싶을 만큼 원하는 목표나 꿈이 없는 사람들이요.
그래서 저도 원하는 것들을 노트에 이것저것 써 보았습니다. 자기계발서 유투버들의 권고대로 말이죠. 부, 건강, 관계, 가족 등 분야를 나누어 자유롭게 적어보았어요. 간다 마사노리가 그의 책 <비상식적 성공법칙>에서 제시한 내용에 따라 '내가 원치 않는 것'에 대해서도 써 보고요. 뭔가 알듯말듯한 느낌입니다.
일단 써보고 이전에 끄적여놓은 것들도 다시 읽어봅니다. 그러다 이전에 써둔 것 중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발견했어요. '진정 원하는 것'이라는 단어에 절여진 뇌가 그걸 발견했을 때, 이건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게 아니었나 봐'라고 말하기가 얼마나 쉽던지요. 그럴 땐 내가 될 때까지 하지 않은 것이니 '진정으로 원하진 않았나 봐'라며 위안을 하기도 합니다. '나중에 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고 희망바구니에 다시 담아보기도 하고요.
네 그렇습니다. 이것저것 써보았지만 저는 가슴떨리는 일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자기 계발서를 폈다 닫으며 '그이'를 찾습니다.
'가슴 떨리게 원하던 일이었는지는 모르겠고, 관심 있는 거 해보다가 우연히 얻어걸렸어'라고 말하는 그 사람을 말이예요.
그럼 눈을 반짝이며 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을 것 같아요.
적당히 한 것 같은 그이의 말이 멋이 없나요? 자기 계발서에 들어 갈 성공스토리가 되기는 영 어려울까요? 이야깃거리가 되진 않더라도 저의 질문에 답하는 그의 눈은 빛날 것 같습니다.
진정 가슴 떨리는 일을 찾을 수 있을까요?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공감을 전하며, 제 글이 삶의 정반합, 일의 정반합을 향해 가는 모든 분들께 위로가 되길 소망합니다.
표지 사진: Unsplash의 Millo 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