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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얼굴

인생수업

by 안상현

“아빠, 시간이란 게 도대체 뭐야?”

딸아이의 순수한 질문에 나는 잠시 멈칫했다. 시계로 분을 쪼개고, 약속을 맞추며 살아가지만 정작 시간의 본질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 나는 매일 아침, 시간을 실감한다. 딸아이 등교와 아내 출근을 챙기느라 하루가 가장 분주한 때다. 나는 약속 시간을 어기는 걸 몹시 싫어한다. 그래서 언제나 제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아내와 딸은 내 마음 같지 않다. 천천히 움직이고, 때로는 준비가 늦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면 속이 타들어 간다.


그런 아침이 반복되면서 나는 시간이라는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시간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을까? 아마도 죽음을 마주할 때, 그 얼굴을 비로소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매일의 분주한 순간 속에서 시간의 무게를 조금씩 배우고 있다.


아내와 함께 걷는 산책길에서, 아이와 함께 즐기는 보드게임에서, 시간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리의 관계와 태도를 비치는 거울이 된다. 시간에 쫓기며 불평할 수도 있고, 그 순간조차 소중한 일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나는 딸아이에게 말해주고 싶다.

“시간은 두려워하거나 쫓아갈 대상이 아니란다. 네가 사랑하는 것과 진짜 되고 싶은 것에 쓰는 순간이 바로 시간이야. 언젠가 마지막 순간에, 그 얼굴을 마주했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이 순간을 귀하게 살아야 해.”


그렇게 생각하면 아침마다 속 타는 나도 웃음이 난다. 결국 중요한 건 정시에 도착하는 것보다, 함께 그 시간을 살아내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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