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조명 아래 고독, 망망대해 돛단배의 6분 항해

중년 공감 에세이

by 안상현

얼마 전, 두 곡의 노래를 들고 무대에 섰다.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나는 '노래 연습만 완벽하게 해낸다면 되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두 차례의 리허설을 거치면서 깨달은 건, 무대 공연은 노래 연습을 넘어선 또 하나의 거대한 심리적 도전이었다.


밝은 조명 아래 홀로 선 그 순간은,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작은 돛단배와 같았다.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오직 관객석의 어둠과 나에게 집중된 조명뿐. 그 누구도 곁에 와서 나의 떨림을 잡아줄 수 없었고,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완벽한 고립감이었다.


심장은 마구 뛰고 손끝은 찌릿찌릿 저렸다. 머리로는 이성적인 생각을 하려 했지만, 몸은 그저 무대 공포라는 원초적 본능에 지배당했다. 그 순간 나는 무대가 주는 중압감의 본질을 깨달았다. 무대는 노래 경연장을 넘어 나 자신과의 싸움의 공간이었다.


첫째, 무대는 완벽한 고독을 강요한다.

수많은 관객이 나를 바라보지만, 그 시선은 나를 응원하는 동시에 심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어떤 든든한 동료도, 준비된 악보도, 심지어 대기실에서 나를 안심시켜 주던 따뜻한 말 한마디도 그곳까지 오지 못한다. 단지 내 목소리, 호흡, 떨림만으로 이 시간을 견뎌야 했다. '홀로 선 느낌'은 연습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무대만이 주는 압도적인 감정이었다.


둘째, 무대는 모든 감정을 증폭시킨다.

대기실에서는 그저 미세했던 긴장감이 무대 위에서는 파도처럼 밀려와 덮쳤다. 무대는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감정들을 수십 배로 증폭시켰다. 난 생각보다 두려움에 더 취약했고, 그런데도 떨리는 목소리로 끝까지 노래를 완주하는 용기가 있음을 발견했다.


다행히 실수 없이 두 곡을 모두 마친 후, 대기실로 돌아와 크게 숨을 고를 때 비로소 몸의 떨림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무대는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공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한계를 시험하고, 가장 깊은 곳의 두려움을 직면하게 만드는 성장 과정이었다.


망망대해의 돛단배처럼 홀로 버텨낸 그 시간, 잊히지 않을 만큼 선명하게 내 안에 남았다. 이 감각이야말로 다음 무대로 그리고 또 다른 무대로 나아가게 할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26화돈과 건강을 통해 배우는 삶의 우선순위